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복음은 단식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 단식이라 ! 그래요 , 구약에서 비롯하여 예수님 시대에서까지 단식은 하느님을 찾는 이들에게 종교적인 중요한 의식의 하나였고 , 교회 역사 안에서도 많은 수덕자가 단식으로 정신을 가다듬었으며 , 오늘날까지 우리 교회는 단식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단식을 그다지 강요하거나 강조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 그러기에 요한의 제자들까지도 예수님의 제자들이 단식하지 않는 것을 보고 걱정하며 찾아왔던 것입니다. 비록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왜 단식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결국은 제자들에게 단식 교육을 시키지 않는 예수님께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을 겁니다.
아무튼 그들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이 단식하지 않는 이유로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 슬퍼할 수야 없지 않느냐?”라고 말씀하십니다. 단식이든 다른 그 어떤 주제든,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신랑’으로 비유하면서, ‘신랑’과 함께 있는 기쁨을 은유적으로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단식의 주체로서 ‘신랑’이신 예수님이 지금 나와 함께, 우리와 함께 있다는 그 현존 체험을 과연 일상 안에서 얼마나 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신자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권리를 계산하기 전에 예수님이 나와 함께 있다는 그 기쁨이 가장 우선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생동감 있는 신앙의 기쁨을 맛보고자 노력할 때, 우리는 나한테서 그 기쁨의 원천인 ‘신랑’을 빼앗아 가는 실체가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인식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기쁨의 원천인 ‘신랑’이신 예수님을 진심으로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면 그분과 나 사이를 가로막는 것에 분명한 경계를 할 수 있고 또 만일 그분을 내 삶에서 누군가에게 빼앗길 때, 그때는 단식, 그 이상의 것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며, 진지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 사랑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찾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에게 늘 이렇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당신 삶의 기쁨이신 ‘신랑’ 예수님을 당신은 진심으로 사랑합니까?”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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