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공의회문헌 COUNCIL

바티칸공의회문헌

교회 교리서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

하느님의 종들의 종 바오로 주교는 거룩한 공의회교부들과 더불어 영구적인 기록으로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1)을 공포한다.

머리말

1. 온 인류 가족과 교회의 긴밀한 결합

[사목헌장] 1. 기쁨희망(Gaudium et spes),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신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인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안에 모인 그들은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를 향한 여정에서 성령인도를 받으며,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여야 할 구원의 소식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는 인류와 인류 역사에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체험한다.

2. 공의회는 누구를 향하여 말하는가?

[사목헌장] 2. 그러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신비를 더욱 깊이 고찰한 다음, 이제 교회의 자녀들과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사람뿐 아니라 곧바로 인류 전체를 향하여 말하며, 현대 세계에서 교회의 현존과 활동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이에게 밝히고자 한다.
따라서 공의회인간의 세계를, 곧 인류 가족 전체와 인간이 살아가는 온갖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무대인 이 세계에는 인간의 노력과 실패와 승리가 새겨져 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계가 창조주사랑으로 창조되고 보존된다고 믿는다. 죄의 노예 상태에 떨어졌으나,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악의 권세를 쳐부수시고 해방시키신 이 세계는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변혁되고 마침내 완성될 것이다.

3. 인간에 대한 봉사

[사목헌장] 3. 오늘날 인류는 자신의 발명과 자신의 능력을 경탄하면서도 흔히 현대 세계의 변화, 우주 안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 개인 노력과 집단 노력의 의미, 마침내 사물과 인간의 궁극 목적과 관련하여 고뇌에 찬 문제들을 제기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모으신 하느님 백성 전체의 신앙을 증언하고 제시하는 공의회는 그러한 여러 문제에 대하여 인류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그 문제들을 복음에서 이끌어 낸 빛으로 비추어 주고, 교회성령인도로 그 창립자에게서 받은 구원의 힘을 인류에게 풍부히 제공함으로써, 그 백성이 들어 있는 온 인류 가족에 대한 연대와 존경과 사랑을 가장 웅변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진정 구원을 받아야 하고 인간 사회쇄신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간이, 육신영혼, 마음과 양심, 정신과 의지를 지닌 단일한 전 인간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 축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거룩한 공의회인간의 숭고한 소명을 천명하고 인간 안에 심어진 신적인 어떤 씨앗을 긍정하며, 이 소명에 응답하는 모든 이의 형제애를 증진하고자 교회의 성실한 협력을 인류에게 제공한다. 교회는 결코 현세적 야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교회는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 곧 성령인도로 바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오셨으며,2) 심판하시기보다는 구원하시고 섬김을 받으시기보다는 섬기러 오셨다.3)

서론 - 현대 세계의 인간 상황

4. 희망과 고뇌

[사목헌장] 4. 이러한 임무를 완수하고자 모든 시대에 걸쳐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각 세대에 알맞은 방법으로 교회는 현세와 내세의 삶의 의미 그리고 그 상호 관계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물음에 대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그 세계의 기대와 열망 그리고 때로는 극적이기도 한 그 특성을 인식하고 이해하여야 한다. 현대 세계의 주요한 몇몇 특징들은 다음과 같이 묘사할 수 있다.
오늘날 인류는 그 역사의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에는 급격한 변화가 점차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인간의 지능과 창조적 노력에서 일어난 변화는 인간 자체를 변화시켜, 개인과 집단의 판단과 열망, 사물과 인간에 대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바꾸고 있다. 이제는 진정한 사회적 문화적 변혁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변혁은 종교 생활에도 미치고 있다.
어떠한 성장의 위기에서나 그러하듯, 이 변혁에도 가볍지 않은 어려움들이 따른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의 힘을 그토록 널리 펼치면서도 언제나 그 힘이 인간을 섬기도록 다스리지는 못한다. 인간 정신의 내면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려고 노력하면서도 흔히 제 자신에 대해서는 더더욱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생활의 법규는 점차 더욱 분명하게 찾아내면서도, 사회생활의 방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이토록 풍요로운 재화와 능력과 경제력을 누려 본 적은 결코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인구의 상당수는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며 무수한 사람들이 완전 문맹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이 오늘날처럼 예리한 자유 의식을 가져 본 적이 결코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심리적 예속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는 또한 각자의 상호 의존과 필연적인 연대로 하나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그토록 절감하면서도, 서로 싸우는 세력들이 일으키는 극도의 대립으로 분열되어 있다. 정치, 사회, 경제, 인종, 이념의 극심한 분쟁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모든 것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전쟁의 위험도 없지 않다. 사상의 교류는 증대되고 있지만, 주요 개념들을 표현하는 말마디 자체가 서로 다른 이념 속에서 아주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끝으로, 더 나은 현세 생활은 열심히 추구하고 있지만, 정신적 발전은 걸맞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토록 복합적인 상황에 놓인 수많은 우리 동시대인들은 영원한 가치를 참으로 깨닫지 못하고 또 이를 새로운 발견과 조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 희망과 고뇌의 와중에서 동요하고 있는 사람들은 세계의 현재 상황에 대하여 서로 물어 보며 불안에 짓눌려 있다. 그러한 세계 상황은 사람들에게 응답을 촉구하고 또 강요하고 있다.

5. 급격한 변화

[사목헌장] 5. 오늘날의 정신적 동요와 생활 조건의 변화는 더욱 광범위한 세계 변혁과 직결되어 있다. 그 결과로 정신 형성에서는 수학과 자연 과학 또는 인간 자체를 다루는 과학이 더욱 중시되고, 행동 영역에서는 그러한 과학의 소산인 기술이 더욱더 중시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 정신이 과거와는 다른 문화 형태와 사고방식을 지어 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지구의 면모를 바꾸어 놓고 이제는 우주 정복에 나서고 있다.
인간 지성은 또한 시간에 대한 그 지배 영역을 어느 정도 확장하였다. 역사 지식의 힘으로 과거를 지배하고 예측 노력과 계획화로 미래를 지배하게 되었다.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의 진보는 인간이 자신을 더 깊이 인식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여 사회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도록 도와준다. 동시에 인류는 인구 증가의 예측과 그 조절에 대하여 더욱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 자체의 흐름도 개인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인류 사회는 이제 하나의 공동 운명을 지니게 되어, 더 이상 여러 가지 역사로 흩어질 수 없다. 이렇게 인류는 정적인 세계관에서 더욱 역동적이고 발전적인 세계관으로 넘어가고 있다. 여기에서 수많은 문제들의 방대하고 새로운 복합성이 출현하며, 이는 새로운 분석과 종합을 요구한다.

6. 사회 질서의 변화

[사목헌장] 6. 그리하여 가부장제의 가족, 씨족, 부족, 부락과 같은 전통적 지역 공동체들과 다양한 집단과 사회인간관계는 날로 더욱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다.
산업 사회의 형태가 점차 확산되어, 어떤 나라들을 경제적인 풍요로 이끌며 수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사회생활의 개념과 조건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비슷하게, 도시 생활의 문화와 그 욕구가 증가하여, 도시들과 도시인들이 불어나고 또 도시 생활이 시골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적인 새로운 수단들이 여러 사건들을 알리고 사상과 감정을 매우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여 수많은 연쇄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수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주하게 되고 거기에서 자신의 생활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사실도 경시할 수 없다.
이렇게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인간관계가 끊임없이 증가되고 동시에 ‘사회화’ 자체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사회화가 언제나 적절한 인격 성숙과 진정한 인간관계(‘인간화’)를 증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 발전과 기술 진보의 편의를 이미 누리고 있는 나라들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또한 자기 지역에서 산업화와 도시화의 혜택을 얻고자 열망하는 민족들이 여전히 개발 노력을 기울이도록 부추기고 있다. 그러한 민족들은, 특히 더 오랜 전통을 지닌 민족들은 동시에 더욱 성숙하게 더 개인적으로 자유를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겪고 있다.

7. 정신과 도덕, 종교의 변화

[사목헌장] 7. 인간 정신과 사회 구조의 변화는 흔히 기존 가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서 그렇다. 젊은이들은 때때로 인내심을 잃고 또 고뇌로 반항하기도 하며,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더 일찍 사회생활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이 때문에 흔히 부모들과 교육자들은 자신의 임무 수행에서 날로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선대에서 물려받은 제도와 법규, 사고방식과 생활 감정이 오늘날의 현실 상황에 언제나 잘 맞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행동 방식과 그 규범에 중대한 혼란이 일어난다.
마침내 새로운 상황은 종교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으로, 더욱더 날카로워진 비판력이 마술적인 세계관과 아직도 떠도는 미신에서 종교정화하고, 날로 더욱 인격적이고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요구한다. 이로써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더욱더 생생하게 깨닫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종교 실천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 시대와 달리, 신이나 종교를 부정한다거나 거기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하거나 유별난 일이 아니다. 오늘날 이는 마치 과학의 진보나 어떤 새로운 인본주의의 요구처럼 드물지 않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여러 지역에서 철학자들의 주장으로 표현될 뿐 아니라, 문학, 예술, 인문 과학과 역사 해석, 그리고 국가 법률에까지 널리 영향을 미쳐,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동요되고 있다.

8. 현대 세계의 불균형

[사목헌장] 8. 이토록 급속한 사태의 변화, 흔히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변혁은 물론, 세상에 가득 찬 불평등에 대한 한층 더 예리한 의식 그 자체가 모순과 불균형을 낳고 또 심화시킨다.
인간 자체에서도 현대의 실천적 지성과 이론적 사색 사이에 더욱더 자주 불균형이 일어나, 자기 지식의 총체를 지배하지도 못하고 이를 종합하여 직접 정리하지도 못한다. 또한 실용 능률의 추구와 도덕적 양심의 요구 사이에서, 또 사회생활 조건과 개인의 사색과 명상의 요구 사이에서 자주 불균형이 생겨난다. 끝으로, 인간 활동의 전문화와 사물의 전체적 전망 사이에서 불균형이 일어난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인구, 경제, 사회의 중압적인 조건에서, 또는 세대 차에서 오는 어려움에서, 또는 남녀간의 새로운 사회관계에서 불평등이 생겨난다.
또한 여러 종족들 사이뿐 아니라 사회의 여러 계층 사이에서, 부강한 나라와 빈약한 나라 사이에서, 여러 민족들이 평화 염원으로 만든 국제 기구와 자기 이념 선전의 야욕은 물론 국가나 다른 단체의 집단적 탐욕 사이에서 커다란 불평등이 생겨나고 있다.
거기에서 상호 불신과 증오, 분쟁과 환난이 일어나, 인간 자신이 바로 그 원인이 되고 동시에 희생 제물이 된다.

9. 인류의 보편적인 열망

[사목헌장] 9. 그러면서도 피조물들에 대한 지배를 날로 더욱 강화할 수 있고 또 강화하여야 한다는 인류의 확신이 커져 간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날로 더 나은 봉사를 하고 개인과 집단이 본연의 존엄을 긍정하고 발전시키도록 도와주는 그러한 정치, 사회,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인류의 의무라는 확신도 커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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