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을까? 언젠가 동료 교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은 아침에 등교해 집에 갈 때까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예전에 비해 교감을 나누는 여유가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여전히 담임교사의 학급경영 방향과 방법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관심도 크기 때문에 교사는 하나에서 열까지 신중해야 한다.
젊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도 하고 개별적인 교감도 나눌 겸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사랑의 알약’이라고 한다. 약국에서 쓰는 약봉투에 조제약처럼 봉지를 만들고 그 안에 아이들에게 쪽지를 캡슐에 넣었단다.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하겠지만 아이들은 작고 예쁜 것에 열광하고 담임이 보여주는 관심과 말 한마디에도 일희일비하니까.
어느 날, 평소 소란스럽고 장난기 많은 아이가 알약을 받아 신이 나서 집으로 달려갔다. “엄마, 선생님이 약 줬어. 약 먹으래.” 그러나 엄마의 반응은 “아무리 아이가 장난꾸러기라 선생 눈 밖에 났기로서니 이렇게 대놓고 넌 약 좀 먹고 오라고 할 수가 있어? 교사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며 학교에 항의전화를 했단다. 종종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나 현상이 생각지도 못한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보는 이의 눈에 씐 들보가 선한 의도를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고 하신 것은 그런 뜻이 아닐까?
김현정(양주 고암초등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