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꽃을 기대하며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5 조회수481 추천수8 반대(0) 신고

오늘 이곳은 발렌타인데이입니다.

묵상방을 저의 놀이터로 장악하고 지내다 보니 하루가 빠른 한국에 저의 시계를 맞추어 무엇이든 하루 빨리 그 기분을 느낍니다. 지난해 기쁜 성탄의 소식도 하루 먼저 느끼고 또 이곳까지 이어진 성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기쁨이 이틀 동안 지속되니 기쁨이 두배가 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어제 한국에서 시작된 발렌타인데이의 사랑이 오늘 이곳까지 이어져서 이틀 동안 행복하고 두배로 행복합니다.

제가 잘 듣는 클래식 채널에서는 아침부터 로맨틱한 사랑의 음악을 들려 줍니다. 사랑의 음악을 들으니 사랑은 마치 빨간 잉크 한 방울이 물에 번지듯 그렇게 제 마음의 물을 붉게 물들입니다. 듣는 것, 보는 것, 느끼는 것을 쉽게 흘려 보내지 않고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은총입니다. 제가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 날부터 제 앞에 벌어지는 사건과 눈에 보이는 사물과 사람 그리고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가슴을 채우고 머리를 자극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늘 똑같이 존재하는 하늘 같아도 볼 때마다 다릅니다. 제가 하늘을 올려다 볼 때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하늘이라는 커다란 화폭에 그림으로 표현해 주십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구름이 잔뜩 끼여 있는 하늘이지만 또 그 나름대로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를 만드는 차분한 이 아침이 좋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보고 그래요. 너는 도대체 싫어하는게 뭐냐고? 사실 싫어하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사악한 인간의 모습이 제일로 싫긴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내 주위에서 보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가끔 뉴스나 신문을 통해 정말 악마같은 사람의 소식을 접할 때는 저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줄도 모르고 남을 사랑하는 법도 모르는구나. '너무 불쌍하다' 하는 연민이 오히려 듭니다. 물론 피해자에겐 씻을 수 없는 크나 큰 상처를 주어서 나쁜 인간이지만...

어제 요셉 신부님의 묵상글을 읽고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맑고 천사 같았던 루치아의 모습도 떠오르고 그 부모의 말할 수 없는 고통도 조금이나마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렸습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루치아도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길을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성을 다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쳤습니다. 주님 루치아를 천상에서 지켜 주시고 지상의 가족도 돌봐 주시옵소서.

세상이 왜 이렇게 악으로 뒤덮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할 줄 모르고 사랑 받을 줄 몰라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 각자 하나 하나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잘 알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자신이 깨우치지 못하면 이웃을 통해 알려 주어야 하는데 신앙인이라고 하는 나 자신도 선교라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으니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고 불행한 일을 만드나 봅니다. 주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더욱 애쓰겠습니다.

사람의 눈을 잘 들여다 보면 어떤 때는 그 사람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고 사랑이 필요한 시기임을 알아챕니다. 제가 아이들 방과 후에 가끔 만나는 온두라스에서 온 레티라는 친구도 그럴 때가 종종 눈에 띕니다. 레티는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습니다. 일부러 수요일 아침마다 제가 산책을 하는데 같이 하자고 권유했습니다. 물론 제가 혼자 산책을 하니 숲이 우거진 곳이 무섭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사실 그렇기도 하고요. 이른 아침 하루는 산책하다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줄행랑을 쳤던 경험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좋고 레티에게도 좋은 수요일 아침의 산책이 기다려집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사랑에 굶주리고 있는 사람, 외로운 사람이 내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 잘 살펴 보자는 것입니다. 저도 외로우니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주님의 얘기도 전할 수 있으니 이 모두가 좋지 않을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른 아침에 운동 하러 나가는 남편의 뒤에 대고 나는 쵸코렛이랑 사탕도 샀는데 뭐 없나? 하고 우스갯소리를 던졌습니다. 운동 갔다가 무엇을 가져올 지 기대해 봅니다. 저는 아무 것도 안가지고 온다에 100불 겁니다...ㅎㅎ... 꽃을 무척 좋아하는 저이지만 마켓에 가면 웃는 얼굴로 꽃들에게 인사만 하지 집으로 데려 오지는 못합니다. 혹시나 꽃을 사온다면 더 사랑해 줄 겁니다. 안 사오면 국물(?)도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요 여자들은요 말로만 비싼 꽃을 왜 사왔냐고 하지만 꽃을 받으면 모두 행복하답니다. 꽃다발이 아니라도 한 송이라도 좋습니다. 봄이 시작 되면 촉촉히 봄비 내리던 날 노란 후리지아 꽃 향기가 봄 냄새를 물씬 풍겨 오던 한국의 풍경도 그립습니다. 여기 오시는 모든 남자 교우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줄 수 있는 낭만을 가지고 사시길 바래요.

요즘은 글을 써도 써도 또 쓰고 싶은 말이 생겨납니다. 제가 이렇게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는 묵상방이 있어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 미사는 드리지 못했지만 묵상방에서 놀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배운 매일 아침 성서를 읽고 기도와 묵상을 통해 하루를 시작하는 새 날이 축복입니다.

모두 잘 주무시고 또 맞이하는 주님의 날에도 은총이 가득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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