[가톨릭 신학] 용서받지 못하는 죄 죄란 무엇이고,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나요? 그리스도교에서 ‘죄’란 우선 하느님께 지은 죄입니다. 하느님 뜻을 거스르고, 외면하는 것이 죄입니다. 다음으로 나와 내 이웃에게 짓는 죄입니다.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고,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해를 끼치고, 누군가의 영혼을 아프게 하는 것이 죄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이웃 사랑이 가장 큰 계명이라 하신 것처럼, 하느님과 이웃에게 죄짓는 것은 잘못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죄지을 때도 있습니다. 가장 큰 죄,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무엇일까요? 그 죄는 바로 절망입니다. 자신의 구원에 대해 희망을 잃어버리고, 포기하는 것이 절망입니다. 지옥이란 절망 가득한 곳입니다. 유다는 예수님 배신 후 절망했고, 스스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베드로 역시 배신했지만, 예수님을 완전히 떠나지 않고, 믿는 이들과 함께 머물며 참고 견뎠습니다. 결국 자기 힘이 아니라, 하느님 은총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모든 죄는 다 용서받을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마태 12,31-32; 마르 3,28-29; 루카 12,10 참조) 모든 죄는 용서받지만,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용서받지 못한다? 서로 모순되는 말 아닌가요? 예수님이 뭔가 잘못 말씀하시거나,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모든 죄에 포함되지 않나요? 모든 이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 마음, 모든 이의 죄를 씻기 위해 기꺼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마음을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진정 회개한다면 모든 죄는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예수님 말씀을 믿지 못한 채, 자기 죄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스스로 단죄하거나, 저 사람 죄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단정한다면, 이는 성령을 모독하는 죄입니다. 인간이 보기에 용서받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죄가 있지만, 하느님의 용서는 모든 죄에 해당합니다.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마태 18,22)하라고 인간에게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용서 못 하실 죄가 뭐가 있겠습니까? ‘진심으로’ 회개한다면, 모든 죄는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믿음입니다. ‘회개’(悔改)라는 단어는 ‘회두’(悔頭), 즉 ‘고개를 돌리다’, ‘하느님께 향하다’입니다. 따라서 회개는 ‘신앙’(믿음)과 동일한 의미이고, 죄의 반대말입니다. 특히 우상을 멀리하십시오. 하느님이 아닌 것을 하느님처럼 여기거나 인간에게 바랄 수 없는 것을 인간에게서 찾지 마십시오. 무속은 인간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주지만, 신앙은 인간이 들어야 할 말을 해 줍니다. “믿음 대로 살지 않는다면, 사는 대로 믿게 될 것이다.”(풀턴 쉰 주교) [2025년 2월 9일(다해) 연중 제5주일 서울주보 5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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