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교황 장례 예식의 전례 색깔은 왜 붉은색인가요? - 붉은 제의를 입고 쓰시던 묵주를 손에 쥔 채 입관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사진 제공: 바티칸뉴스)
지난 4월 21일,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수많은 이들은 슬픔 속에 하느님 곁으로 가시는 교황님을 현장에서 그리고 생중계되는 화면을 통해 배웅했습니다. 그런데 장례 예식에 참여한 모든 사제는 붉은색 제의를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전례를 지켜 보며 ‘어? 장례 미사 때는 보통 흰색 제의를 입지 않나?’라고 생각하신 분, 안 계셨나요? 오늘은, 교황님 장례 예식에서 왜 붉은색으로 전례 색깔을 정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현재의 장례 예식 지침 22항은 다음과 같이 알려줍니다. “장례 예식에 알맞은 전례 색깔을 결정한다. 이 색깔은 민족의 특성에 적합하고, 슬퍼하는 이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파스카 신비로 밝혀진 그리스도인의 희망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32항에서는 한국 교구들에서는 이 장례 색깔에 대해 흰색이나 보라색이나 검은색의 영대를 매고 같은 색깔의 제의를 입는다고 나옵니다. 특히 오늘날에는 위의 22항에 나온 것처럼 파스카 신비로 밝혀진 그리스도인의 희망, 곧 죽음을 넘어선 부활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흰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교황님의 장례 예식에서는 붉은색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교황님의 복장을 떠올려 볼까요? 교황님의 고유 색상으로는 흰색과 붉은색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추기경 재임 중 교황으로 선출되어도 추기경때 입던 붉은 옷을 그대로 입었습니다. 흰옷을 입는 전통은 1566년 비오 5세 교황님이 흰옷을 입는 도미니코 회원들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추기경은 붉은색 수단을 입게 되는데, 여기서 붉은색은 교회를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리고 목숨까지 내놓는 순교의 정신과 교회를 향한 헌신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로마에서는 추기경님들의 장례 예식에 붉은색을 사용 하고, 마찬가지로 교황님도 고유 색상 중 하나인 붉은색으로 장례 예식을 준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 교황님의 장례 예식에서는 보라색 및 검은색도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통은 1978년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교황 장례 예식>(De funere Summi Pontificis)을 반포하시면서 교황님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2024년 교황님의 장례 예식 수정판을 승인하시며 붉은색으로 이어져 온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셨습니다. “(교황의) 시신은, 미사 거행 때처럼 붉은색의 전례 복장을 입고, 주교관과 팔리움을 착용한 채, 교황의 목자 지팡이 없이 나무와 아연으로 된 관에 안치된다. 관 근처의 적절한 장소에는 부활초가 놓인다.”(〈로마 교황의 장례 예식〉, 29항) 붉은색, 곧 그리스도의 피와 순교를 상징하는 빨간색은 피를 흘리기까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고, 그 사랑으로 교회와 신자들을 사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주님의 종, 종들의 종으로서 그러한 순교의 사랑을 끝까지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하느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교황님을 기억하며 우리도 그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2025년 6월 15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서울주보 4면, 장원혁 세례자 요한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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