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3월 10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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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03-10 | 조회수955 | 추천수18 | 반대(0) 신고 |
3월 10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마태오 23,1-12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말하기에 앞서 먼저>
여기저기 ‘꼭 오셔서 귀한 말씀 나눠달라’는 곳에 자주 다니다보면 스스로 ‘이게 아닌 데’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이 좀 이상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하느님의 말씀을 쉽고 간결하게, 또 재미있게 풀이해서 전해드리고, 지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런 일들이 절대로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본인에게 손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솔직히 별 것도 없는데 사람들 앞에 그럴듯한 사람으로 소개됩니다. 사람들의 호응과 박수갈채에 맛을 들여갑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좀 더 극적인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과장해서 말도 하고, 거짓말도 자주 하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 앞에 자주 서면 설수록 자신의 고유한 가치, 에너지가 고갈됩니다. 품위도 하락됩니다.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입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됩니다. 내면은 점점 공허해지고 자주 허탈감을 느낍니다.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은 감동받고, 환호하고, 감사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는데, 정작 나 자신은 우울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으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고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삶 역시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들 역시 외면적인 삶은 그럴듯했겠습니다. 멋있게 차려입고, 어디를 가든지 귀빈석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그들의 명 강의에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가르침 안에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명 설교 안에는 자신의 박학다식을 드러내려는 사적인 욕심만 가득했습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하느님 말씀의 전달자로서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저 이벤트 회사 사람의 노련한 이미지만 풀풀 풍겼습니다.
오늘도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 최고의 삶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떠벌이지 않고 늘 ‘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나는 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인생길을 잘 걸어가고 계십니다.
사사건건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묵묵히 온몸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 참된 스승으로서의 좋은 자질을 갖추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말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들, 말뿐인 사람들,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사람들, 언젠가 반드시 자신이 던진 말에 걸려 넘어질 것입니다.
말하기에 앞서 먼저 심사숙고하고, 말하기에 앞서 먼저 사랑을 실천하고, 말하기에 앞서 먼저 겸손의 덕을 갖추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489번 / 보았나 십자가의 주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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