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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15일 연중 제6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4 조회수578 추천수9 반대(0) 신고
    
 

2월 15일 연중 제6주일 - 마르코 1,40-45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차라리 침묵하라고 이르십시오.>


   오랜 투병 생활과 단말마의 고통 끝에 한창 나이(향년 55세)에 서거하셨던 피에르 뵈이요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 동료 주교님에게 남긴 고통과 관련한 유언입니다.


   “우리 성직자들은 틈만 나면 신자들에게 고통에 대하여 잘 설명하려고 애를 쓰며, 또한 고통을 잘 이해하고 있고 고통을 겪는 것에 익숙해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신자들을 향해서도 고통을 주제로 한 감동적인 강론들을 많이 했었지요. 그러나 최근 제가 말로 표현 못할 극심한 고통을 겪고 나니 이렇게 생각이 바뀌더군요.


   사제들에게 고통과 관련해서 차라리 침묵하라고 이르십시오. 고통이란 것은 말로 표현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체험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고통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걸 깨닫고 나서 저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피에르 추기경님의 고백을 들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고통에 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 고통이 약이니, 고통이야말로 인간을 영적으로 변화시키느니, 많이도 떠들어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고통, 고통다운 고통도 겪지 않고서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는 정말 제대로 한번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나병에 걸린 이후 그의 삶은 한 마디로 고통덩어리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그는 지독한 소외감과 외로움, 굶주림과 추위에 맞서야 했습니다. 아침이 올 때 마다 그는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하며 무수한 자살충동을 느꼈을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나병환자들의 삶을 그야말로 기가 막힌 삶이었습니다. 당시 나병으로 판명되는 즉시 인간세상에서 추방되었습니다. 도시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나병환자라는 표시로 누더기 옷을 입고 살아야 했습니다. 머리도 깎지 말아야 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었고, 감히 남의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는 예수님께서 머무시는 집 안까지 들어왔습니다. 율법을 어겨가면서 예수님께로 달려온 것입니다. 사람들 눈에 띄면 큰 일 날 텐데, 아마도 목숨을 무릅쓰고 예수님께로 달려왔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왕 죽을 목숨,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진데 마지막으로 한번 모험을 해보자’며 죽기 살기로, 있는 힘을 다해서 예수님께로 달려왔을 것입니다.


   자비와 연민으로 충만한 예수님 앞에 서니 서러웠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립니다. 꼭 한번 나아보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간곡히 아룁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인생의 막장에서,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간절히 부르짖는 나병환자의 외침 앞에 마침내 예수님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삶 자체가 슬픔과 고통 덩어리였던 나병환자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권능의 손을 그에게 펼치십니다. 자비의 팔을 그의 어깨에 두르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주님께서 나병환자에게 던진 이 말씀이 계속 여운으로 남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결국 구원을 위해, 치유를 위해, 새 삶을 위해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 인간 측의 적극인 의지를 요청하시는구나,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자세를 요구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병환자의 새 삶을 한번 살아보겠다는 간절한 마음, 예수님께서는 전지전능한 메시아임을 굳게 믿는 확고한 신앙이 결국 기적을 불러옵니다.


   오늘 우리 역시 치유 받은 나병환자처럼 주님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깨끗해지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보란 듯이 새 삶을 시작하길 바랍니다. 새 생명을 부여받은 기쁨에 있는 힘을 다해 그분의 자비와 사랑을 온 세상에 외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75번 / 이보다 더 큰 은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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