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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맛들이기] 거룩한 독서(3)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8 조회수637 추천수5 반대(0) 신고
 
 

[기도맛들이기] 거룩한 독서(3)

 

 

     주님 만나는 시간, 장소 꼭 지켜요!


   마리아 어머니, 지난주까지 드렸던 제 말씀을 참고삼아 거룩한 독서를 계속 해 오셨으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거룩한 독서의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살아있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중요한 모든 것이 다 살아계신 하느님과의 만남인 거룩한 독서에서도 중요합니다. 우선 시간을 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면서도 그 사람과 만날 짬을 못 낼 만큼 바쁘다고 말한다면, 정말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지요. 마찬가지로 너무 바빠서 성경을 통해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일 시간을 못 낸다면, 그 사람에게 하느님은 그리 소중하지 않은 존재이거나 심지어 살아계신 분도 아닌 셈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따름입니다.


   각자 처한 여건은 다 다르지만, 하루 중 가장 소중하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하느님 말씀 듣는 일에 할애해야 합니다. "삶(일상)이 다 기도"라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와 같이 평범한 많은 이들에게 이 말이 사실이기 위해서는, 일상 중에 기도를 위해 따로 할당된 시간이 꼭 있어야만 합니다. 사람에 따라 이런 시간은 다 다릅니다. 새벽녘일 수도 있고, 일과를 다 마친 저녁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매일 미사에 참여하시는 분이라면 미사 전후의 시간일 수도 있겠습니다.


   얼마나 시간을 내는 것이 이상적이냐고요? 수도원 전통에서는 보통 '적어도 한 시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어머니 같은 생활인의 경우 하루 한 시간이 쉽지 않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0분이건 30분이건 각자가 하느님 앞에 낼 수 있는 시간만큼 내는 것이지요. 이렇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성경을 펼쳐 기도하고 읽는 태도는 '짬이 나면' 기도하겠다는 것과 대단히 다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은 아니 계신 곳 없이 어디나 계시지만, 우리 편에서 하느님 말씀에 더 잘 귀 기울일 수 있는 정해진 장소들이 필요합니다. 꼭 어디여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고요하고 방해받지 않는 곳이면 가장 좋겠지요. 성당 감실 앞도 좋고, 집 안의 가장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하느님 말씀을 듣는 작은 단(壇)을 차리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서 그 위에 성화(이콘)를 모시고 촛불도 밝히고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말씀을 통해 하느님 현존 앞에 나아오는 마음을 챙기기가 더 수월할 것입니다. 물론 꼭 이런 장소에서 격식을 갖춰야만 거룩한 독서가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지하철 안에서 성경을 펼쳐 읽으며 성독삼매(聖讀三昧)에 빠진 아주머니를 뵌 적이 있습니다. 또 제가 아는 어느 국수집 자매님은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틈틈이 성경을 읽으십니다. 그분들 얼굴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그 영의 향기가 주변 공기를 정화시키는 듯 했습니다. 거룩한 독서는 이렇게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임이 분명합니다.


   어떻든, 하루의 특정 순간 특정 장소에서 이렇게 하느님 말씀의 기운 앞에 자기를 노출시키는 수련을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날이 갈수록 말씀의 기운은 언제 어디랄 것 없이 일상 전체에로 확산돼 나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해서 일상 전체가 거룩한 독서를 할 때 가동되는 동일한 그 신앙의 눈으로 읽어야 할 일종의 성경 본문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만사 안에서 하느님을 뵈옵고, 만사를 하느님의 눈으로 뵈옵는 '관상'의 눈도 이런 과정에서 점차 열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연학 신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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