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할 대상은 도처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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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미 | 작성일2009-02-27 | 조회수486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나무에서 돋아난 싹과 잎도 피기 전에 투박한 나무가지를 뚫고 나온 꽃들에게 친구가 찾아 왔습니다. 작은 새들은 새잎과 꽃들이 너무 반가와 나뭇가지를 종종 거리며 흔들어도 보고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다니며 봄인사를 합니다. '겨우내 잘 있었지? 보고 싶었다.' 나무는 이리 저리 흔들어대는 새가 싫지 않은지 제 몸을 새에게 맡깁니다. 어제 한낮에는 섭씨 25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였고 오늘도 다름없이 따뜻한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반팔 옷을 입혀 학교에 보냈습니다. 이제 긴팔 옷을 한곳에 정리할까 봅니다.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다 여름으로 넘어갈 듯도 합니다. 모처럼 맞는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오늘 미사에서 저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물이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마음안에서는 한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성당을 들어가자마자 루시 할머니께서 반가와 하시며 따뜻하게 안아 주시고 미사 드리는 내내 은총의 샘이 흘러 내리는 듯했습니다. 저의 앞에 앉아서 미사를 드리던 어떤 분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비스듬이 몸을 돌려 저와 손을 잡기를 원했습니다. 보통 아주 친하거나 가족이 아니면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지는 않아요. 제가 늘 참례하는 아침의 미사에서는요. 가끔 주일미사에 사람이 많을 때는 자연스럽게 옆사람과 손을 잡기도 하지만 아침에는 사람도 군데 군데 앉아 있고 억지로 손을 잡는 수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몸까지 돌려 저의 손을 잡아 주시며 주님의 기도를 함께 바쳤습니다. 기도의 끝에는 손을 꽉 잡아 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이름은 코니이고 저의 이름도 물어 보며 만나서 반갑다고 너무나 따뜻하게 인사해 주셨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의 홈리스같아 보이는 남자분이 성당에 와서 미사내내 엎드려 계신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 드린 적이 있었지요? 그 때 여러 교우들이 그 사람을 도와주려 했다는 이야기도요. 그분이 오늘 미사 때 제 뒤에 앉으셨습니다. 평화의 인사를 하며 본 그분의 눈은 처음 봤을 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처음 본 모습과는 달리 미사도 따라 드리고 무릎도 꿇고 기도도 하였습니다. 미사 끝무렵 갑자기 가운데 통로로 나가 소성당으로 갔다가 다시 미사를 드리는 성당으로 들어오는 특이한 행동을 하기는 하였으나 분명히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는 행동과 눈빛이었습니다. 맨앞에 앉으신 루시 할머니는 평화의 인사 시간에 뒤에까지 걸어와서 그분을 안아주셨습니다. 항암 치료중이시라 여러 가지 작은 병에 저항력이 떨어져서 조심하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아주 사랑이 가득한 모습으로 안아 주시는 모습을 보며 사랑이란 바로 저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디 자원봉사를 다니고 자선을 행해야 큰 사랑을 실천한다 믿었는데 사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가족은 물론이고 내 주위에 너무나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가족 외에 사랑할 이웃을 찾지 못했을 때 느꼈던 아득한 심정은 저의 좁은 시야에서 비롯되었나 봅니다. 태양도 달도 별도 나무도 꽃도 바람도 새도 동물도 내가 사랑해야 할 대상이고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도 내가 사랑해야할 대상입니다. 갑자기 송골매의 노래 '모두다 사랑하리'란 노래도 떠오릅니다. 제 뒤에 앉아 계셨던 그 남자분께 오늘 좋은 하루 보내라고 진심으로 얘기하며 성당을 나섰습니다. 낮고 빠르게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구름에 내 안의 먹구름도 함께 실어 보냈습니다. 예전처럼 심장이 쿵쾅거리는 흥분상태는 아니지만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시작하는 오늘이 참 좋습니다. 신부님의 강론 말씀 중에 선택이라는 단어가 마음 깊이 박혔습니다. 오늘은 리스닝이 영~ 안 되어 자세히 얘기는 못해드리지만 우리의 선택에 따라 한없이 큰 주님의 복을 받을 수도 혹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셨어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주님 오늘도 도와 주소서... 좋은 하루를 이미 시작하신 분들은 계속 그 마음으로 주님과 함께 행복한 날 보내시고 주무시고 계신 한국의 교우들은 깊은 잠 주무시고 깨어 나시면 주님과 함께 편안하게 오늘을 출발하시기를 빕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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