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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신앙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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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제 2 장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나이다 제3절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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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단락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

512 신경은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해서 단지 강생(잉태와 탄생)과 파스카(수난, 십자가에 달리심, 돌아가심, 묻히심, 저승에 가심, 부활, 승천)의 신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예수님의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은 생활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명백하게 말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예수님의 강생파스카에 관한 신앙 조문은 그리스도의 지상 생활 전체를 밝혀 준다.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처음부터……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사도 1,1-2)은 강생파스카신비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513 교리 교육은 상황에 맞추어 예수신비의 풍요로움을 모두 전개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리스도 생애의 모든 신비들에 공통되는 몇몇 요소들(I)을 지적하고, 다음으로 예수님의 사생활(II)과, 공생활(III)의 주요한 신비들을 개괄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I.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신비이다

514 복음서는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있지 않다. 그분의 나자렛 생활에 대해서도 거의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공생활의 많은 부분도 언급하지 않는다.(186) 복음서에 기록된 것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
515 복음서는 최초로 신앙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187) 다른 사람들과 그 신앙을 나누기를 원하였던 사람들이 기록한 것이다. 그들은 신앙으로 예수님께서 누구신지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분의 지상 생활 전체에서 그 신비의 자취를 볼 수 있었고, 또 보여 줄 수 있었다. 당신 탄생 때의 포대기에서부터(188) 수난의 신 포도주(189) 부활 때의 수의에(190) 이르기까지 예수님 생애의 모든 것은 그분의 신비를 가리키는 표징이다. 예수님의 행적과 기적과 말씀을 통해서 “온전히 충만한 신성육신의 형태로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고 있다.”(콜로 2,9)는 사실이 계시되었다. 그분의 인성은 이처럼 ‘성사’, 곧 그분의 신성과 그분께서 가져오시는 구원징표와 도구로 나타난다. 그분의 지상 생활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신비, 곧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구원의 사명을 수행하신다는 사실이다.

예수님 신비의 공통 특징들

516 그리스도의 전 생애 ─ 말씀과 행동, 침묵과 고통, 존재와 표현 방식 ─ 는 성부의 ‘계시’이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하고 말씀하실 수 있었으며, 성부께서도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하고 말씀하실 수 있었다. 우리 주님께서는 성부의 뜻을 이루시고자 사람이 되셨으므로,(191) 그분 신비의 사소한 모습들도 우리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우리에게 드러내 준다.(192)
517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속량’의 신비이다. 속량(贖良)은 무엇보다도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지지만,(193) 신비그리스도의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강생으로 스스로 가난해지시어 그 가난으로 우리를 오히려 부요하게 하신다.(194) 그분의 숨겨진 생활에서는 순종으로(195) 우리의 불순종을 보상하신다. 그분의 말씀은 듣는 사람들을 정화한다.(196) 그리고 그분은 치유와 구마(驅魔)로써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지셨다”(마태 8,17).(197)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심으로써 마침내 우리를 의롭게 하신다.(198)
518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총괄 실현’(recapitulatio)의 신비이다. 예수님께서 행하시고 말씀하시고 고통 받으신 모든 것은 타락한 인간의 원초적인 소명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느님의 아들이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실 때, 그분께서는 자신 안에서 인간역사 전체를 총괄적으로 실현하시고, 우리에게 구원의 지름길을 마련해 주셨다. 그러므로 아담으로 잃은 것, 곧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되찾게 된다.(199) 이 때문에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과의 친교를 회복시켜 주시려고 인생의 온갖 단계를 거치셨다.(200)

우리가 예수님의 신비에 참여하는 친교

519 그리스도의 모든 풍요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이요, 모든 사람의 재산이다.”(201)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사셨다. “우리 인간과 우리의 구원을 위한”(202) 강생에서부터 “우리의 죄 때문에”(1코린 15,3) 돌아가시기까지, 그리고 “우리를 의롭게 하시려고”(로마 4,25) 부활하시기까지 당신 일생을 사셨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분께서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고”(1요한 2,1), “늘 살아 계시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빌어 주신다”(히브 7,25). 그분께서는 단 한 번 영원히 우리를 위하여 살고 고통 받으신 그 모든 것을 지니시고 항상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 앞에”(히브 9,24) 계신다.
520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해 우리의 모범이 되신다.(203) 그분은, 당신 제자가 되어 당신을 따르라고 우리를 초대하시는 “완전한 인간(204) 이시다. 당신을 낮추심으로써 우리에게 본을 보여 주셨으며,(205) 몸소 기도하심으로써 우리를 기도로 이끄시고,(206) 친히 가난한 사람이 되심으로써 우리가 가난박해자유롭게 받아들이도록 이끄신다.(207)
521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살며 겪으신 모든 것을 우리가 당신 안에서 그대로 살게 하시고, 그분께서는 우리 안에서 그것을 살며 겪으신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바로 그분께서 당신의 강생으로 당신을 모든 사람과 어느 모로 결합시키셨다.”(208) 우리는 그분과 하나 되게 부름 받은 사람들이다.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우리의 모범으로 당신의 육신 안에서 사신 삶에 우리를 당신 몸의 지체로서 참여하게 하신다.
우리는 예수님의 실존과 신비들을 우리 안에서 지속시키고 성취해야 합니다.……그 신비들이 우리와 온 교회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성취되도록 자주 기도해야 합니다.……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우리와 온 교회에 그 신비들을 나누고 확장시키며 또 계속하고자 하는 원의를 갖고 계십니다.……이 일은 우리에게 주시기로 계획하신 은총과 그 신비들을 통하여 우리 안에 이루시려는 만큼 효과를 봅니다. 이렇게 하여 그분께서는 그 신비들을 우리에게서 완성하시고자 합니다.(209)

II. 예수님의 어린 시절과 숨은 생활의 신비들

준비

522 하느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시는 이 큰 사건을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오랜 세기 동안 이를 준비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첫째 계약”의(210) 예식과 희생 제사, 표상과 상징들을 모두 그리스도를 향해 집중시키셨으며, 계속 출현하는 이스라엘 예언자들의 입을 통해서 그분을 예고하신다. 그 밖에도 이교인들의 마음속에 그분께서 오시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불러일으키신다.
523 세례자 요한주님의 길을 닦기 위하여(211) 파견주님 직전의 선구자이다.(212)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예언자”(루카 1,76)인 요한은 모든 예언자를 능가하는(213) 마지막 예언자이며(214) 복음의 시작이다.(215) 그는 자기 어머니의 태중에서부터 세상에 오시는 그리스도께 인사를 드렸고,(216)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이라고 부른 “신랑의 친구”(요한 3,29)가 됨을 기뻐했다.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루카 1,17) 예수님에 앞서 온 그는 설교회개의 세례,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순교예수님을 증언한다.(217)
524 교회는 매년 대림 시기 전례를 거행하면서 실제로 메시아를 기다린다. 신자들은 구세주의 첫 번째 오심에 대한 오랜 준비에 참여함으로써 그분의 재림에 대한 열렬한 소망을 새롭게 한다.(218) 교회는 ‘선구자’의 탄생과 순교기념하여 그의 소망과 일치한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성탄의 신비

525 예수님께서는 외양간에서, 가난가정에서 비천하게 태어나셨다.(219) 순박한 목동들이 이 사건의 첫 증인들이다. 이 가난에서 하늘의 영광이 드러난다.(220) 교회는 이날 밤의 영광을 끊임없이 노래한다.
동정녀 오늘 영원하신 분을 세상에 낳으시고
땅은 가까이할 수 없는 그분께 동굴을 내드립니다.
천사들과 목동들이 그분을 찬양하고
동방 박사들은 별을 따라옵니다.
영원한 하느님, 작은 아기 당신께서
우리를 위하여 탄생하셨기 때문입니다!(221)
526 하느님 앞에서 ‘어린이처럼 되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이다.(222)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어야 하고,(223) 작은 이가 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하느님의 자녀”가(224) 되기 위하여 “하느님에게서 나고”,(225) “위로부터 태어나야”(요한 3,7) 한다. 성탄신비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모습을 갖추실”(226) 때 우리 안에서 성취된다. 예수 성탄신비는 이 ‘기묘한 교환’의 신비이다.
감탄하올 교환이여, 창조주께서 육신영혼을 취하시어 동정녀에게서 나시기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남자의 관여 없이 사람이 되셨으며, 우리를 그 신성에 참여하게 하셨도다.(227)

예수님 어린 시절의 신비

527 예수님의 할례는 태어난 지 여드레째 되는 날 이루어지는데,(228) 이는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고 계약의 백성의 일원이 되는 표시이며, 율법에 속하는(229) 표시이고, 당신의 전 생애 동안 이스라엘예배에 참여할 자격을 얻는 표시이다. 이 표시는 ‘그리스도의 할례’, 곧 세례의 예형이다.(230)
528 주님 공현은 예수님께서 이스라엘메시아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세상구원자이시라는 것을 드러낸다. 주님 공현은 요르단 강에서 받은 그분의 세례와, 카나의 혼인 잔치,(231) 그리고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예수님을 경배한 사실을 기념한다.(232) 복음은 주변의 이교(異敎)들을 대표하는 이 박사들이 강생을 통한 구원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인 민족들의 시초라고 본다. 박사들이 “유다인들의 임금께 경배하러” 예루살렘에 온 것은,(233) 다윗의 별이 비추는 메시아의 빛을 받아,(234) 장차 만민의 왕이 되실 분을(235) 이스라엘에서 찾았음을 보여 준다. 동방 박사들이 찾아온 것은 이방인들이 유다인을 향하고,(236) 그들로부터 구약에 담겨 있는 메시아에 대한 약속을 받아들일 때만 예수님을 찾을 수 있고,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과 온 세상구원자로 경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237) 주님 공현은 “많은 이방인들이 구약 성조들의 가문에 들어가고”(238) 이스라엘의 특전(239) 을 누리게 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529 예수님을 성전에서 바침은(240) 아기 예수님께서 주님께 속한 맏아들이심을(241) 보여 준다. 예언자 시메온과 한나와 함께 온 이스라엘은 기다렸던 구세주를 맞으러 온다(비잔틴 전통은 이 사건을 ‘주님 맞이’라고 부른다). 예수님께서는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 “만민의 빛”, “이스라엘의 영광”으로 인정되셨으나, “반대받는 표적”이기도 했다. 마리아에게 예언된 고통의 날카로운 칼은 또 하나의 봉헌, 곧 하느님께서 “모든 민족 앞에 준비하신” 구원을 베푸실 저 완전하고 유일한 십자가봉헌을 예고한다.
530 이집트 피난과 죄 없는 아기들의 학살은(242) 빛에 대한 어둠의 저항을 나타낸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11). 그리스도께서는 전 생애를 통하여 많은 박해를 받으셨다.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도 그분과 함께 이 박해를 나누어 받게 된다.(243) 예수님께서 이집트에서 올라오신 일은(244) 이집트 탈출을 상기시키며,(245) 그분을 결정적인 해방자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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