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6.11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2코린4,7-15 마태5,27-32
"하느님의 힘"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주님의 기도 마지막 부분은
바로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약하기에 유혹에 빠지기도 쉽고
악의 세력에 점령당하기도 쉽습니다.
다치기도 쉽고 무너지기도 쉬운 게
우리의 약한 마음과 몸입니다.
병으로 고통 중인 많은 이들을,
또 요즘 주변에서 세상을 떠나는 많은 이들을 대하면서
절감하는 사실입니다.
그 누구도 시간과 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시간과 몸에 갇혀 사는
수인(囚人)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월 흘러가면서 노쇠와 죽음으로 치닫는 몸과 마음입니다.
“주 내 하느님은 나의 힘이시며,
나를 사슴처럼 달리게 하시고
산봉우리로 나를 걷게 하시나이다.”(하바3,19).
아침 성무일도 찬가 중 한 구절입니다.
하느님이 나의 힘이 될 때
시간과 몸의 한계 안에서도 좌절함이 없이
자유롭고 힘찬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다음 바오로의 고백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격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선사된 하느님의 힘이
백절불굴의 삶을 살게 합니다.
약함이나 절망으로 무너지지 않게 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살지만
마음은 생명으로 약동합니다.
이래서 매일 미사를 통해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모시는 우리들입니다.
부단히 하느님의 힘을 공급 받아야 살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형제에게 분노하는 마음 자체가 살인이라는 말씀과
같은 맥락의 주님 말씀입니다.
실제의 살인과 간음이란 행위 이전
그 행위의 뿌리가 되는 마음을 잡으라는 말씀입니다.
탐욕이나 분노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약하고 불완전한 마음이기에
이 마음을 하느님의 힘으로 튼튼히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오염되고 약해진 마음들은
끊임없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정화되고 성화되어
온유하고 겸손해져야 함을 깨닫습니다.
오늘도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의 은총으로
질그릇 같은 우리를 당신 생명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시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십니다.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나도록,
너희는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녀라.”(필리2,15ㄹ.16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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