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입대하기 전 신학생이던 작은형과 함께 찹쌀떡을 팔다가 주임신부님께 불려갔다. 순수한 마음으로 일하고 용돈도 벌고 싶었는데 신부님께서는 "내가 신학생 시절에는 이런 일이면 당장 똘레(신학교에서 쫓겨남)였을 거라며 성직자자 될 사람이 세속 이익을 탐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하셨다.
부제반 2학기 때 각자 원하는 분야로 사목실습을 나갔다. 나는 JOC(가톨릭 노동청년회)의 도움을 받아 노동을 체험했다. 수공업 구두공장과 작은 이불공장에서 `잡부`로 일했다. 전문기술이 없어 자르고 붙이거나, 포장이나 운반하는 일만 했다. 건물 페인트칠 역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벽에 페인트칠을 했다. 페인트칠은 구두공장이나 이불공장일보다 더 힘들었다. 무거운 페인트통을 나르고 청소하고 심부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을 했다.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본 치열한 경험이 없는 나에게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구두공장과 이불공장은 시급 2,500원, 페인트칠은 시급 4,000원, 하루에 8시간씩 일해서 번 돈이 총 72만 원이었다. 돈이 이렇게 귀한 줄 처음 알았다. 노동자들이 존경스러웠다. 내가 땀 흘려 벌어보니 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월급을 받고 눈물이 흘렀다. 부모님께서 이렇게 힘들게 일해서 나를 키워주셨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한 달 동안의 고생이 한꺼번에 씻기는 기분이었다.
본당신부로 살고 있는 지금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 예수님이 하셨던 목수 일을 할 수 있다면 더 의미가 깊겠다.
최인섭 신부(청주교구 오창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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