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놀라운 체험의 교류 - 윤경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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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9-06-24 | 조회수669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놀라운 체험의 교류 - 윤경재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 “그 아버지에게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느냐고 손짓으로 물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그리하여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루카1,57-66)
어제 저녁 성서 모임에서 각자에게 찾아오신 주님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중에 한 형제님과 나눈 말씀을 소개합니다. -자세한 개인 사정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1999년도에 IMF 경제위기 후유증으로 사업이 결딴나고 막대한 빚 독촉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았다고 합니다. 언제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해코지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나날을 술로 위안하며 보냈답니다. 잘 아는 선배의 도움으로 근근이 풀칠하듯 생활해오면서 성당만큼은 빠지지 않고 다니려고 노력하였답니다. 마지막 보루라는 심정으로 매달렸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어느 날 미사 참례 중 한 1-2초가량 가슴이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옆에 앉아있던 집사람을 보니 집사람 얼굴도 기쁨에 넘치는 표정을 하더랍니다. 자신은 곧 그 기분을 놓쳐 아쉬웠는데 집사람은 그 감동이 며칠간 지속되더랍니다. 마침 고향 집안어른 장사 지낼 일이 생겨서 부부가 내려가 며칠을 꼼짝 못하고 파김치가 되도록 고생했는데 평소와는 달리 기쁜 얼굴로 힘도 들지 않는다는 듯 열심히 일하더랍니다. 그런 모습이 사나흘 지속하였다고 합니다. 부부가 그 이상한 체험을 터놓고 이야기 하며 주님께 감사기도를 올렸답니다. 자기는 겨우 1-2초가량 그런 기분을 느껴서 늘 아쉬웠다고 합니다. 지금은 일부러 예전에 앉았던 자리에 가서 기도도해보고 성체조배도 해 보지만, 그때 느꼈던 그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없다고 합니다. 아무 청원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찾아온 그 체험을 겪은 뒤에 부부가 ME모임에도 나가고 성당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세 받은 지 오래 되었어도 그 전에는 주일 미사에 월례행사 하듯 겨우 참석하고서 독서 읽을 때쯤 몰래 들어와 뒷자리에 앉았다가는 파견 강복도 받기 전에 빠져나왔답니다. 우리는 그 형제님과 대화하면서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먼저 그 체험 전후에 어떻게 바뀌셨는지, 그 체험 이후에 주일 미사를 빠지신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 체험 이후로는 한 번도 미사를 빠진 적이 없으며 언제나 일찍 입장하여 감실 쪽 앞자리인 먼저 그 자리 부근에 앉는다고 합니다. 또 그 체험을 다른 분들과 나누어 보았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동안 자기는 쑥스러워서 이야기하지 못했고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때 심정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대답하십니다. 말로 표현하기는 뭣하지만, 가슴에 무엇인가 차오르는 느낌이었으며 상당히 기뻤고, 깜짝 놀라서 옆에 앉은 집사람에게 말하려다가 집사람 얼굴을 보는 순간 더 놀라서 자기는 그 충만감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저는 그 형제님께 체험한 내용도 귀중하지만, 옆에 앉았던 자매님이 변한 모습을 식별한 그 능력이 더 소중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방언의 은사는 많은 사람이 체험하지만, 그 방언을 식별하는 사람은 정말 적습니다. 타인의 내면을 바라보는 은사는 정말 귀한 은사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우리 곁에는 이런 체험을 하신 분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미사 중에 장미향을 맡았다는 분, 십자고상에 매달린 예수께서 양팔로 감싸 주셨다는 분, 성체에서 인간 피와 같은 냄새와 맛을 보았다는 분, 제대에서 빛이 쏟아졌다고 하시는 분, 감실에서 예수님 얼굴을 뵈었다는 분 등등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가십니다. 개인적 체험으로 감추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영적 지도자와 대화하며 자기 체험을 식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영적지도는 반드시 사제나 수도자에게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험 많은 대부 대모나 존경하는 분에게 요청해도 된다고 합니다. 영적지도는 지도자의 도움으로 자기 체험을 신앙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식별하는 과정입니다. 우선 그 체험을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그럼으로써 과거의 체험을 일회적인 것에서 지속적인 체험으로 살려낼 수 있습니다. 이때 영적지도자는 아직은 하느님의 계획을 묻는다거나 어떤 능력을 청할 것이 아니라 그저 주님과의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충고하여야 합니다. 그런 체험은 대부분 주님의 초대이기 때문입니다. 자칫 자기만이 무슨 특별한 은사를 받았다고 교만한 마음을 지닐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런 체험은 자기를 아끼시는 주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깊이 느끼라는 초대입니다. 그가 하느님과 인격적으로 교제하고 매사에서 하느님께 문의 하고 행동한다면 점차 그는 신앙의 성숙을 체험할 것입니다.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백하는 단계에까지 이를 것입니다. 영적지도자는 오늘 복음에서 표현된 “그리하여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라는 구절을 명심하고 그 자리에서 경솔하게 판단하거나 결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과 깊은 접촉을 가지고 마음으로 듣고, 눈으로 들으며, 기억으로 들어야 합니다. 마음으로 듣는 일은 마치 어머니가 자녀의 말에 집중 하듯 듣는 것입니다. 기억으로 듣는 일은 그 사람의 세세한 표정과 자세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전 인격을 상기하며 듣는 일입니다. 일회적인 만남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류가 있어야 합니다. 영적지도는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하느님께 대한 信望愛 정신을 되새기며 평등한 협조자, 식별자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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