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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가 슬기로운 자이며 누가 철부지인가?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5 조회수436 추천수4 반대(0) 신고
 

 

누가 슬기로운 자이며 누가 철부지인가? - 윤경재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마태11,25-27)

 

본래 사람은 동시에 두 장소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듯이 동시에 두 가지 생각도 할 수 없는 법입니다. 한 생각이 끝나야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법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는 다르다고 착각합니다. 두 가지 이상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고 과신합니다. 실제로는 어떤 생각을 떠올리는데 시간상으로 차이가 남에도 동시에 한다고 여긴다는 것이죠.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 착각과 달리 두 가지 생각을 연달아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리는 증상을 나타내게 됩니다. 자기도 모르게 앞뒤가 다른 행동을 하게 됩니다. 눈동자를 움직인다든지, 침을 삼킨다든지, 손과 발을 떤다든지 하는 자신만의 버릇이 나타나게 됩니다. 거짓말 탐지기는 사람의 그런 성질을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변하는 심장 박동수나 혈압, 뇌파, 땀의 분비 등을 감지하여 진실과 거짓을 찾아내게 됩니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남보다 똑똑하고 자기가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여깁니다. 기지가 뛰어나다고 자화자찬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단순하고 철부지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줄 모릅니다. 금방 탄로가 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떠올릴 수 없다는 사실은 어느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숫자를 센다든가 하나의 낱말을 떠올리는 정신집중을 꾸준히 훈련한다면 명상이나 자기최면, 좌선, 관상의 단계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쓸데없는 공상이나 분심을 떨쳐버리고 몰입기도와 관상의 단계에 얼마든지 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자신의 호흡을 세는 방법(수식법)으로 참선에 들어가는 초보단계를 삼습니다. 그럼으로써 분별, 망상을 끊어 버리는 것을 사마타라고 부릅니다.

신약성경에서 악마를 ‘diabolos’ 라고 부릅니다. 그 의미는 ‘dia(둘) +bolos(놓는다)’ 즉 ‘두 가지 마음을 먹는다.’라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분심을 갖게 한다는 뜻입니다. 진리를 깨닫지 못하게 하고 헷갈리게 유혹하는 자를 악마라고 부른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옳은가 저것이 옳은가 헷갈리지 말고 아버지를 찾으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그런데 바리사이 등 지식이 있고 지혜롭다고 자처하는 자들은 예수님을 의심하고 오히려 예수님을 악마의 우두머리인 베엘제불이라고 불렀습니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여러 가지 말씀과 표징을 단순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터인데 이리저리 재고 자기들 생각에 억지로 짜 맞추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당신께서 보여주신 표징들을 아무 선입견 없이 그냥 보고 믿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더군다나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되었기 때문에 의심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태껏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깨달으라는 요청이었습니다. A를 보여주면 A라고 받아들이고, B를 보여주면 B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공연히 자기네 손익을 재고 쓸데없는 것을 덧붙인다는 책망의 말씀이었습니다. 

진리는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꾸밈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진리는 쉽고 우리 곁에 널려 있습니다. 그것을 외면하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되고 찾지 못할 뿐입니다. 진리를 아는 사람은 기쁘고 만족스러우며 행복해집니다. 더는 헷갈릴 필요가 없어 시간과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이 진리인가요. 복음 말씀이 진리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보여주신 것이 바로 진리입니다. 그 진리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 것이며, 삶이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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