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두레박을 하늘에 대며 / 이해인
하늘은 구름을 안고 움직이고 있다.
나는 세월을 안고 움직이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날 엔 항상
하늘이 열려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하늘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 푸른 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서지지 않는 빛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