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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21일 야곱의 우물- 마태 12,46-50 묵상/ 밖에 서 있는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21 조회수459 추천수3 반대(0) 신고
밖에 서 있는 

예수님께서 아직 군중에게 말씀하고 계시는데, 그분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그분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가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당신께 말한 사람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 며칠 동안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예수님보다 밖에 서 있는 어머니와 그의 형제들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예수님을 만나러 왔으면 안으로 들어오면 될 것을 왜 들어오지 못하고 문 밖에서 예수님 나오기를 기다리는 걸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지? 하는 궁금함이 나를 꽉 채운다. 호미질을 하면서도, 일하다가 쉬고 잠시 하늘을 바라볼 때도 문득문득 말씀이 떠오르면 밖에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니, 나는 왜 이렇게 그들에게 집착하고 있는 거지?’ 하며 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밖에 있는 그들에게서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로 나였다.

도시에서 하던 목회를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배운지 4년차가 되어 가지만, 아직도 나는 시골공동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밖에 서 있다. 어머니와 그의 형제들처럼. 몸으로 농사를 배우는 것, 호미질·낫질·괭이질·씨뿌리고 가꾸고 김매고 순지르고 가지치기 등은 잘 하지는 못해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허나, 시골마을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대문도 없고, 방안의 잠금장치 하나 없는 시골마을은 마을 사람들의 모든 생활이 손바닥처럼 다 보인다. 어르신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간섭같아 불편한 마음에 조금 거리를 두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밖에 서 있는 어머니와 그의 형제들을 보면서 관계에서 오는 불편 때문이 아니라 시골 아낙으로, 농사꾼으로 있는 내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 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어머니와 그의 형제들처럼 ‘나는 너희와 다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태어난 곳이 다르고, 말투가 다르고, 배운 것이 다르고, 하던 일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뭐. 이렇게 저렇게 다르다고 갈라놓으면서. 결국 스스로 나를 공동체로부터 갈라놓은 것이다.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신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

예, 주님. 보이는 것으로 나누며 살아가는 제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박후임 목사(농부 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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