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옷이 몇 벌이에요?”, “수녀님, 한 달 용돈이 얼마예요?” 궁금한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아이들은 자주 묻는다. “옷은 두 벌, 용돈은 ○만 원.” 하고 대답하면 설마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에이” 하고는 말문을 닫아버린다. 그럴 만도 하다. 사실 아이들이 수도자의 삶의 방식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더욱이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고, 돈버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세상이니 왜 안 그렇겠나.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법정 스님이 「무소유」에서 언급한 삶의 방식과도 통하는 수도 생활의 가치는 누구에게도 침해받을 수 없는 가치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아빌라의 대 데레사 성녀의 기도에 곡을 붙인 노래가 떠오른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하느님만을 품으라는 의미이며, 그분만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당신이 홀로 하느님과 함께 가시니 우리도 그리 가라는 것이다. 사실 이것저것 갖춰져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무소유의 길을 살아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나의 수도 생활은 쌓았다 무너뜨리는 여정의 반복이다. 마더 데레사의 어머니가 수녀원에 들어가는 딸에게 “예수님의 손에 네 손을 맡기고 단둘이 걸어라!” 하는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이 말씀은 나한테도 큰 힘이 된다.
이은주 수녀(샬트로성바오로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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