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 1주 목요일-너의 간절한 만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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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영희 | 작성일2009-03-05 | 조회수47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24년 전 결핵환자들과 자활촌을 하겠다고 하던 때
30여 명의 결핵환자들과 원주 근교의 한 폐교를 사 갔습니다. 폐병쟁이들이 온다고 첫날부터 시작된 동네 사람들의 시위는 얼마 지나면 가라앉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더 심해져갔습니다. 강에서 경운기로 돌을 실어 날라 학교 둘레에 쌓아놓고는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돌로 쳐 죽이겠다고 위협을 하였습니다. 감옥살이, 겨우 식수밖에 없는 물 부족 상황, 환우들의 동요 등 그야말로 內憂外患의 그 어려운 상황에서의 기도는 이전의 그 어느 기도보다도 절실하여 전에는 지나치던 시편의 탄원하는 한 구절, 한 구절이 그대로 저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이때의 저의 체험은 아주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저의 청원의 내용이 그토록 진실하였던 적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그토록 진실하게 주님을 마주한 적이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주인은 뒷전이고 주인 손에 들려있는 고기만 보던 개가 차츰 고기와 상관없이 주인을 따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청원이 가납되기를 바라는 절실함에서 시작된 기도가 이제 청원의 가납은 뒷전이 되어버리고 하느님과 진실하게 대면하는 기도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절실함이 진실함을 낳고 진실함이 성실함을 낳고 성실함이 주님의 성실함과 자애로움에 대한 믿음을 낳았습니다. 외로운 에스테르 왕비가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과 독대할 때도 바로 이러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간절히 청하는 사람에게 주십니다. 청하는 만큼 주실 뿐 아니라 더 많이 주시고 청하는 것을 주실 뿐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주십니다. 세상의 아비보다 더 선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루카 복음에서는 오늘 마태오 복음과는 달리 성령을 주실 것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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