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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6일 연중 제9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06 조회수605 추천수12 반대(0) 신고
  
 

6월 6일 연중 제9주간 토요일-마르코 12장 38-44절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거짓 포장을 벗겨내며>


    오늘 예수님께서 공개적으로 강하게 질타하시는 율법학자들의 처신,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찌 그리 제 모습과 닮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저만을 꼭 집어 야단치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긴다.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긴 겉옷을 입고 나다니며’-저희 사제들이 자주 입고 다니는 것이 긴 겉옷이지요. 저는 가끔 제가 과연 이런 과분한 제의(祭衣)를 입고 다니기에 합당한 사람인가 반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의를 송구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입었던가? 돌아보니 그저 기계적으로, 습관적으로 걸친 적이 많았습니다. 때로 폼도 잡았습니다.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겉으로는 겸손한 척 하지만, 점점 인사받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당연히 누군가가 먼저 인사하기를 기대합니다. 때로 누군가가 인사를 소홀히 하면 엄청 속상합니다. 어디 가나 주인공이기를 바랍니다. 혹시라도 한번 찬밥신세가 된다든지, 냉대를 받게 되면 크게 분노합니다.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긴다’-어디 가나 아래쪽보다는 위쪽을 힐끔거립니다.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길이, 제자의 길이 한없이 밑으로 내려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위로 올라가려고 기를 씁니다.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이 부분은 너무나 가슴을 ‘팍’ 찌르는 말씀이어서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부자들이 아니라 가난한 그분들의 정성으로 수도회가 돌아가고 있음에도 전혀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하느님께 잘 보이려고 기를 써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이를 위해 나 자신을 얼마나 많이 포장했는지 모릅니다. 내 본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나’로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있으니 하느님께서 얼마나 가증스럽게 여기실 것인지 두렵습니다.


    외형보다는 내면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하느님, 겉치레보다는 실속 있는 것을 즐겨하시는 하느님, 형식보다 진실한 마음을 더 높이 평가하시는 하느님 앞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오늘 고액권 수표를 자랑스럽게 높이 들고 의기양양하게 봉헌하는 부자들보다, 작지만 온 정성과 생활 전체가 담긴 ‘작은 봉헌’을 칭찬하시는 예수님을 기억해야하겠습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그 무엇도 속일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보여드려야 합니다. 쓸데없이 나를 감싸고 있는 거짓 포장들을 벗겨내야 합니다. 가식적인 나를 벗어버리고 그저 나약하고 가련한 한 인간으로 그분 앞에 서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야 말로 그분의 사랑을 듬뿍 받기 위한 노력이고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구원받기 위한 노력입니다.


   작은 것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대단한 그 무엇, 크게 한건이 아니라 작은 사랑의 실천, 작은 봉헌, 일상 안에서의 작은 나눔, 그러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사랑의 실천을 이행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21번 / 받아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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