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좋은 예수님은 거듭되는 발현 소식을 접하면서도 믿지 못하는 제자들을 꾸짖으면서도 그들에게 복음 선포라는 중대한 사명을 맡기신다. 우리는 쉽게 될 나무 안될 나무, 괜찮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믿을 만한 사람, 영 형편없는 사람, 시작 아니면 끝 등, 두 부류의 사람이나 두 종류의 삶만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간단히 단정될 수 있는 존재이던가? 나는 그럴 때 ‘여정’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이 말만큼 희망을 갖게 하고 격려를 주고 인내어린 기다림을 담은 말이 있을까?
오랜 친구가 있는데 그는 내게 ‘여정’의 너른 품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사람을 사귀거나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친구의 성실한 동행에도 그를 쉽게 마음속에 들여놓지 못했다. 그러다가 8년이 되어가던 즈음에 어떤 계기를 통해 ‘그가 진짜 친구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내가 친구에게 이제야 그런 마음이 든다면서 미안하다고 했을 때, 친구가 말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 우리는 이미 친구로서 여정을 시작했고, 네가 지금 느끼는 마음도 그 여정의 연장선상에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나는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것이나 저것이 아닌, 여정이라는 계속적인 걸음 안에서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그 마음 품이 참 존경스럽고 위대해 보였다.
예수님께서는 완벽한 제자들이 아닌, 비틀거리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구원 역사에 동참해 가는 제자들의 ‘여정’을 귀히 보시고 써 주신다. 의심 많고 유약한 인간 안에서 사도로서 ‘여정’의 시작을 이미 보신 것이다. 그런 사랑 깊은 신뢰를 받아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충만하게 하는지를, 몇 배의 힘으로 투신하게 하는지를….
양옥자 수녀(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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