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8.4 화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1786-1859) 기념일
민수12,1-13 마태14,22-36
"우리의 겸손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
겸손할 때 참 많은 일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겸손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참 영성의 표지가 모든 덕의 어머니 덕이라는 겸손입니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특징 또한 겸손입니다.
자기의 한계와 부족을 깨달아가며
부단히 자기를 비웠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물론
누구나 호감을 갖고 사랑하는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한 마디로 매력적인 사람들이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1독서 민수기에서
다음 모세에 대한 대목을 읽을 때마다 늘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모세라는 사람은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다.
땅 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도 겸손하였다.’(민수12,3).
역시 ‘하느님의 사람들’의 특징 역시 겸손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알아 겸손입니다.
매일의 미사와 성무일도를 통해
하느님의 거울에 늘 자기를 비춰볼 때
자신의 한계와 부족을 알게 되어 겸손입니다.
하여 늘 하느님과 마주하며
하느님의 거울에 자기를 비춰 본 모세는
겸손할 수뿐이 없습니다.
겸손할 때 자연스레 뒤따르는 하느님의 기적입니다.
우리의 겸손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모세가 곤경에 처하자 즉시 개입하셔서
교통정리를 해 주십니다.
질투심으로 모세에게 거역하며 대드는
아론과 미르얌을 따끔하게 교정해 주십니다.
“나의 종 모세는 다르다.
그는 나의 온 집안을 충실히 맡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입과 입을 마주하여 그와 말하고,
환시와 수수께끼로 말하지 않는다.
그는 주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두려움도 없이
나의 종 모세를 비방하느냐?”(민수12,7-8).
하느님 친히 나타나셔서
모세를 두둔하시고 변호하시는 모습이 참 통쾌합니다.
겸손한 자들의 방패와 보호자가 되어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복음의 예수님 역시 모세에 버금가는 겸손하신 분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는 주님의 말씀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겸손을 배우기 위해
예수님처럼 자주 아버지 곁에 머무는
기도의 수련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군중을 돌려보내신 뒤,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마태14,23).
낮의 활동 끝에는
밤마다 산에서 아버지와 깊은 친교의 기도를 통해
새롭게 자신을 충전시킨 예수님이요,
바로 여기 겸손의 비결이 있습니다.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 은
바로 자기(ego)를 비워 가벼워진 예수님의 겸손을 상징합니다.
천사들이 하늘을 날 수 있음도
자기(ego)의 무게가 없는 겸손 때문이라 합니다.
물속에 빠져들자
급히 구원을 청하는 모세를 구해 주시며 하시는 말씀 역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바로 이 믿음의 표현이 겸손입니다.
믿음과 함께 가는 겸손입니다.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렇게 주님의 구원을 체험하고 고백하면서
베드로의 믿음과 겸손도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믿음과 겸손의 선물을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14,2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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