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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려워하지 마라 - 주상배 안드레아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4 조회수942 추천수10 반대(0) 신고
 
 

두려워하지 마라


   아직 어렸을 때 외할머님과 함께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수타사 근처의 친척집에서 한 여름을 지낸 일이 있다. 


   호박잎을 곁들인 시골의 쌈장 보리밥도 좋고 우물가에 엎드려 우 휴휴 하고 떨며 바가지로 시원하게 물을 끼얹는 등 다 좋은데 단 한 가지 곤혹스러웠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뒷간에 가는 일이었다.


   삽과 함께 잿더미와 거름이 뒤범벅이 되어있고 발을 얹어놓는 두 개의 돌덩어리와 함께 수수깡으로 대충 듬성듬성 엮여진 벽 사이로 옆은 물론 뒤에도 길가는 사람들이 다 보였고 가끔 쥐가 한두 마리 나와 돌아다니다 함께 놀자고 발목 가까이까지 오는 데는 영 질색이었다.


   밤엔 호롱불을 들고 들어가는데 하얀 옷을 입고 머리를 산발한 여자 귀신이 뒤에서 꼭 잡아 다닐 것만 같아 밤은 밤대로 으시시 하고 불안했다.

           

   그래서 난, 그때마다 외할머님으로 하여금 밖에 서 계시게 했다. 할머님은 혼자 중얼거리셨다.


   " 하느님은 아니 계신데 없이 다 계시기 때문에 무서워 할 것 없다."


   난 벌써부터 똑똑한 아이라^^* 


   그건 할머님께서 날 안심시키려는 말씀으로 알아들었고 사실은 이런 더러운 데는 안계실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난, 더욱 무서워졌다.


   그래서 일을 보면서도 쉴 사이 없이 "할머니 거기 있어" 하면 "응 그래, 핼미 여기 있다." 라고 그 몇 번이고 대답해주셨다. 그러면 그렇게 든든하고 평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중엔 대답이 늦는다고 이 몹쓸 놈이 아예 외할머님을 뒷간 안에 와서 서 계시게끔 했다.


   그래도 기쁘게 와 주시는 외할머님의 그 깊은 사랑!

           

   복음말씀에  큰바람이 불어 호수에 물결이 높게 일었을 때“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신 (요한 6,16-21)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이젠 기억도 아른아른한 외할머님이시지만, 그분의 사랑을 통해 우린 비록 몰라도 언제, 어디서나 늘 함께 해주시는 예수님의 그 깊고 그윽한 사랑을 느껴본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도 주님 안에 즐거운 날 되세요.^^*

 

 †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


 Here I am / 씨튼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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