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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소한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5 - 송봉모 토마스 S.J.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6 조회수873 추천수7 반대(0) 신고

나를 따르라
 

사소한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5


   사소한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야한다. 자기 존중심이 없는 이들은 쉽게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단죄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 실패한 존재로 간주해 버려 쉽게 상처 받는다.


   자기 비하와 자기 단죄는 파괴적이고, 병적이고, 비 그리스도교적 이다. 헨리 나웬은 그의 저서, <사랑받는 자의 삶>에서 현대인의 가장 큰 함정은 성공인기. 힘이 아니라 자기 비하라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가 가치 없고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 믿게 될 때 성공이나 인기나 힘은 쉽게 매력적인 해결책으로 다가올 것이다. 진정한 덫은 자기 비하이다. 자기 비하는 영성생활의 가장 큰 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받는 자" 란 거룩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있는 가장 큰 적은 자기 비하이다. 영성가들은 자기 비하를 악마의 운동장이라 부른다. 악마는 여러 가지 무리를 써서 우리의 영혼을 파괴시키려 애를 쓰는데, 그 무기들은 인간을 두려워하게 만듦, 분노와 악심을 품게 함, 걱정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함, 자기를 비하시키게 만듦 등이다.


   이런 것은 다 강력한 무기들인데 이 중에서도 인간 영혼에 치명타를 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기 스스로를 비하하고 단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영성가들은 악마들은 자기 존경과 자신감이 부족한 영혼들에게 구미를 가장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실상 마귀 들렸다는 사람들을 보면 자긍심이 없고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들이 많다.


   친밀한 인간관계 안에서 특히 부부 중 누군가가 건강한 자기 사랑과 자기 존경을 갖고 있지 않으면 본인이 많은 상처를 받을 뿐만 아니라 부부관계까지 악화되고 만다.


   결혼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문제는 건강한 자기 사랑과 존경이 적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녀와 남편을 위해서 늘 수고를 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희생적인 여성들이 많다. 우리는 이러한 여성들은 좋은 어머니, 좋은 아내, 곧 듣기 좋은 말로 현모양처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자기 존경, 자기 사랑이 거의 없다. 이러한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어쩌다 시간을 좀 갖거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게 되면 뭔가 불안해하고 죄스러움을 느낀다.


   가족을 위해 자기를 전혀 돌보지 않는 여성의 희생적 사랑을 받는 자녀와 남편은 과연 건강한 사람들일까? 아닐 것이다. 자기 존중감이 없고 자신에 대해 사랑을 베풀 줄 모르는 여성은 이기적인 아이들과 자기중심적인 남편을 만들 뿐이다.


   그런 어머니, 그런 아내의 희생적인 돌봄을 받는 자녀나 아이들은 그런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한편 시간이 가면서 자녀들과 남편의 돌봄과 사랑을 체험하지 못한 이런 현모양처 형 여성은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인간관계 안에서 건강한 자기 사랑이 없다면 사소한 의견 차이로 큰 싸움이 벌어진다. 부부가 서로 다른 의견, 서로 다른 행동을 하게 될 때 자기 사랑이 결여된 사람은 즉시 부부 사이에 애정이 사라진 것으로 간주해서 상대를 미워하거나 혹은 자신이 틀렸다고 보아 무조건 상대에게 자신을 맞춘다.


   잘 인식되어 있지는 않지만 자기 존중이 낮은 사람들은 자의식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이다. 이것은 곧 자기를 존중할 줄 모르고 다른 이들 중심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실상은 자신을 더 많이 바라보고 의식하고 있기에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바람이 너무나 커서 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자 애를 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돌보아 주는 데는 익숙하지 않기에 철저히 다른 사람들의 사랑에 의존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늘 칭찬을 받아야 안심하는 칭찬 중독증에 걸려 있거나, 자기 자신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조종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서 행동한다.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 는 것이다. 이 계명 안에는 세 가지 사랑이 담겨 있다. 하느님사랑. 자기 사랑. 이웃 사랑. 이 세 가지 사랑이 하나가 되어 있기에 하나가 없이 다른 것들이 있을 수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감정적 차원이든 육체적 차원이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웃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신을 존중하고 돌볼 줄 모른다면 그 역시 이웃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부족하다. 많은 이들이 이런 말을 한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자기 사랑을 거부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 다음은 어느 영성가가 한 말이다.


   나는 하느님의 영으로 가득 찬 그리스도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자신을 미워한다면 하느님의 빛은 뒤틀린 나를 통해서 비추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통하여 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내게 들려주시려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 그리고 교정의 말씀을 듣지 않을 수 있다. 내가 타인에게 의존해 있으면 있는 그만큼 그들이 인정해 주기를 바랄 것이며 나아가 그들의 허락까지 찾을 것이다.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린네 페이네가 말한 것처럼 하느님께서 언제나 들려주시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 그리고 교정의 말씀을 들을 수 없다. 이 점을 성서 인물을 통해서 보자.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해 광야를 건너 약속의 땅이 보이는 바란 광야에 도착했을 때 일이다.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정탐 병들이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우리가 만난 거인들 가운데는 아나킴 말고도 다른 거인 족이 또 있더라. 우리는 우리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았지만 그들이 보기에도 그러했을 것이다."(민수 13,33)


   자신을 메뚜기같이 형편없는 존재로 본다는 것은 철저한 자기 비하이다. 이러한 자기 비하는 하느님의 돌보심에 시선을 두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감을 잃어버린 이스라엘 백성은 "차라리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 광야에서 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야훼께서는 어쩌자고 우리를 이리로 데려와 칼을 맞아 죽게 하는가?"하면서 아우성친다(민수 14,2).


   그런데 정탐 병 열두 명 중 갈렙과 여호수아만은 자신을 메뚜기같이 형편없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들만큼은 하느님의 돌보심에 시선을 둘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야훼께서 우리의 편이니 두려워 맙시다."(민수 14,9)라고 외친다.


   이렇게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은 하느님의 손길을 본다. 하지만 자기 비하를 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하느님의 위로와 격려, 나아가 하느님의 계획을 보지 못한다.


   자기 존중심의 결여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근본 요소이다. 그리스도교 심리학자인 돕슨 박사는 우울증을 초래하는 원인 열 가리를 나열한 뒤, 비교적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기혼 여성들에게 우울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부터 순서대로 나열해보라고 하였다. 그가 열거한 우울증의 열가지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사랑이 결핍된 결혼 생활


   2.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


   3. 자기 비하 감


   4. 자녀들 문제


   5. 경제적 곤란


   6. 고독감. 격리감. 지루함


   7. 성생활의 문제


   8. 몸의 아픔


   9. 피로감과 시간에 쫓기는 삶


   10. 나이를 먹는 것


   이렇게 열 가지 원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꼽은 것은 자기 비하 감이었다. 비교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을 우울증에 빠지게 만들고 비참함과 좌절감 속에 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기 비하였다.


   스코트 펙이란 정신과 의사는 직업군인 중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뽑아, 그들의 성공한 비결이 무엇인지 조사하였다. 연구조사에 선택된 사람들은 모두 열두 명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남녀 군인이었다. 이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고 부부관계도 좋으며 자녀들은 성적이 뛰어나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었다. 스코트 펙 박사는 이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세 가지" 를 순서대로 적어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특이한 점 두 가지를 관찰 할 수 있었다.


   하나는 이들이 질문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였다. 제일 먼저 답안지를 제출한 사람이 무려 40분이 지나서야 제출한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열두 명 모두 인생에서 첫 번째 중요한 것으로서 똑같은 답을 한 점이다.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도 아니요, 가족도 아니요, 심지어 하느님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 이었다. 이들은 성숙한 자기애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것이다. 자기애란 자기 비하의 반대 덕목이다. 자기애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 보살피는 마음, 자기 존중, 책임감을 포함한다. 이러한 자기애가 있을 때 남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


   이러한 자애는 자기중심적인 태도. 이기심. 자만심과는 다르다.


   때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 대한 존경을 높인다고 하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성숙되지 못한 자기 사랑은 이기심과 다를 바 없다. 어떻게 우리는 이기적이 아니면서 올바르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주님께서 우리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신 것은 신체와 감성, 영성 사이에 균형을 이루면서 성숙으로 나아가라는 것이었다.


   자기 사랑과 이기심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갈릴래아 호수와 사해이다. 갈릴래아 호수는 요르단강 상류에서 끊임없이 신선한 물을 받아 그 물을 다시 요르단강 하류에 내 놓는데 이 호수 덕분에 많은 물고기들과 싱싱한 야채들이 자랄 수 있다. 한편 사해는 요르단강에서 물을 받아들이지만 다른 데로 흘러가지 못해 문자 그대로 죽은 바다가 되어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것이 되었다.


   그렇다. 건강한 자기 사랑은 갈릴래아 호수처럼 그 움직임이 안으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이기심은 사해처럼 그 움직임이 안으로 들어가서는 그 안에 머물러 말라 버린다. 성숙한 자기 사랑은 생명을 받아서 그 생명을 남과 나누지만 이기심은 받고 챙기기만 하지 남에게는 일체 내어놓지 않는다.


   순수한 자기 사랑은 자신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을 행한다. 예수께서는 무척 바쁜 공생활을 보내셨지만 당신이 쉬셔야 할 때 쉬셨고,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하셨다. 당신 몸의 소리를 들으셨다. 주님은 자신을 위해 다른 이들과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을 때 그렇게 하셨다.


   주님을 본받아서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사랑을 주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을 헤아리기 전에 먼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참으로 순수하고 성숙된 자기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준다.


   그러니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에게 사랑을 주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 영적 성장을 위한 첫 번째 단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하고 있는 그 일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영적 성장을 위한 첫 번째 단계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섬세하게 느낄 줄 알며, 자신의 내적 세계와 교감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외부 상황에 지배되지 않고, 왜곡된 죄의식이나 솔직하지 못한 합리화, 자기변명을 하지 않는다.


   순수한 자기 사랑을 살아가는 이들은 업보의 원리를 살아간다. 행위 선택에 있어서 기쁨과 즐거움, 평화의 씨앗을 뿌리면서 살아간다. 아무리 상황이 나쁘다 해도 그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아무리 밀려오는 중압감이 커도 긴장과 대면하여 서 있을 수 있다.


   자기 신뢰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다른 이들의 비판이나 비평 앞에서도 인내하면서 일을 처리할 줄 안다.

 
       ♠ 예수회 송봉모 토마스 S.J. 신부  ♠
       
 

(합창곡 -부산카톨릭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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