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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를 불타게 하시는 협조자 성령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18 조회수563 추천수8 반대(0) 신고
 
 
 

우리를 불타게 하시는 협조자 성령 - 윤경재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회당에서 내쫓을 것이다. 게다가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짓을 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그들의 때가 오면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15,26-16,4)

 

 탈출기 3장에서 모세는 하느님의 산 호렙에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려는 의도였습니다. 도중에 멀리서 불타는 떨기나무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평소에 보지 못한 광경이었습니다. 그 떨기나무는 불이 붙어 훨훨 타고 있었지만 타서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모세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자신을 부르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성령의 목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서 자라는 떨기나무는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온통 가시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네 인생살이를 상징합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버둥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황량한 사막에 내동댕이쳐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는 모습을 닮았습니다. 민족을 구하겠다는 어릴 적 꿈은 한순간의 과오로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습니다. 한때 왕권을 이어받을 수 있는 왕자의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 그가 얻은 것이라고는 게르솜(황무지에 사는 이방인 손님이라는 뜻, 그의 큰아들 이름)의 신세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성령께서는 모세를 찾아오셨습니다. 하느님을 찾으려는 신앙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믿음의 눈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때 온통 공허와 황량함에 빠져 있어도 어느 순간 홀연히 찾아주시는 성령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매달린다면 멀리서나마 불타오르는 작은 표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의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더러움의 여정을 지나온 신발을 잠시 벗어 던지고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다가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거룩한 땅에서 기다리시며 인간 자신의 무거운 존재를 묵묵히 견뎌온 발의 속살을 꺼내 보이라고 요청하십니다. 잠시 쉬며 하느님의 어루만짐을 느껴보라고 초대하십니다.

  자신의 속살을 내보이면 성령께서는 우리를 불타는 떨기나무로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형질을 유지한 채 성령의 불길을 받을 것입니다. 여전히 메마르고 공허한 가시를 몸에 지녔지만, 이제부터는 ‘있게 하시는 분’의 성령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내가 거룩해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가시를 지닌 떨기나무라고 고백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를 보았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자신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기에 그는 “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말솜씨가 없는 사람입니다. 어제도 그제도 그러하였고, 주님께서 이 종에게 말씀하시는 지금도 그러합니다. 저는 입도 무디고 혀도 무딥니다.”라고 고백할 뿐이었습니다. 성령께서 자신의 곁에서 협조하신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으로 변화된 모세의 삶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더는 황무지에서 빌붙어 사는 이방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자신을 구하고 노예살이에 빠진 민족을 구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완고한 마음을 지닌 파라오에게 대항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증언했으며 백성에게 진정한 자유를 향해 걷기를 외쳤습니다. 그 자유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광야를 거쳐야만 하는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인간적 방황과 유혹이 여전히 몰려드는 광야는 순순히 건너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몸소 걸어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협조자 성령께서 계십니다.

  우리의 모습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협조자 성령께서 곁에 계시고 우리 안에 들어와 사시기에 실제로는 크게 변한 것입니다. 그것을 온몸으로 깨달은 모세는 언제나 인간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았습니다. 그랬기에 “모세라는 사람은 매우 겸손하였다. 땅 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도 겸손하였다.”(민수12,3)라고 인간으로서 받을 최상의 칭찬을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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