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교단체든지 단식뿐 아니라 여러 가지 수행방식을 두고 누구의 방법이 더 옳은지, 누가 더 잘 수행하는지, 누구는 왜 하지 않는지 따지며 경쟁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단식보다 먼저 익혀야 할 것은 맛있게, 즐겁게, 감사하게 먹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고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양식이라면 일정 기간 끊는다고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과 오순도순 나누는 친교를 즐겨보지 않았다면 단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음식을 맛나게 먹는 것이 먼저고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식구(食口)’가 더 중요하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늘 즐겁게 먹고 마셨다. 그러면서 그때가 바로 혼인잔치 날이라고 하셨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자식들이 모여 맛있게 음식을 먹을 때면 늘 그날이 당신 생일이라고 하셨다. 전쟁을 겪어본 어른이기에 매일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이 큰 축복임을 아셨다. 2대 독자로 외롭게 자란 아버지한테는 식구들이 모두 모여 화목하게 먹고 마시면, 그날이 바로 잔칫날이었던 것이다.
요즘 밥을 굶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단식을 수행의 한 방편으로 행하는 것은 너무 사치스럽다. 우리의 양을 덜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적 도움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가 모두 한 식구로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단식의 진정한 이유여야 하지 않을까?
이인옥(수원교구 기산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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