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연민............차동엽 신부님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국수집이 있습니다.
달랑 탁자는 4개뿐인 이곳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 냅니다.
몇 년 전에 이 집이 모 TV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온 남자는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들어먹고 아내까지 떠나버렸습니다.
용산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한 끼를 구걸했습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 보니 독이 올랐습니다.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할머니네 국수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갔습니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내줬습니다.
두 그릇치를 퍼 넣은 그는 냅다 도망쳤습니다.
할머니가 쫓나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
그 한 마디에 아저씨는 용산역 앞으로 돌아가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습니다.
(오마이뉴스 2007년 2월 15일자 참조)
-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