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먹는다.’ 또는 ‘먹힌다.’라는 말을 다양한 경우에 사용한다. 무엇인가 부족한 것을 채울 때 그 행위의 상징으로 먹는다고 표현한다. 성이 고픈 남성이 여성을 취했을 때도 먹었다고 말하고, 운동경기에서 승리했을 때도 ‘1등 먹었다.’라고 표현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합병했을 때도 ‘먹었다.’고 표현한다. ‘먹었다.’는 것이 곧 ‘채워졌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채워져야 할 것이 무수히 많겠지만 그중 생명에 가장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빵이다. 영혼과 육신의 생명 질서는 그 원칙에서 동일하다. 먹는다는 말은 생명을 이어간다는 말이 전제되고, 생명이란 단어는 빵과 직결된다. 물질의 빵과 영적 빵인 말씀이 동시에 우리에게 들어와야 하며 한쪽이 모자라면 다른 쪽에서 많이 채워 생명의 균형을 잡아간다.
한 번의 영적 변화로 일생 동안 건강한 영혼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새로 태어났어도 태어난 것은 빵을 먹으며 성장 발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종종 자기 점검을 해야 한다. 사람들과 잘 부딪치고 타인에게 너그럽지 못하며 남의 심정을 헤아리기보다 정의를 앞세워 칼같이 단죄하는 습성이 자주 드러난다면 이미 은총의 물이 욕조를 빠져나가듯 바닥이 보일 때다.
‘꼬르륵’ 하고 마지막 물 빠지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생명의 빵을 정기적으로 챙겨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얘야, 생명의 빵 좀 먹고 가거라.”
오정순(한국가톨릭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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