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계속해서 믿지 않는 사람들과 당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외면의 수위도 점점 높아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두 번씩이나 표징을 보여주었는데도 믿지 않는 고향 갈릴래아를 다니고 계신 장면이 첫 대목으로 나오겠습니까? 틈만 나면 주님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유다인들, 예수님께서 형제로 여기던 사람들, 예루살렘 주민들까지 거론하시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계신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면당하는 이의 아픔은 당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분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성전에서 큰 소리로 가르친 그분의 목소리가 얼마나 공허한 메아리로 그분 자신에게로 되돌아왔을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가 리미니에서 한 설교가 생각납니다. 이교도들이 판을 치던 리미니에서 사람들에게 하느님에 대해 아무리 말해도 들으려 하지 않자 너무나 답답해 바닷가에서 바다를 향해 설교를 했답니다. 그랬더니 한갓 미물에 지나지 않던 물고기 떼들이 몰려와 듣더라는 일화입니다. 이 장면은 지금도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대성당 제의실 입구에 벽화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서 물고기들은 사람들에게 보라는 듯이 큰 놈부터 순서대로 몰려와 경청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가르치며 말씀하시는 주님과 바다를 향해 설교하는 성 안토니오의 모습이 고독한 설교자로 다가옵니다. 오늘 복음은 귀가 있어도 들을 줄 모르고 눈이 있어도 볼 줄 모르는 우리를 향한 말씀의 회초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혜경(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