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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교리: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2-20 조회수17 추천수0

[생활교리]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2025년 가톨릭교회는 하느님께로부터 주어진 자유와 해방 그리고 용서(레위 25,1-10; 이사 61,1-2; 루카 4,18-19 참조)의 메시지가 담긴 희년(Jubilee)을 온 세상에 선포했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희년의 공식 주제를 ‘희망의 순례자’로 발표하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희망의 빛이신 예수님과의 참된 만남을 통해 무뎌지고 무너진 희망을 되살리는 희망의 순례자가 되기를 당부하고 초대했다(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이하 『희망』) 1 참조).

 

신구약 성경을 통해서 전해지는 주님은 당신 홀로 따로 한 곳에 가만히 정착하여 고립되어 있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 백성과 함께 머물고, 동행하며 순례하는 분이셨다. 실제로 구약에서 하느님은 당신이 선택하신 이들, 곧 아브라함을 비롯하여 이사악, 야곱, 모세 그리고 엘리야 등이 나그네처럼 이곳저곳을 유랑할 때, 그들과 함께 떠돌며 동반하셨다. 예수님 역시도 평생을 “머리를 기댈 곳조차”(마태 8,20) 없이 사셨고, 그분의 제자들 또한 온갖 박해와 핍박 속에서도 하느님 나라를 향한 희망의 복음을 선포하는 순례의 길을 걸었다.

 

그리스도인의 여정은 단번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끝은 있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순례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걷는 순례의 여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례로 동방박사들이 밤하늘에 떠 있는 ‘별’ 하나에 의지해 아기 예수님을 찾아 나서는 험난한 여정을 떠올려보라. 깜깜한 밤에 별이 반짝반짝 빛나 신바람 속에 길을 찾기도 했겠지만, 때로는 사람 마음만큼 쉽게 바뀌는 날씨의 변화로 길을 헤매거나 잃기도 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시작한 길을 마지막까지 걸었고, 끝내 주님을 만날 수 있었다. 왜, 동방박사들은 만남을 빼앗아가는 서두름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주님의 약속을 인내 속에 믿고 따르는 희망의 순례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희망”(1티모 1,1)이신 예수님은 이 땅에서 ‘완전한 끝’인 십자가 죽음을 겪으셨지만, 부활하심으로써 ‘영원한 시작’을 알리셨다. 그러니 이 신앙을 기반으로 한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사탕발림식의 ‘희망 고문’이나 혹은 ‘시간이 흐르면 잘 되겠지’라며 인간의 태도에 기초를 두는 “순진한 낙천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모두가 ‘다 끝났다, 이제 소용없다’라고 여겨지는 깊은 절망의 상황에서조차 다시 일어서고 시작할 수 있는 “은총의 선물”(『희망』 24)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백처럼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속이지도 실망시키지도 않는다”(『희망』 3). 왜,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고 밝혀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로마 8,35-39 참조). 곧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에게 한번 쏟아진 하느님 사랑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 놀라움과 확신 속에 우리는 소설 속 돈키호테의 고백처럼 “아무리 희망이 없어도, 아무리 길이 멀어도, 아무리 조롱당하고 상처 입어도” 주님이 약속하고 이루어주실 복된 희망을 잃지 않고, 빼앗기지 않고, 도둑맞지 말자. 결국, 우리는 그 희망으로 살고, 구원받을 것이니까!

 

[2025년 2월 16일(다해) 연중 제6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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