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부고 소식이었습니다. 전에 있던 본당에서 가깝게 지내던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정정하셨고 얼마 전에도, 조만간에 만나자는 통화가 있었기에 믿기 어려웠습니다.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더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돌아가셨다는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앉아 계시는 것입니다. 제가 전화 통화를 잘못한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로 잘못 들은 것입니다.
할머니는 평소 주변 사람들의 모범이 되시는 분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당신의 정성을 쏟으셨고, 물질적 도움뿐 아니라 기도로 함께하셨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한 할머님 덕에 많은 교우가 연도로 할아버지가 가시는 길을 편안하게 도와드렸고, 할아버지의 장례미사도 저를 포함한 네 명의 사제가 공동 주례했으며, 본당 안은 교우들로 가득 찼습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영원한 생명을 주시도록 청했습니다. 분명 할아버지는 하느님 나라에 가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아버지께 이끌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진실로 진실로”라고 강조하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재의 수요일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흘러 사순 시기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때 우리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사순 시기!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에 동참하며 우리를 정화하는 이때 예수님의 말씀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진병섭 신부(광주대교구 해외선교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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