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y will look upon him whom they have pierced.
(Jn.19.37)
제1독서 호세아 11,1.3-4.8ㅁ-9
제2독서 에페소서 3,8-12.14-19
복음 요한 19,31-37
어느 중학교에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지닌 교사가 있었습니다. 지리 담당 교사였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연주 솜씨는 어지간한 피아니스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뛰어났지요. 그 소문이 퍼지자 한 신문기자가 그를 찾아가 물었답니다.
“얼마 동안 연습을 해야 그만큼의 실력을 가질 수가 있지요?”
그러자 교사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단 10분이면 됩니다.”
깜짝 놀란 기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웃으며 다시 말했습니다.
“사실, 하루에 10분씩 날마다 연습해 왔습니다.”
이 말에 저 역시 공감을 하게 됩니다. 사실 사람들이 제게도 비슷한 말을 묻거든요.
“어떻게 하면 신부님처럼 글을 잘 쓸 수가 있지요?”
솔직히 잘 쓰지도 못하지만, 그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글을 조금씩 써보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저처럼 됩니다.”
솔직히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글을 써서 상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즉, 타고난 글재주는 전혀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2001년부터 매일 새벽마다 글을 써왔고 그 결과 이제는 사람들에게 잘 쓴다는 호평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단 하루 만에 실력이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걸쳐 꾸준히 노력한 뒤에 얻을 수 있는 결실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결실이 단번에 주어지길 원하면서, 또 그렇게 되길 우리 주님께 간절히 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도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있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아드님인데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으며, 3년의 공생활을 위해 30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준비하셨습니다. 또한 당신의 전능하신 힘으로 단번에 물리쳐 없애 버릴 수 있는 악의 세력을 당신의 십자가로 오히려 감싸주시는 커다란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이러한 겸손함과 사랑을 통해 우리는 더욱 더 주님을 믿고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나는 편하게 그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예수 성심 대축일입니다. 즉,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더욱 공경하며 묵상하는 날입니다. 그 거룩한 마음은 바로 겸손과 사랑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겸손과 사랑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빠짐없이 구원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주님의 나라에 초대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이제는 예수님을 철저하게 따라야 합니다. 단번에 주어지길 바라는 욕심은 이제 버리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주님을 조금씩 닮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주님의 마음과 내 마음이 진정으로 하나 될 수가 있습니다.
행복을 이웃집 담 너머에서 찾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행복의 파랑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알랭)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이외수)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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