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헌장] 18.
죽음 앞에서
인간 운명의 수수께끼는 절정에 이른다.
인간은 꺼져 가는 육체의 쇠약과
고통에 괴로워할 뿐 아니라
영원한 소멸의 공포에 더더욱 괴로워한다. 바로 자기 마음의 본능에 따라 그렇게 여기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완전한 몰락과 결정적인 파멸을 배척하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영원의 씨앗은 한갓 물질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어서
죽음을 거슬러 일어선다. 온갖 기술의 시도가 제아무리 유익하다 하여도
인간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는 없다. 생물학적 수명의 연장은
인간의 마음속에 결코 지울 수 없이 새겨진 저 피안의 삶에 대한 갈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