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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투명해져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0 조회수977 추천수14 반대(0) 신고

 

 

 

사순 2주간 화요일 - 투명해져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칭찬은 ‘예수님을 닮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아주 가끔이지만 누군가 이런 말을 해 주면 저는 너무 얼토당토하지 않아서 기쁨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그 다음 기분 좋게 들어본 칭찬은 이런 것입니다.

“제가 새로 간 성당의 보좌 신부님은 키도 크고 잘생기고 기타 치며 노래도 잘합니다. 다른 성당에서 신자들이 이 신부님을 보러 몰려들어요. 그러나 전 신부님이 더 좋아요. 왜냐하면 그 신부님은 사람들을 자기에게 모이게 하지만 신부님은 사람을 예수님께 보내니까요.”

뭐 저도 잘 생겼다고 그래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튼 한 사제로서 듣기에 너무 행복한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을 비판하십니다. 그들이 모세의 자리에 앉아 가르치고 있지만 자신들이 가르치는 대로 살지는 않는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그들의 가르침은 잘 따르되 행실은 본받지 말라고 하십니다.

지금 그리스도의 자리에 앉아 가르치는 사람들은 성직자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 자신을 반성하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런 자리에 앉아 가르치면서 주위 해야 할 것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 때 모세의 자리에 앉아 가르치던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놓고 자신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혹 지금의 사제들이 신자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놓고 자신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 똑 같은 비난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제가 되면서 첫 마음은 어떤 일을 하던 가장 먼저 나와서 가장 늦게 들어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늦게 나와서 가장 빨리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또 그들이 하던 일들은 모두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십니다. 정말로 가르치는 사람들은 외적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면이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하고 높은 자리에 앉기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제생활 얼마 안 했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전혀 생소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는 지금도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어떤 누구도 스승이라고 불리지 말고 결국 다 평등한 형제들임을 잊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오히려 종이 되어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하십니다.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그의 자리에서 가르치는 일꾼들에게 잊어서는 안 되는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십니다. 나귀는 예수님을 태우고 걷지만 사람들이 자꾸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고 그래서 자연적으로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성직자들은 이 나귀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정작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지 않으면 자신이 스승이 되어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아니라 그리스도가 되어버리는 오류에 빠지고 맙니다.

태양을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선글라스를 끼고 보면 태양을 볼 수 있습니다. 사제는 마치 이 선글라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신자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느님을 중간에 서서 보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선글라스에 이물질이 묻어 투명하지 못하다면 사람들은 태양은 보지 못하고 선글라스만 보게 됩니다. 그렇게 되지 말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신자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우리는 모두 성체현시를 할 때의 성광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성광은 예수님의 성체를 넣어 신자들이 볼 수 있게 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성광이 투명하지 않다면 그것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쓸모없게 되어버립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나를 투명하게 만들어 나를 통해서 내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보게 해야 합니다.

도로 표지판이 도로 한 복판에 있으면 안 되고 옆에 서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주님께 가는 데 도움만 주면 되지 그 앞을 가려 막아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쓸모없는 종이 되는 이유는 바로 교만 때문입니다. 교만 때문에 내가 정말로 그리스도의 자리를 빼앗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든 주님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삶을 원한다면 자신을 버리라는 주님의 이 말씀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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