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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교리서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사제품)

하느님의 종들의 종 바오로 주교는 거룩한 공의회교부들과 더불어 영구적인 기록으로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을 공포한다.

서론

[사제생활교령] 1. 사제품(Presbyterorum ordinis)이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관해서는 이 거룩한 공의회가 이미 여러 번 모든 이에게 상기시켰다.1) 그러나 그리스도 교회쇄신에서 가장 중대하고 날로 어려워지는 역할이 이 품계에 맡겨지므로, 사제들에 대하여 더 상세하게 더욱 깊이 다루는 것이 매우 유익하게 보인다.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모든 사제, 특히 사목에 종사하는 사제들에게 적용하여야 하며, 수도 사제들에게는 관련 부분을 적절히 조정하여 적용하여야 한다. 사제주교에게 거룩한 서품파견을 받아 사제이시며 임금이신 스승 그리스도를 섬기도록 발탁됨으로써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한다. 이 직무를 통하여 교회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궁전으로 이 지상에 끊임없이 세워지고 있다. 그러므로 급격히 변화하는 인간 상황과 사목 환경에서 사제들의 교역을 더욱 효과적으로 도와주고 그들의 생활을 더욱 잘 돌보기 위하여, 이 거룩한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고 선언한다.

제 1 장 교회의 사명과 사제직

2. 사제직의 본질

[사제생활교령] 2.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요한 10,36) 주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받으신 성령도유에2) 당신의 전 신비체를 참여시키셨다. 곧 주님 안에서 모든 신자는 거룩하고 임금다운 사제직을 수행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영적 제물봉헌하고, 자신을 어둠에서 당신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불러 주신 그분의 힘을 널리 알린다.3) 그러므로 몸 전체의 사명에 참여하지 않는 지체는 하나도 없으며, 각 지체는 자기 마음에 예수님을 거룩히 모시고,4) 예언자의 정신으로 예수님을 증언하여야 한다.5)
그러나 바로 그 주님께서는 신자들이 한 몸으로 결합되도록 신자들 가운데에서 어떤 이들을 교역자로 세우셨다. 이 몸에서는 “그 지체가 모두 같은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로마 12,4). 교역자들은 신자 공동체에서 성품의 거룩한 힘으로 희생 제사봉헌하고 죄를 용서하며,6) 또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위하여 공적인 사제 직무를 수행한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이 아버지에게서 파견되신 것처럼 사도들을 파견하시고7) 이 사도들을 통하여 그 후계자들인 주교들을 당신의 축성과 사명에 참여시키셨다.8) 그리고 주교들의 봉사 임무는 그 아래 사제들에게 위임되었다.9) 이로써 사제들은 그리스도께 받은 사도적 사명을 바르게 수행하기 위하여 주교품의 협력자들이 된다.10)
사제 직무는 주교품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그리스도께서 당신 몸을 세우시고 거룩하게 하시고 다스리시는 권위에 참여한다. 그러므로 사제들의 사제직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전제하지만 개별 성사로 수여된다. 이 성사로써 사제는 성령도유로 특별한 인호가 새겨지고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동화되어 머리이신 그리스도로서 행동할 수 있다.11)
그 직분에 따라 사도들의 임무에 참여하는 사제는, 하느님의 은혜로 모든 백성 가운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일꾼이 되어 복음의 거룩한 임무를 수행하며, 백성들의 제물하느님께서 받아 주시도록 성령 안에서 거룩하게 한다.12) 사실, 사도복음 선포하느님의 백성을 불러 모으며, 이 백성을 이루는 모든 사람은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었으므로 자기 자신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로마 12,1) 바친다. 그러나 신자들의 신령한 제사사제의 교역을 통하여 유일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희생 제사와 결합되며 완성된다. 그리스도희생 제사는 바로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13) 사제들의 손을 통하여 온 교회의 이름으로 성찬례 안에서 피 흘림 없이 성사적으로 봉헌된다. 사제의 교역은 바로 이것을 목표로 하고 여기서 완성된다. 실제로, 사제들의 교역은 복음 선포에서 시작되고, 그리스도희생 제사에서 그 힘과 가치를 길어 올린다. 그 목표는 “구원을 받은 온 나라, 곧 성도들의 공동체사회가, 우리를 위하여 수난하시고 우리가 이 위대하신 머리를 지닌 몸이 되도록 당신 자신을 바치신 대사제를 통하여, 하느님께 보편 제사봉헌되게”14)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제들이 그 교역과 생활로 추구하는 목적은 그리스도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다. 그 영광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하느님의 업적을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자유로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온 삶으로 이를 드러내는 데 있다. 따라서 사제기도경배에 전념하며, 말씀을 선포하고, 성찬의 희생 제사봉헌하며, 다른 성사들을 집전하고, 사람들을 위하여 그 밖의 교역을 수행하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높이고 거룩한 삶에서 사람들을 진보시킨다.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파스카에서 흘러 나오며, 바로 그 주님영광스러운 오심으로 완성될 것이다. 그때에 주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그 나라를 넘겨 드리실 것이다.15)

3.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제

[사제생활교령] 3. 사제들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뽑혀 사람들을 위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맡아 희생 제사를 바치며,16)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형제처럼 살아간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주 예수님께서도 아버지께로부터 인간에게 파견되신 인간으로서, 우리 가운데 머무르시며 죄 말고는 모든 것에서 형제들과 같아지기를 바라셨다.17) 거룩한 사도들은 주님을 이미 본받았으며, 또한 “하느님의 복음을 위하여 선택을 받은”(로마 1,1) 이방인의 스승인 복된 바오로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려고 스스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노라고 증언한다.18) 신약의 사제들은 그 성소와 성품으로 어느 면에서는 하느님 백성의 품에서 선별되었지만, 그것은 하느님 백성이나 어떤 인간에게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그들에게 맡기신 일에 온전히 봉헌되도록 하는 것이다.19) 지상 생활과는 다른 삶의 증인과 관리자가 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봉사자가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실생활과 그 생활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산다면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도 없다.20) 사제 교역 자체가 이 세속을 본받지 말라고 특별히 요구한다.21) 그러나 동시에, 이 세상에서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아가며, 착한 목자로서 자기 양들을 알고, 이 우리 가운데에 있지 않는 양들도 바로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도록 인도하여, 한 우리에서 한 목자를 따르게 하도록 요구한다.22) 이를 이루는 데에는 인간 사회에서 마땅히 존중하는 미덕, 곧 선량한 마음, 진실성, 강인하고 굳건한 정신, 변함없는 정의감, 친절이 많은 도움을 준다. 그 밖에도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권고한다.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필리 4,8).23)

제 2 장 사제 교역

제 1 절 사제의 임무

4. 하느님 말씀의 교역자

[사제생활교령] 4. 하느님의 백성은 그 무엇보다도 먼저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모이며,1) 이 말씀을 사제들의 입에서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2) 먼저 믿지 않는 자는 아무도 구원을 받을 수 없으므로,3) 사제들은 주교들의 협력자로서 하느님의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는 것이 첫째 직무이다.4) 이로써 사제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5) 하신 주님의 명령을 실행하며, 하느님의 백성을 일으키고 자라게 한다. 실제로, 구원의 말씀은 비신자의 마음에 신앙을 불러일으키고, 신자들의 마음에 신앙을 키운다. 이 신앙으로 신자들의 모임이 시작되고 자라난다. 사도의 말씀대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그러므로 사제들은 주님께 받은 복음진리를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6) 그리고 또 이방인들 가운데에서 올바른 생활을 하면서 그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도록 인도하거나,7) 공개적인 설교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비신자들에게 알려 주거나,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전수하고 교리를 설명하거나, 당대의 문제들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거나, 언제나 자신의 지혜가 아닌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모든 사람을 끊임없이 회개성덕으로 부르는 것이 사제들의 소임이다.8) 그러나 현대 세계의 상황에서 사제들의 설교는 흔히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적절하게 움직이려면, 하느님의 말씀을 일반적으로나 추상적으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복음영원진리를 구체적인 생활환경에 적응시켜 설명하여야 한다.
이렇게 말씀의 교역은 듣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필요와 설교자의 은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비그리스도교 지역이나 사회에서는 복음 선포를 통하여 사람들이 신앙구원성사인도되지만,9) 그리스도공동체에서는, 특히 자주 거행하는 신비를 충분히 이해하지도 믿지도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위하여, 말씀의 선포가 성사 집전 그 자체에 필요하다. 성사는 모두 신앙성사이며, 신앙은 말씀에서 생기고 자라나기 때문이다.10) 이것은 특히 미사 거행에서 말씀 전례에 들어맞는 말이다. 미사에서는 주님죽음부활에 대한 선포가, 그 선포를 듣는 백성의 응답과 그리고 당신의 피로 새로운 계약을 맺으신 그리스도봉헌과 불가분의 결합을 이루며, 이 봉헌신자들은 기도영성체로 참여한다.11)

5. 성찬례와 성사의 집전자

[사제생활교령] 5.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께서 성화 활동에 겸허하게 봉사하는 사람들을 당신의 동반자와 협력자로 받아들이고자 하셨다. 그러므로 사제들은 주교집전으로 하느님축성되고, 그리스도사제직에 특별한 자격으로 참여하며, 성사 거행에서 그리스도봉사자로 행동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성령을 통하여 전례 안에서 언제나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사제 임무를 수행하신다.12) 사제는 세례로 사람들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끌어 들이고, 고해성사죄인들을 하느님교회화해시키며, 병자 성사로 병자들에게 힘을 주고, 특히 미사 거행으로 그리스도희생 제사성사적으로 봉헌한다. 이미 초대 교회 때에 복된 이냐시오 순교자가 증언한 것처럼,13) 모든 성사의 거행에서 사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주교교계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이로써 사제는 신자들의 모든 모임마다 어느 모양으로든 주교를 현존하게 한다.14)
교회의 모든 교역이나 사도직 활동과 마찬가지로 다른 여러 성사들은 성찬례와 연결되어 있고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다.15) 실제로,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되어 있다.16) 곧 우리의 ‘파스카’이시며 살아 있는 빵이신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 안에 계신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으로 생명을 얻고 또 생명을 주는 당신 살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노동과 모든 피조물을 당신과 하나 되어 봉헌하도록 부르시고 이끄신다. 성찬례는 분명히 모든 복음화의 원천이며 정점이므로, 예비 신자들은 성찬례에 참여하도록 단계적으로 인도되고, 이미 거룩한 세례와 견진으로 인호를 받은 신자들은 영성체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에 온전히 결합된다.
그러므로 성찬례 모임은 사제가 주재하는 신자 집회의 중심이다. 따라서 사제신자들이 미사희생 제사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신적 제물봉헌하고 또한 그 제물과 더불어 자기 삶을 바치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사제신자들이 뉘우치는 마음으로 고해성사에서 자신의 죄를 교회고백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것은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날로 더욱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게 하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자들이 거룩한 전례 거행에 참여하여 그 전례 안에서 진실한 기도를 바치도록 가르치고, 각자의 은총과 필요에 따라 평생 동안 언제나 더욱더 완전한 기도의 정신을 실천하도록 지도하며, 모든 사람이 자기 신분의 의무를 다하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은 각기 알맞은 방법으로 복음적 권고를 실천하도록 권유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자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찬미가와 영가로 주님을 찬양하고,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감사를 드리도록 가르쳐야 한다.17)
성찬례를 거행하며 사제가 드리는 찬미와 감사성무일도를 통하여 하루의 여러 시간으로 퍼져 나간다. 참으로 사제교회의 이름으로 성무일도를 바치며 자기에게 맡겨진 모든 백성을 위하여 그리고 온 세상을 위하여 하느님기도한다.
기도의 집은 성찬례가 거행되고, 성체가 보존되어 있으며, 신자들이 모이고, 우리를 위하여 희생제단에서 봉헌되신 우리 구세주이신 하느님 아들의 현존을 공경하며 신자들이 도움과 위로를 받는 곳이므로, 아름다워야 하고 기도와 장엄한 성사에 알맞아야 한다.18) 그리스도께서는 ‘몸’의 지체들에게 당신 인성을 통하여 하느님생명을 끊임없이 부어 주시므로, 목자신자들은 이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답하도록 이 집에 불리어 왔다.19) 사제전례 지식을 바르게 익히고 전례 예술에 대한 교양을 쌓아, 자신의 전례 집전으로, 자기에게 맡겨진 그리스도공동체가 날로 더욱 완전하게 성부성자성령이신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6. 하느님 백성의 교육자

[사제생활교령] 6. 목자이시며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임무를 자기에게 맡겨진 권위로 수행하는 사제들은 주교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가족을 한 형제애로 모으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인도한다.20) 이러한 교역을 사제의 다른 임무와 더불어 수행하도록 영적 힘이 부여되며, 그 힘은 교회 건설을 위하여 주어지는 것이다.21) 교회를 건설하는 사제주님을 본받아 모든 사람과 더불어 넘치는 인정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사람들의 비위나 맞추려는 것이 아니다.22) 그리스도인 생활과 교리가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여 사람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가장 사랑스러운 자녀처럼 훈계하여야 한다.23) 사도의 말씀에 따라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며 끝까지 참고 가르쳐야 한다”(2티모 4,2 참조).24)
그러므로 사제들은 신앙의 교육자로서 스스로 또는 다른 이들을 통하여, 모든 신자가 각기 성령 안에서 복음에 따라 자기 소명을 계발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실 그 자유와25) 실천하는 진실한 사랑에 이르도록 보살펴 주어야 한다. 아름다운 의전도, 화려한 모임도, 사람들을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교육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그다지 쓸모가 없다.26) 이러한 성숙을 촉진하기 위하여 사제들은 신자들을 도와 스스로 크고 작은 모든 일에서 그 일이 무엇을 요구하고 또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여 사는 것이 아니라, 모름지기 사랑의 새 계명이 요구하는 대로, 누구나 자기가 은총을 받은 것처럼 그 은총으로 서로를 위하여 봉사하여야 하며,27) 그럼으로써 모든 사람이 인간 사회에서 자기 의무를 그리스도인답게 완수하여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사제는 참으로 모든 사람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있지만,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사제에게 특별히 맡겨져 있다. 주님께서는 당신 친히 이러한 사람들과 결합되어 계심을 보여 주셨다.28)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바로 메시아 활동의 표지로 제시되고 있다.29) 그리고 사제는 젊은이들은 물론 부부들과 부모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흔히 힘든 생활 속에서도 더 수월하고 더욱 풍요롭게 살아가도록 서로서로 도와주는 친목 모임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제는 또한 모든 남녀 수도자를 기억하여야 한다. 수도자들은 주님의 집안에서 탁월한 자리를 차지하므로 온 교회의 선익을 위하여 그들의 영성 진보를 특별히 돌보아야 마땅하다. 또한 병자와 임종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방문하여 주님 안에서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30)
사목자의 임무는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참된 그리스도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그 본래의 임무이다. 그리고 공동체 정신은 지역 교회만이 아니라 보편 교회도 포함하도록 올바르게 계발되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는 오로지 자기 신자들만을 돌보지 말고, 선교 열정으로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께 이르는 길을 닦아야 한다. 특별히 예비 신자들과 새 신자들을 돌보며 그들이 단계적으로 그리스도인 생활을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공동체는 성찬례 거행에 그 기초와 중심을 두지 않으면 결코 세워질 수 없으므로, 공동체 정신을 기르는 모든 교육은 성찬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31) 성찬례 거행이 진실하고 충만한 것이 되려면 여러 가지 자선 활동과 상호 부조뿐 아니라 선교 활동과 다양한 형태의 증언으로 이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서 교회 공동체사랑기도와 모범과 참회 행위로 영혼들을 그리스도인도하는 참된 모성애를 실천한다. 사실 교회 공동체는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로 나아가는 길을 가리켜 주고 열어 주며 또한 신자들을 격려하고 부양하며 영적 싸움에서 힘을 북돋아 주는 확실한 수단이다.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건설에서, 사제들은 결코 어떤 이념이나 인간 집단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복음의 선포자이며 교회목자로서, 그리스도 몸의 영적 성장을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제 2 절 다른 사람들과 사제의 관계

7. 주교와 사제

[사제생활교령] 7. 모든 사제는 주교와 하나 되어 그리스도의 유일하고 동일한 사제직과 그 직무에 참여한다. 따라서 축성과 사명의 일치, 바로 그 자체가 주교품과 사제의 교계친교를 요구하고 있다.32) 사제들은 때때로 전례의 공동 집전에서 이 친교를 가장 잘 표현하고, 또 주교와 결합되어 성찬례 모임을 거행하고 있음을 고백한다.33) 그러므로 거룩한 서품 때에 사제들에게 주어진 성령의 은혜 때문에, 주교들은 그들을 하느님의 백성을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며 다스리는 교역과 임무에서 필요한 보조자와 조언자로 여긴다.34) 이것은 이미 교회의 옛 시대부터 전례 문헌들이 애써 밝히고 있다. 사막에서 모세의 영을 일흔 명의 지혜로운 원로들 마음에 나누어 주시어35) 모세가 그들의 도움으로 주님의 백성을 쉽게 다스리게 하셨듯이36) 주교는 “깨끗한 마음으로 백성을 도와 다스리도록 은총과 경륜의 영”을 수품 사제 위에 부어 주시도록37) 하느님께 장엄한 기도를 바친다. 바로 같은 사제직과 교역에서 이러한 친교를 이루고 있으므로, 주교들은 사제들을 자기 형제와 벗으로 여겨야 하고38) 힘닿는 대로 그들의 물질적 선익과 특히 영신적 선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자기 사제들의 성덕에 관한 막중한 책임이 주교들에게 있으므로,39) 주교들은 자기 사제단의 계속 교육을 위하여 지대한 배려를 하여야 한다.40) 주교들은 사목 활동의 필요와 교구의 선익과 관련되는 일에 대하여 사제들의 의견을 기꺼이 듣고 상의하며 그들과 함께 대화하여야 한다. 이를 실천하려면 현대의 상황과 필요에 알맞은 방법으로써,41) 법으로 규정될 형태와 규범에 따라, 교구를 통치하는 주교를 그들의 조언으로써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제단을 대표하는 사제들의 평의회 또는 원로원을 설치하여야 한다.42)
한편, 사제들은 주교들이 누리는 성품성사의 충만함을 염두에 두고, 주교들이 지닌, 최고 목자이신 그리스도권위를 존중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사제들은 자기 주교를 진실한 사랑과 순종으로 따라야 한다.43) 협력 정신으로 충만한 이 사제적 순종은 사제성품성사교회법파견을 통하여 주교 교역에 참여한다는 바로 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44)
주교들과 이루는 사제들의 일치는 우리 시대에 더욱더 요구되고 있다. 현대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도직 활동이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을 뿐 아니라 한 본당이나 교구의 경계를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사제도 따로 혼자서는 자기 사명을 잘 이행할 수 없으며, 교회 지도자들의 인도를 받아 다른 사제들과 힘을 합쳐야만 한다.

8. 사제들의 형제적 일치와 협력

[사제생활교령] 8. 사제들은 서품을 통하여 사제직의 품계에 세워졌으므로, 모든 사제는 서로 친밀한 성사형제애로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특별히 자기 주교 아래에서 한 교구에 봉사하도록 배속된 사제들은 그 교구 안에서 하나의 사제단을 형성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직무를 맡고 있지만, 사람들을 위하여 단일한 사제 교역을 수행하는 것이다. 본당 사목구의 교역 또는 초본당적 교역을 수행하거나, 학문 연구나 교육 활동에 종사하거나, 관할 권위의 승인 아래 유익하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노동자들의 처지에 동참하여 육체노동을 하거나, 다른 사도직 활동이나 사도직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모든 사제는 동일한 활동에 협력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참으로 모든 사제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운다는 하나의 목적을 함께 추구한다. 특히 현대에서 이 일은 복합적인 직무와 새로운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교구 사제이든 수도 사제이든 모든 사제가 서로 도와 언제나 진리의 협력자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45) 그러므로 모든 사제는 이 사제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더불어 각기 사도적 사랑봉사형제애의 특수한 관계를 맺는다. 이는 옛적부터 전례에서 이미 드러나 있다. 서품식에서 참석 사제들이 서품 주교와 함께 새 수품자에게 안수하도록 초대받을 때에, 또 성찬례를 한마음으로 공동 집전할 때에 그렇다. 그러므로 사제들은 각기 자기 동료들과 함께 온갖 협력과 기도사랑의 끈으로 결합되어, 그리스도께서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기를 바라셨던 그 일치를 드러내 보인다. 그 일치로 세상하느님 아버지께서 아들을 보내셨다는 것을 알게 된다.46)
그러므로 선배 사제들은 후배 사제들을 참으로 형제로서 받아들여, 교역 초기의 소임과 활동에서 그들을 도와주고, 비록 자신과 다르더라도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그들의 활동을 호의로 보살펴 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후배들도 선배들의 연륜과 경험을 존중하고, 사목 문제에 관하여 그들과 상의하고 기꺼이 협력하여야 한다.
사제는 형제애로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하지 말고,47) 선행과 나눔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며,48) 특히 병들고 고통 받는 사제들, 격무에 짓눌리거나 고독한 사제들, 조국에서 추방당하고 박해를 받는 사제들을 보살펴 주어야 한다.49) 또 친히 주님께서 지친 사도들을 부르시어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정신의 휴식을 위하여 즐겁게 기꺼이 함께 모여야 한다. 더 나아가서, 영적 지적 생활에서 상호 부조를 모색하고, 교역 수행에서 더 잘 협력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어쩌다 일어나는 고독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사제들 사이에서 어떠한 공동생활 또는 생활 공동체를 장려하여야 한다. 그것은 다양한 인적 사목적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곧 가능한 곳에서는 동거로, 또는 공동 식사로, 또는 적어도 빈번한 정기 회합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제 단체들도 중시하여 성실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사제 단체는 관할 교회 권위의 승인을 받은 정관에 따라, 적절하고 타당하게 인정된 생활 규율과 형제적 부조를 통하여, 교역을 수행하는 사제들의 성덕을 높여 주고, 이로써 사제단 전체에 대한 봉사를 그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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