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성심 대축일 -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영
오늘은 예수 성심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묵상하는 날입니다.
저는 사람의 ‘마음’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자동차의 엔진이 생각났습니다.
로마에서 저희 교구 차로 운행하는 오래된 자동차가 있습니다. 20만 킬로를 뛰었으니 폐차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그런 차입니다.
차가 점점 힘이 없어져서 정비소에 맡겼더니 엔진이 수명이 다 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특히 오일이 잘 돌지 않아 중요한 부분들이 마모되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중고 엔진을 얹도록 했는데 어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엔진은 한 번 나빠지면 스스로 좋아지는 법이 없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은 기름을 연소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 죽을 때 뇌 다음으로 마지막으로 죽는 것이 심장이라고 합니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사람이 완전히 죽은 것이듯이 엔진이 고장 나면 자동차가 완전히 죽은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죽으면 영혼은 죽고 육체만 걸어 다니는 산송장과 같은 사람이 됩니다.
마음이란 자동차로 말하면 엔진과 같은 영혼의 심장입니다.
론지누스라는 백인대장은 창으로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릅니다. 그 옆구리를 지나 창은 심장을 관통합니다. 예수님의 심장에서는 피와 물이 나왔습니다. 피는 생명입니다. 물은 성령님입니다. 자동차의 엔진도 기름이 있어야 하고 심장도 피가 있어야 하듯이 영혼도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마음 안에 성령님이 계셔야합니다. 성령님의 열매가 사랑입니다. 성령님 없이는 사랑의 열매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성령님으로 충만하셨습니다. 그래서 온전한 사랑을 하실 수 있으셨습니다.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는 그 분이 피를 흘리셨다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피는 생명, 즉 당신의 모든 것을 인간에게 주실 정도로 완전하게 사랑하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만큼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은 죽으시고 당신의 모든 것, 즉 생명과 성령님을 인간에게 주셔서 인간이 새로운 마음으로 살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신의 마음이 그만큼 완벽하게 성령의 에너지를 연소시켜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엔진이 고장 나면 기름을 아무리 퍼부어도 제 힘을 발휘 할 수 없게 됩니다.
즉, 누구를 아무리 용서하고 사랑하고 싶어도 그것이 잘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둘째 치고 용서도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는 내 마음이 고장 나서 성령의 에너지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미워하는 것 때문에, 용서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힘든 것을 알면서도 용서가 안 되는 것은 그 사람이 그만큼 큰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먼저 나의 마음을 예수님의 심장처럼 완전하게 작동하도록 수리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나에게 아주 작은 잘못을 하는 사람까지 용서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마음을 갖고 예수님의 마음처럼 사랑으로 불타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빌라의 데레사는 사랑으로 불타는 심장을 갖고 싶어 기도하였더니 천사가 불화살로 그 분의 심장을 찔렀고 정말 죽어서도 심장엔 불화살에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이 고장 나면 정비소에 맡겨야 하듯이, 심장이 작동을 안 하면 의사를 찾아가야 하듯이 나의 마음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을 때는 당연히 그것을 고치고 바꾸어 줄 수 있는 분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다윗은 우리야를 살해하고 그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그 죄를 뉘우치는 시를 지은 것이 시편 51편입니다. 이 시편에서 다윗은 죄와 허물을 깨끗이 씻어 줄 것을 청하는 동시에 새로운 마음을 달라고 기도합니다.
“오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내 안에 만들어 주시고 굳센 영을 내 안에 새롭게 하소서.”
즉, 우리 안의 엔진, 즉 영혼의 마음을 새롭게 만들어 주시는 분도 하느님이시고 그 안에 새로운 영을 넣어주시는 분도 하느님이십니다. 차로 말하면 엔진을 바꾸어 주고 기름을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란 뜻입니다. 고장 난 엔진으로 혼자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우리 마음을 만들어주시는 하느님께 항상 더 예수님의 성심 닮은 마음과 충만한 성령님을 부어주시기를 청해야겠습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의 심장 살과 피를 영하는 영성체 때에 그분의 심장과 영으로 우리 마음을 바꾸어 주십사 청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