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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셉 수사님의 성소 이야기] - 나를 이끄신 하느님 3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31 조회수1,010 추천수5 반대(0) 신고
 
          [요셉 수사님의 성소 이야기] - 나를 이끄신 하느님 3
 

            

 

   같은 반 수사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들의 수도원도 방문하게 되었는데, 청소년 교육을 위주로 하는 그 수도회의 카리스마에 따른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수도원의 분위기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았고, 수도원다운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당시 동급생 중에는 가르멜 수도회의 청원자도 한 분이 있었는데, 그는 늘 말이 없고, 다른 이들과도 별로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어떤 대화중에 그가 가르멜 수도회 소속이라고 하기에 내가 이렇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가르멜 수도회에서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그의 대답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곳입니다.” 하며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아서, 나도 더 이상 관심과 흥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 때 나의 단순한 질문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그분의 대답도 분명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한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다만 교회 안에서 기도하며, 외부적인 활동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어야 되었습니다.


   어쨌든, 그 당시 나는 아직 수도생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다만 학교생활이 점점 재미있었던 것은 새로 배우는 신학적 지식과 새로 맛들이게 된 기도 생활, 그리고 수덕생활의 실천에서 오는 영혼의 충만감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1학년 1학기가 지나갔습니다.  종강파티가 막 끝나고 집으로 갈 때였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당시 학생회장을 하던 평신도 형제와 함께 가는 가르멜 청원수사님을 만났습니다.


   어디로 가느냐가 물었더니 가르멜수도원에 구경하러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따라가도 괜찮겠느냐고 하였더니 좋다고 해서 그들과 함께 처음으로 가르멜수도원을 방문하여 성당에서 잠깐 기도드린 후, 그 수사님은 우리를 응접실로 데려가서 차 한 잔씩 대접하더니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우리를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시작된 두 달 동안의 방학이 처음에는 무척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 특히 내게 친절하고 형제적 사랑으로 대해주던 수녀님들과 헤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본당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영성서적을 빌려다 보기 시작하였는데, 그때 우연히도 눈에 띄어 빌려다 본 책이 성녀 데레사의 <완덕의 길> 과 십자가의 성요한의 <갈멜의 산길> 과 <어둔 밤> 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이 책들은 가르멜 수도자들의 평생 교과서나 다름없는 아주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영성서적인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우선 눈에 띄어 빌려다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매력이 있었고, 대부분 이해도 되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두 달 동안에 빌려온 책들을 다 읽었고, 중요한 부분은 메모까지 하면서 독파를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수도생활을 할 생각이라면, 이 수도원이 내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두 달간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여 2학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학교생활이 시작되자 내 생활은 내적, 외적으로 활력이 차고 넘쳤습니다. 수도생활에 대해서 관심이 깊어졌고, 특히 가르멜 수도원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그때부터는 무뚝뚝한 태도의 그 가르멜 청원수사한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여러 가지를 묻고, 대화를 시도한 끝에 그 수사님과 친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그 수사님을 따라가서 수도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가르멜 수도원은 한국에 진출한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정식 수도원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주택가의 가정집을 빌려 6명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는데, 수도원의 위치가 신학교가 있는 혜화동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삼선교 근처에 있었습니다. 저의 집은 거기를 지나 10분 정도 더 걸어간 돈암동 성당 근처에 있었기에 저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 아침  저녁으로 수도원 앞을 지나다녔습니다.


   2학기가 되어 다시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저의 생활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가르멜 수도원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반대로 학교에서 배우는 어떤 과목에 싫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소창> 이라는 과목이었는데, 요즘 말로 하면 <레크레이션 지도> 와 유사한 것으로, 여러 가지 동작과 춤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원래 숫기 없고 내성적인 저의 성격과 잘 안 맞는 그 시간이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는데,


   1학기 중간 쯤 되면서부터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간 동안, YMCA에서 오는 유명한 강사의 지도 아래 우리는 여러 가지 춤, 이를테면 각종 포크 댄스, 왈츠, 사교춤에 이르기까지 배웠는데, 처음에는 쑥스럽고 어색하던 그 시간이 점점 재미가 있었습니다.


   남학생의 숫자가 월등히 모자라기 때문에, 많은 경우 대부분의 수녀님들끼리 파트너가 되어 교육이 진행되었지만, 교육과정을 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파트너 체인지가 이루어져, 우리는 자연스럽게 수녀님들의 손을 잡고 춤을 추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던 그 시간이 날이 가고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좋아지고 기다려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좋던 그 시간이 2학기가 되면서 싫어졌고 그 시간만 되면, 출석확인(학교 측에서는 그 시간에 빼먹는 학생이 많아지니까 엄격하게 출석확인을 했습니다.)이 끝나면 살며시 빠져나와 가르멜 수도원에 가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끝날 때 쯤, 다시 가서 출석확인을 하고 집으로 오는 식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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