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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인쇄


   1. 일반적인 천공신(天空神) 개념 : 하느님은 우리말로는 하늘, 한자(漢字)로는 천(天)의 존칭어인데, 광활하고 높은 창공은 종교적 궁극자 및 최고원리의 상징으로서 인류 종교현상 속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종교표현이다. 종교학자들은 고대인들이 하늘이나 땅을 단순한 현상이나 물체로 예배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나타나는 신적인 힘을 보고 그 거룩함신성을 경외한 것임을 밝혀내었다. 가장 오래된 문자문화를 지닌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아누(Anu)신, 가나안 지방의 엘(EI)신, 그리스의 제우스(Zeus)신들은 모두 천공신(天空神)으로서 다신(多神)들 중에서 그들이 아버지 혹은 천상회의의 임금으로서 권위상징이었다. 세계적 종교로 발전했던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 유태교야훼(Yahweh), 이슬람교의 알라(Allah)신 역시 천공신이었는데, 예언자들의 종교개혁에 의하여 최고신에서 유일신 신앙으로 확립되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원시사회에서도 천공신 신앙이 거의 보편적으로 발견되어 다신적 신앙체계 속에서도 최고신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아프리카 요루바(Yoruba)족의 올로룬(Olorun)은 비인격적이고 소리가 없는 천공신인데 최고신으로 신앙되고 있고, 딘카(Dinka) 족의 느히알릭(Nhialic)은 ‘위’를 뜻하는데 사람들을 만들었고 정의의 원천으로 재앙을 내리는 최고신이다. 이와 같은 최고신 개념은 라틴아메리카의 토착신앙 속에서도 발견되어 우주의 주인 · 아버지 · 왕 · 통제자로 믿어지고 있다.

   20세기 전반기에 종교현상학을 확립시킨 크리스텐센(W. Brede Kristensen)은 종교적 인간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최고의 실재원리를 보았으며, 세상의 다양성 속에서도 일치를 가져오는 우주적 질서와 규범의 이미지를 그 안에서 보았다고 지적하였다[Phenomenology of Religion, 41면]. 결국 천공신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자연인간사회 모두를 지배하는 의지(governing will)로,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키우는 질서와 축복의 원천적인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재앙 · 파괴 · 죽음을 가져오는 꿰뚫어 불 수 없는 힘이기도 하였다. 하늘의 이런 지배하는 의지를 나타낸 가장 대표적인 예를 크리스텐센은 고대중국의 천명(天命)사상에서 보았는데, 사실 중국의 종교전통은 천(天)사상을 계속 해석하면서 천인(天人)관계의 이해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포함되는 중국문화권에서의 천공신 개념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다른 두 종교학자들의 천공신에 대한 일반적 설명을 먼저 언급하겠다.

   벤 데어 레우(G. van der Leeuw)는 하늘은 인간과 다른 절대타자(絶對他者, the wholly Other)로서 인간 이성초월하는 신성 그 자체인(numen)의 표현이기 때문에 종교인의 마음 안에 특정한 모습을 띨 필요조차도 없이 있는 하늘 그대로로서 충분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Religion in Essence and Manifestation, 65면]. 엘리아데(Mircea Eliade)는 천공신이 초월성 · 권위 · 영원성 등을 계속 간직하면서도 비를 내려 땅에 풍작을 주는 특성이 점점 폭풍우신 등[Marduk神이나 Baal神 등] 다른 신들에 의하여 대치되어 천공신은 실질적 종교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고 은퇴되는 현상을 묘사한다. 또 한 가지 그가 지적한 사실로 우리에게 흥미로운 것은 천공신과 태양신의 관계이다. 태양을 최고신으로 숭배하는 예는 이집트, 멕시코, 페루 등 실제로 세계의 몇 안 되는 지역에서만 발견되는데, 엘리아데는 이 현상을 천공신이 창조자라는 개념으로부터 풍요다산(豊饒多産)의 신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나온 예로 보았다[≪종교형태론≫ 140~145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천공신과 태양신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설명되어 태양은 어디까지나 하늘 밑에 종속되어 있다.

   2. 중국의 천(天)개념 : 중국 고유의 사상에는 유교(儒敎)는 물론 도교(道敎)와 민중 신앙에서도 초기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천 내지 천도(天道)나 천리(天理)의 개념이 최고신 내지 절대원리로서 인간의 인격형성과 상벌의 궁극적 규범으로 존재하여 왔다. 우선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료인 갑골문(甲骨文)을 보면, 자연과 국가의 운명을 주관하는 최고신으로 제(帝) 내지 상제(上帝)가 나타난다. 상제는 비 · 바람 · 번개 · 구름을 좌우하여 추수를 주관하며 자연적 재앙과 국가의 열망권까지를 쥔 초월자로서 어떤 자연물이나 자연 전체와도 일치되지 않는 추상적 존재이며 권위의 원천이었다. 왕(王)은 여일인(余一人)이라고 자칭하여 인간을 대표하며 상제축복을 백성에게 전하는 유일한 매개체의 역할을 하였다. 왕이 죽으면 상제의 손님이 된다고 믿었으며[賓於帝], 상제의 명령을 전하는 사방제(四方帝)와 더불어 천상궁전의 일원이 되어 조상신으로서의 권한을 부여받았다.

   서주시대(西周時代)에 들어와 상제는 ‘천’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고 시경(詩經)이나 서경(書經)에 의하면 실질적으로 천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임을 알 수 있다. 상제가 높은 천상의 임금이라는 인격적 표현이라고 한다면, 천은 창공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면서 천공신으로서의 최고신 내지 절대원리의 복합적인 뜻을 지닌 상징적 표현이라고 하겠다. 천공신으로서의 천은 조물자(造物者)로서 시경에 보면, “하늘이 높은 산을 만들었고 위대한 문왕은 그것을 다스린다”라고 하였고[周頌, 天作], 주재자(主宰者)로서 “하늘이 모든 백성을 낳으시니, 사물이 있은즉 그 안에 원리가 있다”[大雅, 蕩과 烝民]고 하였다. 그러나 높은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서[大雅, 文王]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인간이 알아보기 어려운 면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小雅, 十月之交]. 서주 초기에 확립된 천 사상의 정치적 측면은 천이 덕(德)이 있는 사람에게 백성을 지배할 왕권을 부여한다는 천명사상과 그렇기 때문에 왕이 덕을 잃으면 천명도 바뀐다는 역명(易命)사상 이었다. 천이 백성의 안녕을 중시하기 때문에 천명을 보존하기 위하여는 덕 있는 정치를 베풀어야 된다는 정치이상은 임금과 백성 모두에게 경천(敬天)사상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물론 정치적 혼란기에는 천을 향한 호소와 탄식의 시들이 씌어지고 정치적 혼란 그 자체가 종교적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노력이 중시되어 가면서도 계속 도덕과 질서의 궁극적 원천으로서의 천신앙은 존중되었다.

   중국사상의 황금기라고 일컫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전국시대(기원전 5~3세기)에 이르면 중국 종교전통의 뼈대를 이루는 세 가지 학파가 고대로부터의 천신앙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정통사상을 대표하게 되는 유가(儒家)에서는 천을 인간 안에 주어진도덕성[論語에서의 德, 孟子에서의 性]의 궁극적 근원으로 해석하여 인간본성을 다하여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 천을 알고 섬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공자(孔子)의 사상체계에서 천은 밖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인(仁)을 이룬 군자(君子)의 궁극적 규범으로 인간 내면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유교천사상의 고전적인 예를 논어(論語)에서 찾는다면, 천은 공자에게 도덕적 문화를 전수할 사명을 맡긴 역사의 주재자로서 공자를 이해하는 유일한 길이며 동시에 말없이 4계절을 이루게 하고 부귀와 생사를 주관하는 궁극원리이다.

   한편 묵가(墨家)에서는 차별 없이 모든 이를 이롭게 한다는 겸애(兼愛)를 하늘의 뜻[天志]으로 보아 모든 인간사의 절대규범으로 규정하였다. 묵자의 상동(尙同)사상으로 하늘의 뜻이 왕을 통해 매개된다든지, 귀신이 하늘이 정한 상벌을 집행한다는 점에서 묵가는 보수적이며 민중신앙에 가깝게 대표하고 있다고 보겠다.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에서 발견되는 도가(道家)의 천해석은 묵가는 물론 유가보다도 더욱 급진적이었다. 인격적이던 상제개념을 형이상학화하여 만물의 기원이며 동시에 만물을 무위(無爲)로 키우는 원리로서 천도 혹은 도(道)라고 불렀다.

   전국시대에 확립된 이렇게 다양한 천 해석은 순자(筍子) 이후로 활발해진 융합적 경향으로 서로 합쳐져서 유교경전으로 받아들여진 주역(周易) 안에는 전통적 최고신으로서의 천 개념을 보유함과 동시에 지(地)와 더불어 음양(陰陽)을 이루기도 하고 계사전(繫辭傳)에서는 음양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태극(太極)이라는 궁극적 존재철학화되기도 하였다. 이런 철학화의 경향은 송대(宋代)의 성리학(性理學)에서는 더욱 가속화되어 주돈이(周敦頤)는 모든 것의 근본인 태극을 무극(無極)으로 표현하였고, 주자(朱子)는 이것을 다시 천리(天理)라고 하였다. 태극 · 무극 · 이(理)는 모두 전통적인 천의 철학적 해석으로 궁극적 실재로서 하나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 안에 있어서 모든 물체나 관계는 천리를 가지고 있다. 주자 자신이 천은 형체로는 창공을 가리키고, 주재자로서는 상제이며, 동시에 ‘이’라고 그의 강의록[朱子語類 25, 79 등]에 말한 것은 전통적 천 사상과 철학적 새로운 해석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3. 한국의 하느님 개념 : 고려말부터 주자학이 한국에 전래되면서 위에서 살펴본 복합적인 유교천사상이 한국인의 의식 속에 들어오게 되는데, 놀랄 정도로 어떤 거부감이나 알력이 없이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한국인들의 종교전통 안에 천 사상이 깊이 뿌리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역사에 나타난 하느님 사상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천 신앙이 왕과 연결된 점(占)의 기록 내지 종묘제사를 위한 찬가[頌]에서 보여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최초의 하느님 신앙은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고기(古記) 등, 지금은 전승되지 않는 옛기록을 인용하여 전하는 왕국의 시조신화(始祖神話)에서 찾을 수 있다. 고조선 단군신화의 환인(桓因)은 천상 세계에 거처하는 최고신으로 아들 환웅(桓雄)에게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내려 보내고, 환웅이 거느린 풍백(風伯) · 우사(雨師) · 운사(雲師)는 바람 · 비 · 구름으로 은(殷)의 갑골문에서 보이는 상제의 사자(使者)들과 같이 인간세계에 천공신의 뜻을 전한다. 북부여의 해모수(解慕漱)는 천제(天帝)로 땅에 내려와 나라를 세웠고, 그 아들도 상제의 명령으로 도읍을 동부여로 옮겼으며 아들을 바라다가 돌 속에서 금빛나는 어린애를 구해 양자로 하며 “하늘[天]이 나에게 아들을 주심이로다” 하고 기뻐하였다. 고구려의 주몽도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강의신[江神]인 하백(河伯)의 딸 유화(柳花)를 유인하여 잉태되었는데, 유화가 갇힌 방 속에 햇빛이 비치고 알을 낳아 태어났다. 여기서 햇빛을 태양신으로 주몽을 낳게 한 주체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천신의 능력이 내려오는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것은 성장한 주몽이 박해를 피해 도망가는 도중 강가에서 고기와 자라에게 다리를 놓으라고 명하는 말 속에서도 확인된다. “나는 천제의 아들이요, 하백의 외손이다.” 곧 주몽을 낳게 한 주체는 최고신인 천제 하느님이요, 햇빛은 그 능력 내지는 사자의 역할을 하며 주몽은 범인과 달리 처음 알로 태어나서 그 껍질을 깨고 나왔다는 것이다. 천 ⇒ 햇빛 ⇒ 알이라는 같은 구조는 신라의 세 왕족가문의 시조인 박혁거세(朴赫居世), 석탈해(昔脫解), 김알지(金閼智)의 탄생설화에서 그대로 반복된다. 우선 박혁거세의 설화에서 육부(六部)의 조상들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왔고, 그들이 흰 말이 꿇어앉아 절하는 데서 본 것도 하늘에서 땅에 비치는 기운이었으며 그 속에서 혁거세가 들은 알을 찾자 흰 말은 하늘로 올라갔다. 석탈해와 김알지는 알 대신 궤 속에서 나오지만 하늘을 향해 길흉을 묻는 것과 하늘에서 땅에 내린 광명 등 모두 주체가 하느님임을 알 수 있다. 수로왕(首露王)의 설화도 같은 구조를 지니고 하늘이 왕위에 오르게 하였음을 천명한다. 특히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 속에서 하늘과 태양의 관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들이 기적적으로 일본으로 가 그곳의 왕과 왕비가 되었을 때 해와 달의 빛이 없어지자 왕의 사자가 가서 돌아오기를 청하였다. 그들은 하늘의 명령으로 온 것이니 어찌 할 수 없다고 하며 고운 명주비단을 하늘에 제사지내라고 하였다. 그 말대로 제사를 지냈더니 해와 달이 그 전과 같아졌다고 하였다. 결국 한국 신화들에 보이는 최고신은 천공신, 곧 하느님이며, 태양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햇빛으로 백마와 마찬가지로 사자의 역할 및 능력의 표현일 뿐이다. 그리고 곰, 닭, 강신 및 용왕의 딸 등은 지모신(地母神)의 상징으로서 음양사상에 근거하여 하늘의 정기와 땅의 정기가 결합하여 인간세계를 낳았다는 사상을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천공신과 태양신을 동일시하거나 천제를 태양이 신격화한 존재로 보려는 해석은 [≪한국사≫ 2권 49면, ≪한국사강좌≫ 1권 21면 등] 신화 자체의 구조는 물론 계속되는 전통에서도 확인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태양신과 천신을 동일시하려는 것은 ≪삼국유사≫ 안에서 환인은 “제석(帝釋)을 이른다”고 주석을 붙인 데서 기인하는데, 제석 등 모든 불교천계신(天界神)들은 인드라를 비롯한 deva의 번역으로 아직도 윤회의 미계(迷界) 속에 있는 신들로서 부처에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를 말하였다. 곧 절대신이나 최고신을 소유하지 않는 불교의 deva로서의 천과 한국 고유사상의 하늘과는 그 구조가 상이해서 위의 주석은 혼란을 일으킬 뿐이다.

   한국 고유사상의 하느님은 오히려 중국의 천 사상에 흡사해서 유교 성리학에서 말하는 천리가 철학화되어 종교성에는 약하지만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삼국시대에 천제에게 드리는 제사인 교(郊)에 돼지를 바친 기록들이 나오고, 고려시대에도 계속 둥근 하늘을 본떠서 만든 원구(圓丘)에서 매년 동지 및 비를 빌기 위해 하느님께 제사를 지냈다. 조선조 태종(太宗) 때에 이르러 유학이 국가 이념으로 정비되면서 조선이 제후국이라 하여 하늘에 임금이 제사지내는 것을 폐지하였는데 고종(高宗)이 황제위에 즉위하며 이를 회복하였다[김경탁, <하느님 관념 발달사> 한국원시종교사 2, ≪한국문화대계≫ 6권 172면]. 그러나 이런 정치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예식이 종교학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할 수는 없고, 오히려 민중 속에 내려온 무속신앙 안에서의 하느님 개념과 한국 유학자들 속의 하느님 개념이 어떠하였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우선 무속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많은 신령들에 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당들은 하느님이라는 최고신의 개념을 막연하게나마 배경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김태곤, ≪한국무속연구≫ 288~289면, 유동식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 26~26면]. 그리고 한국유학자들의 경(敬)사상에는 마음을 경건하게 하고 상제를 대하듯 공경스런 태도로 모든 일에 전념하라는 것으로 초기 유학 및 한국 전래의 경천사상이 실천면에서 긍정되고 종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중국에 처음 그리스도교를 소개하는데 성공한 마테오 리치(Matteo Ricci)가 유교경전에 나오는 상제 혹은 천이 그리스도교의 하느님과 같은 절대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야훼를 천주(天主)라고 번역하고 유교적 용어를 빌어 그리스도교를 중국 지식인들에게 소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그가 쓴 ≪천주실의≫(天主實義)를 읽는 조선조 후기의 실학의 선구자요 서학(西學)의 학문적 연구를 시작한 이익(李瀷)은 “천주는 곧 유가의 상제이다”라고 평하였다. 이 근본적 공통점이 그리스도교가 짧은 시일내에 한국인들의 심성에 깊이 뿌리박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사실이었다.

   한편 1860년 이후 사회정치적 불안 속에서 신흥종교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최초의 민중운동이었던 동학(東學)을 일으킨 최제우(崔濟愚)는 서학에 대항하여 하늘로부터 도를 받았다는 확신에 차 있었고 세상이 어지럽게 된 것은 세상 사람들이 천명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아 지성으로 하느님을 공경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가 표방한 ‘시천주’(侍天主)가 2대 교주인 최시형(崔時亨) 시기에는 양천주(養天主)로 되어 사람은 모두 본래 하느님을 모시므로 “사람이 곧 하느님이다”[人卽天]라고 해석되었고, 더 나아가 3대 주교인 손병희(孫秉熙) 시기에는 ‘인내천’(人乃天)이라는 표어가 천도교의 요지로 선언되어 천은 곧 인간의 마음이라고 해석되었다[최동희, <한국 동학 및 천도교사> ≪한국문사사대계≫ 6권 755~770면]. 그 밖에도 증산교(甑山敎)의 구천상제(九天上帝), 대종교(大倧敎)의 한얼신(神)들은 모두 신흥종교에서 전통적 하느님 사상을 수용하여 각기 다르게 해석한 예라 하겠다.

   끝으로 한국 고유의 하느님 신앙그리스도교가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를 고찰하겠다. 구약성서이스라엘인들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및 가나안 지방의 하느님 신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좋은 모범을 보여 준다. 최고신이던 천공신 ‘엘’신, 혹은 엘로힘(Elohim)은 이스라엘의 고유한 신의 명칭이었던 야훼와 동일시되면서 유일신화되었고 엘신의 여러 가지 특성들도 수용되었다. 따라서 엘신 밑에 있던 많은 신들은 우상들로 배격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천사들로 격하되어 하느님의 뜻을 인간에게 알리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높이는 사자들이 되었다. 한국의 가톨릭개신교 학자들이 성서공동번역을 계기로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신 야훼를 ‘하느님’이라고 함께 부르기로 결정한 것은[천주와 하나님이라는 표현이 계속 쓰여지고 있지만 한국 그리스도교절대자의 칭호문제에 대하여는 <기독교사상> 1980, 7월, 95~108면] 한국 고유신앙의 핵심을 이루는 하느님 신앙을 수용하자는 중요한 태도라고 하겠다. 사실 오늘날 한국인의 하느님 의식은 벌써 상당히 그리스도교적인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곧 전통적으로 느껴오던 인간의 운명을 담당하고 있으나 때로 너무나 멀고 무심한 하느님이라는 막연한 개념에서 인간역사 속에 섭리로 개입하시고 개인의 생활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며 은혜를 주시는 능동적인 하느님 개념으로 한국인의 4분의 1을 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서서히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金勝惠)

   [참고문헌] W. Brede, Kristensen Phenomenology of Religion / G. van der Leeuw, Religion in Essence Manifestation, pp.65 / G. Schurhammer, Franz Xaver, Sein Leven und seine Zeit, v.2, Freiburg 1963.
출처 : [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