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마당을 치우며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6 조회수501 추천수5 반대(0) 신고

날씨가 봄날처럼 온화하고 포근하여 오늘은 묵은 낙엽들을 치우기로 큰마음 먹었습니다. 땔감으로 잘라서 가지런하게 놓았던 한 귀퉁이도 어느새 낙엽과 먼지로 가득차서 땔감을 아예 다른 곳으로 모두 옮기고 비질을 해서 깨끗하게 정돈을 하였습니다.

화단에 가득 쌓인 낙엽을 치우고 풀을 뽑고 수선화 뿌리도 심어 놓았습니다. 창고에 방치해 두었던 수선화 뿌리는 어느새 싹이 돋고 있었습니다. 물이 부족해 어떤 것은 마르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은 조그마한 싹이 나와서 삽으로 흙을 파고 뿌리를 땅 속에 묻어 놓고 그동안 목말라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흠뻑 아주 달게 먹으라고 물을 가득 뿌려 주었습니다.

저희 집 마당은 아무리 보아도 관리가 안 된 공원 같아요. 공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하늘로 삐죽이 높이 솟는 큰 나무가 여러 그루 있고 구석구석 낙엽도 너무 많이 쌓여 있습니다. 게다가 잔디가 아닌 잡초들이 마당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고요. 제가 부지런히 치우지도 않았지만 치워도 또 쌓이는 낙엽입니다. 그만큼 집에 나무가 많아요. 큰 나무에서부터 작은 나무까지 가득합니다. 자그마한 나무들은 일부러 심어 놓은 것도 아닌데 씨가 날아와 또 나무로 자랍니다.

낙엽을 다 치울 엄두는 나지 않고 집 바로 뒤 공간만 깨끗하게 치웠습니다.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 거기에 앉아서 햇볕을 쬐며 책을 읽으려고요. 아무래도 깨끗해야지 제가 밖에 나와 앉아 사색하고 책 읽는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봄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 놓은 겁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마당은 치우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새들이 깨끗하게 치우지 않은 낙엽이 가득 쌓인 곳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제가 물을 뿌리고 치우느라 퉁탕 퉁탕 소리를 내는데도 새들은 우리 집 마당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아요. 아마 쌓인 낙엽이 둥지처럼 아늑해서 좋은가봅니다. 낙엽을 공중에 날리며 날아 오르는 작은 새들의 움직임을 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청소를 하다 새를 보다 오전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게 치워야 다 좋은 것만은 아닌가봅니다. 낙엽이 쌓여 조금은 덜 깨끗해보여도 새들은 이런 우리 집이 좋아서 자꾸 우리 집으로 날아듭니다. 아 그러고 보니 털어도 먼지하나 안 날 것 같은 사람보다는 실수도 하고 조금 어수룩한 면도 있는 사람이 더 편한 게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제가 사람을 다 좋아하긴 하지만 그중에도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은 자신의 원칙이 있으나 다른 이에게는 관대한 사람인 것 같아요. 다른 이에게 관대하면 우선은 편해서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거기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원칙이라는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면 금상첨화겠지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미국의 자그마한 도시이지만 시골 같은 이곳 생활에 점점 익숙해져갑니다. 자연과도 더 친해져서 좋습니다. 매일 날아다니는 새들을 볼 수 있고 낙엽을 밟을 수 있으며 눈앞에서 왔다갔다 알짱거리는 다람쥐를 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늘 볼 수 있는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입니다.

자연을 더 많이 바라볼수록 하느님은 저와 가까이 계심을 느낍니다. 그래서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도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하늘을 올려다보고 나무와 꽃들과 대화하고 새와 다른 동물과 놀며 불어오는 바람에도 작은 안식을 누리며 사시길 빕니다.

이상 시골 아줌마의 오늘 청소 묵상이었습니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 신나는 날 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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