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첫째주 토요일 미사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8 조회수491 추천수3 반대(0) 신고
주말이 되면 주중행사처럼 바구니에 샴푸, 비누, 때 타월 등을 챙겨 넣고 새벽부터 목욕탕으로 가족과 종종 거리며 다녀 오던 추억이 있습니다. 아마 미국에 사는 한국분들에게 한국의 무엇이 가장 그리운가 라고 질문을 하면 백이면 백 목욕탕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도시의 한인 타운에서는 한국 스타일의 사우나 혹은 목욕탕이 생겨 나고 게다가 제가 한국을 떠난 후 생겼다는 찜질방도 양식을 본따서 다양한 테마의 찜질방과 노래방, PC방 등 놀이 시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종합 레저 센터로 들어섭니다. 여기서 한시간 운전해서 가면 큰 한인 타운이 있는 도시에 작년 겨울에 찜질방이 생겼다고 대대적 홍보를 하였습니다.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삼삼오오 다녀 온 사람들이 역시나 좋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해 오던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긴 합니다. 주말 아침이 되면 꼭 목욕탕을 가고 싶으니까요. 대신 저는 스포츠 센터의 사우나를 이용합니다. 숯을 뜨겁게 달구어 온도를 높이는 한증막입니다. 그 안에서 아무 생각없이 쉬기도 하고 가끔은 이 생각 저 생각도 하고 기도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제가 좋아하고 저를 쉬게 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입니다.
 
토요일 아침이 되어 또 그곳이 그리워 아침 일찍 차를 몰고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일찍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주변을 산책하고 부쩍 따뜻해진 아침의 공기를 느끼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마켓에 들러 간단히 장을 봤습니다.  마켓이 성당 가까이 있기 때문에 바깥에서 성당의 십자가라도 보고 올 요량으로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성당 주차장에 루시 할머니의 차가 있는 거예요. 할머니의 차에는 ‘Pro-life, Don’t stop the beating hearts’ 등 낙태 방지의 문구가 붙어 있는 빨간 색 차여서 금새 눈에 띕니다.
 
미사나 성체 조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성당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할머니의 차를 보고 성당이 열려 있겠다 싶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소성당에 대여섯분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계셨어요. 저도 그냥 들어가 하느님께 제가 왔다 아뢰고 고요히 머무르는데 종소리가 8시를 알리며 미사가 시작되었어요.  
 
토요일 아침에는 미사가 없는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오후에 큰 미사가 있거든요. 매일 가던 미사가 습관처럼 되어 토요일에도 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가족과 바쁘게 지내다가 보면 토요일 미사는 거의 참석을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 제가 정말 우연하게도 토요일 미사를 다녀 왔습니다. 그것도 첫번째 토요일 미사를…
 
이제 알 것 같아요. 매일 주님을 제 안에 모시기를 주님도 저만큼 아니 제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저에게 바라신다는 사실을요. 우연이라도 이렇게 주님을 만나게 해 주시니 그 사랑에 또 감격합니다.
 
오늘 미사 중에는 제자들을 쉬도록 하신 예수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휴식을 통해 또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주시고 우리가 주님과 이웃을 향한 열정을 끊임없이 솟아나게 할 수 있는 것도 당신과의 쉼을 통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체를 영하고 집으로 돌아 왔는데도 8시 30분밖에 되지 않았어요. 새벽에 일어나 주보를 만들고 산책을 하고 장도 보고 또 미사까지 드리는 많은 일을 한 것 같았는데 여전히 이른 시간입니다. 집에 돌아 왔더니 남편이 성서를 읽고 있습니다. 제가 하느님 사랑하는 일에 애쓰고 또 가정도 소홀히 하지 않으니 남편도 저를 따라 하느님 사랑하는 일에 더 애를 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주말이 되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서 무의미하게 보내는 일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일찍 일어나 새벽에 기도와 묵상 그리고 미사라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하고 나니 마음도 가벼워져서 하루를 더 신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느님 도와 주시는 것 같습니다.
 
새벽에 깨어서 하느님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저의 잠자는 영혼을 깨우는 방법인 것 같아요. 아침잠이 유난히도 많던 제가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고 또 그것이 저에게 얼마나 큰 양식이 되는 지 모르겠습니다.
 
온 세상 만물이 새벽에 태양을 기다리듯 저의 영혼도 당신을 기다립니다.
 
다가오는 주님의 날에도 더욱 은총 가득하시길 빕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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