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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 새로운 사태, 새로운 빈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17 조회수59 추천수0

[가톨릭 신학] 새로운 사태, 새로운 빈곤

 

 

이전에 없던 기계가 발명되고 인간의 산업은 진보했습니다. 도시화가 이뤄지며 삶을 풍요롭게 해줄 물품이 빠른 속도로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혁신적이었습니다. 값비싼 노력과 대가를 지불해야 했던 것들을 이제는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생산량의 급증은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고 이는 오히려 인간 존엄성의 파괴로 이어졌습니다. 산업의 팽창이 노동자의 양적 필요의 확대로 연결된 것입니다. 그러자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농촌 출신의 사람들, 특히 아동들은 유용해 보였습니다. 저렴한 노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12~16시간, 주 6일의 노동. 그럼에도 이들의 임금은 성인의 1/4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노동 운동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념과 결부되어 위험한 사상으로 오해받았고, 기득권 세력과 국가 권력은 억압이나 방임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당시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전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국가와 자본가 계층에게 위협적으로 비춰졌습니다. 이에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 요구는 ‘급진적인 선동’으로 매도되었습니다. 인간다운 삶, 정당한 임금, 가족 부양의 권리 등 당연한 윤리적 요구가 그렇게 묵살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891년, 레오 13세 교황님께서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발표하십니다. 노동자의 권리 보호는 공산주의적 사상이 아닌 ‘인류의 윤리적 책임’이라는 가르침이 선포되었고, 이념적 색깔로 왜곡되었던 노동 운동의 도덕적 정당성이 새롭게 퍼져 나갔습니다. 교회의 사회 교리는 이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후, 12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교황님은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새로운 사태, 새로운 빈곤을 조명할 의지를 드러내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사태를 돌아봅시다. 이전에 없던 기술이 발명되고 인간의 산업은 진보했습니다. 세계화가 이뤄지며 삶을 풍요롭게 해줄 기기와 정보가 빠른 속도로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혁신적입니다. 값비싼 노력과 대가를 지불해야 했던 것들을 이제는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인간 존엄성의 파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약자들은 더욱 고통받고 정당한 권리의 요구는 묵살됩니다. 선과 악의 구분이 사라지고 교회의 부르짖음에 세상은 더욱 냉소적입니다. 우리가 새 교황님의 행보, 교회의 사회 교리와 윤리 가르침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교회는 외칩니다. “기술을 사랑하되, 인간을 먼저 사랑하라. 세상의 진보를 환영하되, 그것을 정의 위에 세우라.”

 

[2025년 6월 15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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