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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계명 따라 걷기: 하나의 길을 이루는 열 개의 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2 조회수4,925 추천수0

[십계명 따라 걷기] 하나의 길을 이루는 열 개의 길

 

 

그리스도인은 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걷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걷게 하는 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시기와 질투, 미움과 배척으로

얼룩진 거친 인생길을

나눔과 베풂, 사랑과 품음으로

곧게 하는 아름다운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걷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온갖 차별로 상처 입은 이의

마음에 새겨진 큰 골을,

따스한 보듬음과 평등을 위한

아름다운 투쟁으로

메우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함께하는 삶을 방해하는

온갖 갈라섬의 거친 산들을,

너그러움과 평화를 위한

온몸의 당당한 외침으로

허물어뜨리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미움을 사랑으로 녹이고,

처절한 경쟁의 사슬을

자기희생으로 끊으며,

더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끊임없이 베풂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세상의 어두움과 혼탁함 가운데에서

참되고 착하신 삶의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모든 이를 이끄는

더욱 뚜렷한 아름다운 길로

드러나야 할 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입니다.

 

 

삶, 길, 걷기

 

올 한 해 이 지면을 통해, 믿음의 벗님들과 함께 주님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걷습니다. 이 여정을 시작하며, 잠시 ‘길’과 ‘걷기’에 대해 떠올립니다. 흔히 삶을 길을 걷는 것에 비유하기 때문입니다.

 

삶에는 여러 길이 있습니다. 굽은 길도, 곧은길도,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있습니다. 가파른 길을 만나 잠시 쉬기도 하고, 평탄한 길에서 힘껏 달리기도 합니다. 갈림길을 마주하고 어렵사리 한 길을 골랐는데, 이내 수만 갈래로 갈린 길 앞에서 주저하곤 합니다. 길이 있어 길을 걷고, 길을 걷다 길을 만들기도 합니다. 길을 걷다 길과 하나 되기도 하고, 길이 되고파 길을 걷기도 합니다.

 

우리는 길을 걷다 길을 만납니다. ‘생명으로 이끄시는 길’(요한 14,6 참조)이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주님이신 예수님을 만나 그분과 함께 걷습니다. 주님께서 앞서가신 길을 걷습니다. 주님께서 부르시는 길을 걷습니다. 주님의 길을 걷습니다. 사람을 홀려 죽음으로 이끄는 ‘길 아닌 길들’이 아니라, ‘주님께서 걸으신 길’만이, ‘주님께서 부르시는 길’만이, ‘주님의 길’만이 참으로 길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만나 함께 걸어온 길을 봅니다. 걸어온 길과 잠시 멈춰 선 자리, 또다시 걸어가야 할 길을 봅니다. 그리고 시편 저자의 마음으로 다짐해 봅니다. “제 길을 되돌아보고, 제 발길을 당신 법으로 돌립니다. 당신 계명을 지키려, 저는 지체하지 않고 서두릅니다”(119,59-60). 그렇다면 주님의 길을 걷는 데 지켜야 할 주님의 계명이 과연 무엇일까요? 사랑!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의 길’이라는 ‘하나의 길’

 

주님은 사랑이시니, ‘주님의 길’은 ‘사랑의 길’이요, 주님의 길을 걷는 우리가 걸어야 할 단 ‘하나의 길’은 ‘사랑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이중 계명에 달려 있다고 하십니다(마태 22,37-40 참조). 그러므로 ‘사랑의 길’이라는 ‘하나의 길’은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총체”(가톨릭교회 교리서, 2069항)인 십계명으로 이루어집니다.

 

십계명은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첫째 계명부터 셋째 계명까지는 하느님 사랑과 관련되고, 다른 일곱 계명은 이웃 사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067항). 이처럼 하느님 사랑의 길과 이웃 사랑의 길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십계명을 ‘사랑의 길’이라는 ‘하나의 길’을 이루는 ‘열 개의 길’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흔히 준엄한 명령이나 법 규정으로 이해하기 쉬운 ‘십계명’(Decalogus)은 본디 ‘열 마디 말’을 뜻하는 것으로, 자유로우신 하느님, 해방자이신 하느님께서 자유롭고 책임 있는 인간에게 건네시는 ‘하느님의 말씀들’(가톨릭교회 교리서, 2056항)입니다. 그러므로 “사실 계명은 ‘말씀’이지 칙령이나 관습, 규범 또는 계약 규정이나 사제의 신탁(神託)이 아닙니다. 곧 십계명은 법적 의미에서 보면 법 자체가 아니라 우리를 예언자적 ‘말씀’으로 인도하는 것이므로, 하느님 뜻의 선포,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가르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십계명’, 「새로운 성경 신학 사전 2」, 바오로 딸, 2009년).

 

하느님의 말씀들, 곧 “십계명은 먼저, 구약에서 중심이 되는 하느님의 위대한 해방 사건인 이집트 탈출 사건에 비추어 이해해야 합니다. … 십계명은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삶의 조건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십계명은 생명의 길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057항). 

 

그러므로 신명기 저자는 하느님의 뜻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30,16).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길을 걸으려면 무엇보다도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 해방하시는 하느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현존을 느껴야 합니다. 그래서 십계명을 전하는 탈출기(20,2)와 신명기(5,6)모두가 가장 먼저 하느님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

 

 

길이 되길 희망하며 길을 걸어요

 

이제 믿음의 벗님들과 함께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생명의 길, ‘사랑의 길’이라는 ‘하나의 길’을 이루는 ‘열 개의 길’을 하나씩 걷고자 합니다. 첫걸음을 내딛으면서 ‘주님의 길을 마련하라.’는 세례자 요한의 성소에 대해 잠시 묵상해 봅니다. ‘십계명’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람이 되신 말씀’(요한 1,14 참조) 안에서 온전히 성취되는 계시의 말씀이고, 이 계시의 말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준비하고, 그분을 따라 함께 걸어야 할 소명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 상지종 베르나르도 - 의정부교구 신부. 의정부교구 제8지구장 겸 교하본당 주임으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1월호, 상지종 베르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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