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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15일 야곱의 우물- 마르 1, 40-45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5 조회수494 추천수2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곧 돌려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셨다.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마르 1,40-­45)
 
 
 
 
나병은 참 괴로운 질병이었습니다. 나병에 걸린 사람은 육체의 괴로움에 더해 사회적으로도 격리되어 살아야 하는 죄인이었습니다. “누구든지 살갗에 부스럼이나 습진이나 얼룩이 생겨, 그 살갗에 악성 피부병이 나타나면, 그를 아론 사제나 그의 아들 사제 가운데 한 사람에게 데려가야 한다. 사제는 살갗에 생긴 병을 살펴보는데, 병든 자리의 털이 희어지고, 그 자리가 다른 살갗보다 우묵하게 들어가 보이면, 그것은 악성 피부병이다.

사제는 그것을 살펴본 뒤, 그를 부정한 이로 선언한다. …사제는 병자를 이레 동안 격리한다. 이레째 되는 날 사제가 그를 살펴본다. …`사제는 그를 다시 이레 동안 격리한다.”(레위 13,2­5) 부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기도와 희생 제사를 바치러 성전에 갈 수 없으며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없습니다. 철저히 고립된 존재입니다. “제 동무들과 이웃들은 저의 재앙을 보고 물러서 있으며 제 친척들도 멀찍이 서 있습니다.”(시편 38,12)

나병 환자 하나가 예수께 와서 무릎을 꿇고 애원합니다. 그리고 간청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1,40) 예언자 엘리사 시대에도 이스라엘에는 많은 나병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에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이 깨끗하게 고침 받았습니다. 시리아 장군이었던 나아만은 나병 환자였는데, 요르단 강에 가서 그 강물에 일곱 번 몸을 씻으라는 엘리사의 말을 듣고 그대로 하여 어린아이 몸처럼 깨끗해졌습니다(2열왕 5,14). 나병에서 풀려나자 나아만은 온 세상에 이스라엘 밖에는 신이 없다고 고백하며, “이 종은 이제부터 주님 말고는 다른 어떤 신에게도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2열왕 5,17) 하고 맹세합니다.

예수님 앞의 나병 환자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주실 수 있다.’며 그분께서 자기를 치유해 주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아만은 처음 엘리사가 직접 자기를 보지도 않고 요르단 강물에 일곱 번 몸을 씻으라고 했을 때 믿을 수 없었습니다. 화가 난 그는 발길을 돌이켜 그냥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엘리사 이야기를 들려준 나아만 부인의 여종인 이스라엘 처녀가 그랬던 것처럼, 나아만의 신하들은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의 말을 따를 것을 권유합니다. 사실 강물에 들어가 몸을 씻는 일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아만은 결국 요르단 강에 들어가 일곱 번 몸을 씻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알지 못하던 그가 이스라엘 하녀와 부하들의 도움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질병에서 구원됩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엘리사 예언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다.”(루카 4,27) 자기를 구원하실 수 있는 분을 알아본 나병 환자는 분명 복된 사람입니다.
그를 보시는 예수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드셨습니다(마르 1,41). 뱃속의 ‘장이 꼬이는’ 그런 아픔을 느끼는 것입니다. 살아 있으나 죽은 이나 다름없는 나병 환자를 보고, 그분의 육신 일부분이 움직이며 마음을 뒤흔듭니다. 예수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 병자,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 굶주린 군중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측은지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마르 6,34).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마르 8,2) 그들의 아픔이 당신의 아픔이 되고 그들의 괴로움이 당신의 괴로움이 됩니다. 이 측은지심에서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힘이 힘차게 터져 나옵니다.

무릎 꿇고 애원하며 고쳐 달라고 간청하는 나병 환자에게 예수님이 손을 펴서 그를 만져주고 말씀하십니다. 손을 펴는 것은 하느님의 행위나 하느님께 파견받은 사람의 행위를 표현합니다. 당시에 나병은 부정한 질병이었기 때문에 나병을 앓는 사람에게 손을 갖다 대는 것 또한 부정한 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생명 자체이신 예수님께 부정한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그는 바로 나병이 가시고 깨끗이 나았습니다(1,42).

병이 나은 그 사람은 이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를 보내시며 말씀하십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한 대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1,44). 당시 병이 든 사람은 격리되어 살다가 사제에게 가서 자신의 병이 나은 것을 확인 받고 정화하는 예식을 올린 뒤에야 다시 사람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레위 14,1-­31 참조). 육체의 질병에서 해방된 그는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소외되고 격리되었던 그의 삶이 이제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나병에서 치유된 그 사람은 자신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을 널리 전합니다. 너무 엄청난 일이어서 그저 조용히 있을 수 없었나 봅니다. 덕분에 예수님은 이제 외딴 곳에 머물러 계셨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사방에서 모여들었습니다(1,45). 그분을 필요로 하는 목자 없는 양들입니다.

주님께서는 저희의 아픔과 괴로움, 저희의 외로움을 당신의 것으로 느끼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저희가 아플 때 같이 아파하고, 괴로울 때 함께 힘들어 하며, 외로울 때 함께 울어주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저희와 함께하시는 주님, 그 믿음에 의지하여 오늘 당신 앞에 무릎 꿇고 간절히 청합니다. ‘당신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희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의 간청을 들어주시고 주님께서 나의 기도를 받아들이신다.”(시편 6,10)
강선남(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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