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영전에 / 정현종너무 늦게
말씀드리지요만,
우리가 모자라
어려움이 그칠 날이 없었던 그 동안,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
시의적절 말씀하시는 걸
우리가 얼마나 반겼으며
그 말씀 속에 들어 있는
나라 위한 진정에 눈물겹고
그 생각의 균형감각과
그 내용의 더없는 적절함에
우리가 또한 얼마나 든든해 했는지
당신은 혹시 알고 계시는지요.
실은 당신의 얼굴이 참 마음에 든다고
저는 늘 말해 왔습니다.
그 얼굴, 그 표정은
천품(天品)의 선의와
천품의 진정과
천품의 겸손의 육화였습니다.
말씀의 힘이 나오는 그 마음 -
그 마음
그 말씀
그 얼굴의
움직이는 표정이 없으니
나라가 텅 비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당신의 그 드문 미덕들을
추념하는
저희들의 아쉬움과 슬픔 속에
내내 꽃피소서.
- 2009. 2. 17 조선일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