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사람에게는 기적이 따르며 예수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기이한 언어로 말도 하고 병자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람의 생각이 한계에 갇히면 순수하게 그 말씀에 기댈 수 없다.
‘마귀 들린’이란 표현은 정말 매력이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로부터 온전히 자유롭지가 않다. 한 자매가 전신마비에 혀가 굳어 말을 못하는데 병원에서는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채 그날 척수를 뽑는다고 했다. 성당 자매들이 함께 기도하러 가자는 청을 받고 잠시 준비 기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병원의 시술 시간이 임박해 미처 본당 신부님께 청하지도 못하고 성경과 성가책을 들고 오직 믿음만 가지고 병원으로 달렸다.
모두가 성가를 부르고 나는 말씀을 읽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주님의 이름으로 구마기도를 했다. 즉석에서 그녀의 혀가 풀리더니 아픈 부위를 가르쳤다. 그녀와 나는 동시에 믿음의 은총 안에 들어 있었다. 그녀의 혀가 풀리고 몸이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아 기도를 멈추었다. 그 자매를 기도원에 계신 수녀님께 안내하고 난 후 그 일에 대해 함구했다.
그녀에게 마귀는 신앙생활을 하는 데 방해를 놓는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었다. 그날 나는 그녀의 믿음에 놀랐고, 그녀에게 용기 있게 나를 보낸 성령님께 놀랐다. 공동체의 힘을 빌려 마귀를 내쫓아 주기를 바라는 것은 바로 삶에 영적 산소마스크(생명의 힘)를 씌우는 일이다.
오정순(한국가톨릭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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