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봄꽃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1 조회수493 추천수6 반대(0) 신고

토요일 아침인데도 부산스럽게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 11시가 다 되어가는 이 시간에야 비로소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고요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모처럼 어제 초저녁부터 잠이 들어 아침까지 중간에 깨지도 않고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니 몸과 머리가 맑습니다. 블라인드를 열고 이미 깨어나 가까이 다가온 햇님을 보며 함박 웃음을 짓습니다.

부랴 부랴 간단한 아침을 짓고 서둘러 미사를 다녀 왔습니다. 토요일 아침 미사-아니 성체 분배가 더 맞는 말인지 모르나-평신도께서 성체 분배를 하시므로 긴 시간을 요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기도하는 아침의 이 시간이 저는 너무나 좋습니다.

평일 미사에는 보이지 않는 한 가족이 토요일 아침에는 늘 그자리에 보입니다. 아마도 직장 생활로 바쁘셔서 평일에는 오시지 못하고 주말이 되어야만 미사를 오실 수 있나 봅니다. 그분들은 아마도 매일 매일 주님을 만나러 오고 싶으시겠지요? 하지만 매주 토요일 아침 그 자리에서 정성을 다해 미사를 드리는 모습을 보며 주님 사랑하는 당신들의 마음을 매일 봉헌하며 사실 분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에는 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와 주시니 하느님 보시기 얼마나 아름다운 가족일까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작은 아이의 피아노 페스티발로 오전에 근처 신학교 음악홀에 다녀 왔습니다. 아이는 하얀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었습니다.  작은 신사가 되어 피아노 곡을 연주하러 신나서 가는 아이를 보며 저도 덩달아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할 꼬마 숙녀가 되어 봅니다.

일종의 소규모의 피아노 대회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주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차례 차례 연습실에 들어가 곡을 연주하면 음악 전문가들이 평가를 해 줍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칭찬이 담긴 Good, Excellent, Superior, Superior plus등의  평가를 받지만 Superior plus가 되면 그 날 리사이틀에 참여할 수 있는 영광스런 기회가 주어 집니다.

작년 봄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작은 아이는 이번이 두 번째 참가입니다. 처음에는 Excellent를 받았고 오늘은 Superior를 받았는데 자신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번에는 꼭 플러스를 받아 리사이틀에서 다시 연주하겠다 다짐하는 꼬맹이 작은 아이가 저를 흐뭇하게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하는 말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똑같이 실수하고 미숙하게 어떤 일을 했을지라도 사기를 꺽는 비난의 말은 사람을 참으로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조금의 실수가 있거나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할 때라도 격려의 말은 고래를 춤추게도 하니 사람은 춤 이상의 어떤 것을 도출해 낼 무한한 잠재력에 영감을 줍니다.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한 분만이 완전하시고 우리는 절대 완전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사람입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누구나 잘못된 생각 혹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설령 대다수의 사람과 다른 내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 의견을 마음의 동요없이 표현하여 전달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을 상처받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혹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된다면 분명히 재고가 필요하고 내 의견을 피력할 다른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작은 아이 피아노 대회 이야기를 하다 또 제가 좋아하는 삼천포로 샙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아이가 창밖으로 ‘Mom, Look at the flowers. What a Beautiful Spring!’ 이라 말합니다. 작은 아이의 말을 들으며 ‘그래, 아름다운 이 봄을 온 마음으로 즐기리.’라 다짐하는 이 아침이 행복입니다.

잔디가 없어 듬성 듬성 몸을 그대로 드러낸 땅에 잔디를 까느라 분주한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정원을 만들자며 저를 부릅니다. 이제 글을 맺고 집안 정리를 한 후 따스한 햇살을 맞으러 밖으로 나가야겠어요.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주님 안에 봄날같이 마음 포근하세요. 봄꽃처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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