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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 6.1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13 조회수409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6.13 토요일 고(故) 이 영길 대건 안드레아 형제님을 위한 장례미사
                                                                                          
1코린15,51-57 요한6,37-40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제가 이렇게 형제님의 장례미사를 집전하리라곤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인간의 생각과 하느님의 생각은 이토록 다릅니다.
 
저는 몰랐지만
이미 하느님의 계획안에는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영길 대건 안드레아 형제님은
성인다운 삶을 사셨습니다.
 
마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의
산 같은 배경의 요셉 성인처럼,
늘 가정의 산 같은 배경이 되어
묵묵히, 충실히 가정을 지키며 사셨던
성인 같은 분이셨습니다.

“아버지는 저보다도 매일 기도를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저를 끝까지 믿어 주셨어요.
  아무리 어려우셔도 늘 흐트러짐이 없이 사셨습니다.”
 
형제님의 아드님이신,
우리 수도원에 살고 있는 이 엘리야 수사의 고백입니다.

형제님 가족과의 인연은 약 15년 전,
그러니까 이 엘리야 수사가 중학교 2학년,
이 테레빈 자매가 초등학교 6학년 쯤 되었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이 가족 분들은,
특히 형제님의 부인이셨던 레나타 자매님은
불암산 밑의 요셉 수도원을 좋아하셔서
가족과 함께 가끔 묶었다 가시곤 하셨습니다.
 
이 때 몇 번 뵌
이 영길 형제님의 인상은 솔직 담백하셨고
과묵하셨으며 지극히 가정에 충실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을 보면 형제님의 인품은
더욱 뚜렷이 들어나는 법입니다.
 
이 가족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지난 편지 철을 뒤적이다
형제님의 부인인 레나타 자매님의 편지를
한 통 찾아냈습니다.
 
자매님이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1999년이니
이미 죽음을 예견한 글 같았습니다.
 
새삼스런 감동으로 와 닿는 몇 구절을 인용합니다.

“여기는 김천 바람재입니다.
  모든 것은 순간을 향해 살아가고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세월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맨 몸으로
  갈아입을 옷조차 지니지 않고 떠나는 길은
  매 순간이 죽음이고 다시 살아남입니다.
  지칠 줄 모르던 분주함이었고 고달픈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절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그리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땅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때때로 고요히 앉아 있으면
  숲의 향기가 코끝을 진동시키곤 하는데
  어쩐지 성모님께서 아주 자애로운 동행으로
  함께 하시는 것 같아 생경한 느낌으로 웃곤 합니다.
  이제야 세상 일 끝내고 돌아온 것 같은
  고향의 모습입니다. 귀천(歸天)인 듯합니다.”

레나타 자매님의 삶에서
저는 형제님의 삶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매님의 삶이 이처럼 맑고 향기로웠듯이
형제님의 삶도 맑고 향기로우셨습니다.
 
두 분 다 험하고 힘든 세상
끝까지 자기 존엄과 품위를 지키며
충실히 사시다 귀천하셨기에
이 분들의 자녀들인 엘리야 수사,
테레빈 남매도 곱고 밝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늘 놀랐던 것은
이 부모님과 두 자녀인 엘리야 수사와
테레빈 자매와의 관계였습니다.
 
참으로 서로 간 소통이 원활하여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말 그대로 민주적인 가정이었고,
이 자녀들 또한 지극한 존경과 사랑으로
부모를 섬겼습니다.
 
저는 대건 안드레아, 레나타 부부에게서
서로에게나 또 자녀에게나
권위적인 모습은 추호도 발견하지 못했고
이 점을 부러워했고 경탄했습니다.
 
하느님만이 아시는
성인다운 삶을 사시다 귀천하신
이 영길 대건 안드레아 형제님이셨습니다.
 
바로 이에 대한 생생한 증거가
이분의 자녀인 엘리야 수사와 테레빈 자매입니다.
 
마침 얼마 전 스승의 날에
엘리야 수사가 보내 준 이메일 중 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전에 어버이날에 원장님께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왠지 스승의 날이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수도생활의 또 한분의 스승님 이십니다.
  수도원에 입회하기전, 성소에 갈등을 겪을 때,
  원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지금의 길이 흔들린다면,
  이제 까지 걸어온 길이
  성소를 향해 있는지를 잘 들여다보라"
  그 때 많은 생각을 하며 성소를 굳히고
  수도원에 들어 왔고 지금까지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이렇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 남매의 구김살 없이 밝고 바른 모습에서
부모님의 생전의 모습을 봅니다.
 
부모님들은 일찍 하느님께로 가셨지만,
온갖 어려움 중에도
하느님 앞에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해
바르고 성실히 사셨기에
하느님께서 친히
이 남매의 보호자가 되어 주실 것이란 확신입니다.
 
이미 엘리야 수사는
하느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하느님과 형제들의 사랑을 받으며 잘 살고 있고
테레빈 자매도 주님 사랑 안에서
밝고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다음 바오로 사도의 1독서 말씀이 큰 위로가 됩니다.
 
주님은 분명 성인다운 삶을 사셨던 형제님을
이렇게 부활시키실 것입니다.

“죽은 이들은 불멸의 몸으로 살아나고
  우리는 모두 변화할 것입니다.
  이 썩을 몸은 불멸의 옷을 입어야 하고
  이 죽을 몸은 불사의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썩을 몸이 불멸의 옷을 입고,
  이 죽을 몸이 불사의 옷을 입게 될 때에는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이 어디 있느냐?’
  성경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죽음을 삼켜버린 주님 부활의 승리가 있어
우리는 슬픔 중에도 희망과 위로 속에
힘차게 살 수 있습니다.
 
이어 주님께서도 복음 말씀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십니다.

“그렇다.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모두 살릴 것이다.”

좋으시고 신실하신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열린 문이요 새 삶의 시작인 천상탄일입니다.
이미 주님을 믿음으로 영원한 생명을 살다가 세상을 떠나 주님 품에 고이 잠든 이 영길 대건 안드레아 형제님을
주님은 마지막 날에 분명코 살려주실 것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시는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시다.

“주님,
  이 영길 대건 안드레아 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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