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88만원 세대의 사랑은 사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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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수복 | 작성일2009-08-06 | 조회수375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
‘88만원 세대’의 사랑은 사치다.
어느새 한국은 불임의 사회가 돼버린 것 아닐까? 일찍이 경쟁에 내몰리고 숨 가쁘게 뛰어다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아봐야 꼬박꼬박 월급 주는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고졸이든 대졸이든 아르바이트(알바)를 전전하며 입사원서를 내다보면 시간도 부족하고…. 이렇게 불안정한 노동과 불투명한 미래에 시달리는 88만원 세대의 사랑은 안녕할까? 오늘의 청춘은 바쁘다. 사랑에 필요한 시간과 여유와 열정을 허용하지 않는 세상은 불안정한 사랑을 낳았다. 한 달을 꼬박 일해도 기껏 ‘88만원’을 손에 쥐는 청춘의 시대. ‘가난한 사랑 노래’는 옛 노래가 아니다. 신경림 시인이 1988년 발표한 ‘가난한 사랑 노래’는 강산이 두 번 변한 오늘에 오히려 심금을 울린다.
3만원 더 나온 전화요금, “누나, 동생으로 남자”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그도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을 버려야 했다. 스물여섯의 팔팔한 청춘에게 사랑은 사치였다. 8만원,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에 찍한 금액을 보는 순간 그는 연애를 ‘끊기로’ 결심했다. 3만원이 아까웠다. 통화는 비싸서 안 하고 문자도 “세 번이 오면 한 번만” 보내며 자제를 했건만, 원래 5만원 나오던 요금이 3만원 더 나왔다. 차라리 그 돈으로 등록금 대출을 갚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알바를 하며 만났던 연하의 청년과 연애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기엔 그의 어깨에 얹힌 짐이 컸다. 2014년, 대학 등록금 대출 상환이 끝나는 날은 아득히 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알바를 뛰어도 손에 쥐는 돈은 겨우 100만원 안팎, 한 달 60만원 등록금 대출을 갚으면 한 푼이 아쉽다. 한지혜씨는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누나, 동생으로 남자.” 모처럼 찾아온 사랑의 기회는 그렇게 끝났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입술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일찍이 스무 살의 지혜씨는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사랑한다고 고백하던 남자들이 네댓은 됐지만, 그들에게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알바 인생은 시작됐다. 400만원 가까운 등록금 대출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한 달에 20만~30만원씩 갚아야 했다. 그래도 빚은 남았다. “인생을 담보로 대학을 다녔다”는 지혜씨의 표정이 쓸쓸했다. 게다가 2008년 졸업할 무렵엔 버스 운전을 하던 어머니가 사고를 내 벌금을 내게 됐다. 어머니는 몸져누웠고, 쌍둥이 남동생은 벌이가 없었다. 등록금 상환에 어머니 벌금까지, 고스란히 지혜씨가 감당할 부채가 됐다. 새벽에 나가서 오후에 끝나는 알바에 몸이 무거워 누구를 만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없는 청춘의 세월은 빨랐다. ‘서른 살 이전에 연애 한번 해볼까?’ 그렇게 연애는 ‘결심’이 필요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 되었다.
노는 내가 일하는 나한테 미안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날… 남자는 여자가 졸업 선물로 준비한 만년필을 꺼내, 종이컵 위에 성탄절에 드는 하루 데이트 비용을 적어보았다. 저녁 식사 약 2만원, 영화 관람료 1만4천원, 선물 2만원, 찻값 1만원, 모텔비 4만원… 얼추 10만원이 넘었다. …돈을 꾸어볼까 생각해봤지만, 그럴 만한 곳에서는 이미 빚을 진 상태였다. 남자는 여자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었다. 저녁도 먹고, 선물도 주고, 와인이나 칵테일도 마시고, 평소 가던 곳보다 조금쯤 더 비싼 모텔에서 근사한 섹스도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남들처럼. 남자는 돈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남자는 거짓말을 했다. ‘어머님이 편찮으시다.’ 그것이 자신과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이렇게 20대 소설가가 그린 요즘 20대의 연애는 쓸쓸하다. 김애란이 2007년 펴낸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 나오는 단편 ‘성탄특선’엔 지방에서 올라와 알바를 하는 여자와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 중인 남자가 성탄절에 겪는 얘기가 담겼다. 이렇게 낭만적인 성탄절에도 모텔방 하나에 세들 여유가 없는 현실은 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조영수(29·가명)씨도 여자친구와 모텔에 갈 때마다 덜컥 겁이 난다. 애인이 좋아하는 모텔은 방값이 4만원. 부모님의 식당일을 도와서 한 달에 60만원을 받는 그에겐 버거운 액수다. 그러나 차마 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가지 말자고 말하진 못한다. 그는 연상의 애인이 밥값과 술값을 내면 모텔비는 자신이 내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킨다. 패밀리레스토랑은 “여친이 가자고 하는 경우만 간다”. 여친이 가자고 하는 경우엔 자신이 내겠단 사인이다. 영화일을 하려고 대학을 중퇴한 조씨는 오늘도 다짐한다. ‘그래, 서른까지만 나에게 (영화일) 기회를 주자.’ 서른이 넘은 애인은 혼기가 꽉 찼지만 차마 결혼하자는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 이렇게 오늘의 청춘에게 내일은 없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 정진아(25)씨는 자꾸만 데이트 시간이 ‘800원’으로 계산됐다. 오래된 알바는 오래된 습관을 키웠다. 그는 인터넷으로 중·고생 학습 상담을 해주는 알바를 대학 시절 내내 했는데, 10~15분에 상담 하나를 끝내면 800원을 받았다. 그러니 애인과 영화 한 편을 봐도 ‘영화요금 8천원이면 3시간 알바인데…’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는 “노는 내가 일하는 나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다닌 그도 알바로 점철된 대학 시절을 보냈다. 동생과 둘이 대학에 다니다 보니 한번에 800만원씩 나오는 등록금은 “잘살지도 못살지도 않는” 그의 집에도 큰 부담이었다. 그는 “언제나 오전엔 수업, 오후엔 알바를 했다”고 돌이켰다. 휴학을 하면 더욱 ‘빡세게’ 살았다. “학교에서 복사하고 청소하고 도서관 잡무로 8시간 일했다. 그 사이사이 눈치를 보면서 채점하는 알바를 하고, 한 주에 두 번씩 점심시간에 나가서 학생들 출석 점검을 하고, 주말 알바를 따로 뛰고.” 그렇게 시간당 4천원, 한 달에 150만원을 벌었다. 두어 번 연애를 했지만 “만나기 전에 뭔가 계산부터 하거나 내가 이걸 할 여유가 있을까 생각이 들어서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결국 연애는 길지 않았다. 그는 “그래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제발 숨 좀 쉬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취업 준비를 위해 이별을 고하다
88만원 세대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의 대다수는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길어야 그 유효 기간이 2년에 불과하다. 노동이 이처럼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일시적이고 잠정적이게 되었는데, 자기 삶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그런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하겠는가?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노동의 유연화는 언제나 일시적이고 잠정적이기에, 연애와 사랑, 가족처럼 한정적 시공간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하는 인간 사이의 친밀성과 유대감, 연대의 틀과는 도무지 맞지 않는 노동의 형식이다.
엄기호씨가 쓴 신자유주의 비판서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의 일부다. 신자유주의의 유연한 노동은 잦은 이동을 요구한다. 더구나 서울에 자원이 집중된 사회에서 편입과 취업을 통해 서울로 가려는 욕망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대구의 대학에 다니는 박지현(22·가명)씨는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외식 관련 학과에 다니는 그는 “대구엔 취업할 호텔도 별로 없을뿐더러 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서울의 대학으로 편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당분간 연애는 유예할 각오다. “편입할 학교에서 이전 학교의 학점도 본다니 학사 관리도 해야 하고, 편입 준비도 하니까 알바를 하지 않아도 바쁘다.” 사귀던 애인과는 지난해 여름에 헤어졌다. 그는 “3학년이 되면 연애도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연애가 더 이상 낭만이 될 수 없는 3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에 올라온 그는 편입학원을 다니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중이다.
편입과 취업의 성공이 ‘이별’로 이어지는 지방의 사랑은 철새의 사랑이 됐다. 엄기호씨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에서 지방대 출신 형석씨의 이야기를 전한다. “형석은 지방대생의 사랑은 슬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에서는 어느 한쪽이든 서울로 더 일찍 떠날수록 경쟁에서 성공한 삶이기 때문이다. 떠남이 미리 전제되고 축하해야 할 일이 된 곳에 머무르는 두 마리 철새의 사랑은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서울과 지방이 아니라도 공간의 분리는 이별을 부른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취업을 위해선 자신을 유폐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취업난 속에서 오늘의 공시(공무원 시험)는 어제의 고시가 되었다. 마치 고시 공부를 하듯이 자기만의 골방에 틀어박혀 공부하지 않으면 합격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취업을 위해 방에 ‘박히면서’ 이별을 고하는 커플이 적잖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이혜영(26·가명)씨는 의학전문대학원을 가려는 남자친구를 만난다. 이씨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 주에 두 번만 보기로 정했다”며 “경력에 방해가 된다면 운명 같은 사랑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들은 나은 편이다. 시간이 드는 연애 대신에 감정적 소모가 적은 ‘섹스 파트너’를 두는 경우도 있다. 엄씨는 “이제 사랑은 취업의 적”이라며 “윗세대는 세상과 교류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았지만, 88만원 세대는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세상에서 고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리적 선택, 초식남-철벽녀
대학을 졸업해서…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할 시기에 백수… 제 주변에도 많은 친구들이 결혼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더 이상 여자와 정신적으로 노동을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남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쩌면 초식남이나 건어물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 불황 속에서 연애나 결혼 후 자신과 자신의 다음 세대에게 평균 이상의 삶을 가져다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자괴감에서 온 슬픈 현상이 아닐까요? …결국 우리 사람들도 벌이나 개미처럼 번식은 특별한 몇몇만 하는 사례가 될까 두렵습니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20대 ‘초식남’(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없고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에만 몰두하는 남자를 일컫는 말)의 글이다. 이렇게 초식남에서 단물만 빼면 ‘연애 못하는 남자’ ‘결혼 못하는 세대’가 나온다. 김정운(가명)씨는 스물다섯이 되도록 변변한 연애를 못해봤다.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그는 타로로 점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신화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취미가 다양하고, 신제품에 관심이 많으며, 여성과 잘 어울리나 애인으로 발전하진 않는 면에서 그는 초식남의 외양을 갖췄다. 그러나 그는 “나는 육식이야!” 외친다. 연애 따윈 필요 없어,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처럼 강요된 초식남과 자발적 초식남은 구분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키가 조금 작은 것만 빼면, 연애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초식남은 마법사로 변신한다. 신준철(25)씨의 블로그엔 ‘마법사 전직 경축!’ 이벤트 사진이 있다. 마법사가 된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준철씨와 친구들이 케이크를 주문하고, 티셔츠를 제작했다. ‘Finally, He keeps his pure for 25 years….’ 얼굴에 케이크를 묻힌 친구가 입은 셔츠에 적힌 문구다. ‘마법사’란 25살이 될 때까지 동정을 지킨 남성을 뜻한다. 일본 만화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알려졌다. 그런데 친구뿐 아니라 준철씨도 마법사가 될 위기다. 그는 “(25살 생일까지) 아직 3개월이 남았다!”고 외친다. 남들이 보기엔 그도 초식남. 스스로도 “초식남 리스트를 보니 확정적인 초식남”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도 미래를 위해서 연애를 조금은 참았다. 그렇게 노력한 준철씨는 국립연구소에서 일할 미래가 보장됐다. 그는 “주변에선 ‘준철이가 애인만 있으면 엄친아가 될 텐데’ 그런다”며 “엄친아와 마법사는 한 끗 차이”라며 웃었다.
“짝사랑이 죽었다”
여성도 이제는 ‘건어물녀’를 넘어서 ‘철벽녀’로 변신한다. 철벽녀란 외모도 괜찮고 학력과 집안도 웬만하나 연애를 못하는 여성을 말한다. 마치 철의 장막을 치듯이 연애를 차단한단 뜻이다. 실제 그들은 연애할 의지도 없지는 않으나 연애에 대한 환상이 있고, 어차피 실패할 연애는 시작도 않는단 생각을 가진 자존심 강한 여성이다. 그래서 실전 연애에 몸을 던질 확률은 매우 낮다. 이렇게 마법사·철벽녀처럼 연애를 못하는 종족이 최근 부쩍 주목을 받는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는 “88만원 세대는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해서 연애는 안 하고, 결혼은 희생으로 생각해 싫어한다”며 “비용 대비 효과만 생각해 감정노동을 피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시간과 돈 같은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아냐 관계냐를 저울질해 나온 합리적 선택이 초식남·철벽녀인 셈이다. 물론 마을과 가족 속에서 관계를 익혔던 경험이 부족한 세대적 특성도 있다. 이렇게 가다간 정말로 여왕벌과 왕개미 같은 강자만 결혼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짝사랑이 사라졌다.”(우석훈) “오히려 뿅 가는 연애는 안 한다. 그렇게 말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100%인 사랑은 오히려 무섭다고 한다. 살기도 바쁜데 상처까지 받으면 감당하기 힘드니까.”(엄기호) “쿨이 아니라 굴이다. 신기하게 감정의 촉을 잘라버린다.”(이규호)
이제 관계의 상처는 치명타. 살아남으려면 쿨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상은 자기관리를 못한 당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그러니 쿨해지라고 강권한다. 신자유주의 치하에서 오래된 사랑의 우물은 그렇게 말랐다.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는 “선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열정이 절실한데, 자원도 열정도 없으니 짝사랑이 죽었다”고 말한다. 더 이상 ‘사랑을 하다가 죽어도 좋아’는 아닌 것이다. 미 일리노이대 인류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이규호씨는 “88만원 세대는 가문 혹은 혈통을 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포스트 가부장제 남성들”이라며 “가족에 대한 갈망, 밥상에 대한 애착이 없는 이들은 감정의 촉을 끊어버리는 기계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쿨하기보다는 각자의 ‘굴’에 갇힌 존재란 것이다. 20대 고학력·중산층·대기업·정규직 남성의 연애를 연구한 그는 “이른바 88만원 세대 중에서 잘나가는 남성은 사랑에 내재된 것들을 잘게 쪼개어 아웃소싱한다”며 “돌봄과 보살핌은 취향과 취미로 대체하고,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은 주식과 펀드로 대신하고, 성적 욕망은 (유사) 성매매로 해결한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가족은 ‘장기적 부채’라고 말한 20대도 있단다. 이렇게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연애는 부담이고 가족은 짐이다. 우석훈 강사는 “한국전쟁 직후에도 서울의 청춘남녀가 남대문부터 동대문까지 거닐며 연애하는 재건 데이트가 유행했다”며 “지금이 경제적으로 당시보다 더 어렵진 않을 텐데, 무엇이 청춘의 열정마저 메마르게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쿨하기보다는 굴에 갇힌 존재
물론 여전히 세상엔 뜨거운 숨결을 나누고 사랑을 키워 가정을 꾸리는 청춘이 많다. 그러나 20대의 열정이 점점 식어가는 신호는 명백하다. 세상이 추운 탓이다. 20대를 착취하는 체제에 지쳐 ‘러브러브’할 힘마저 잃은 청춘이 늘어간다. 그렇게 88만원 세대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사랑할 자유마저 잃었다. 사회는 청춘의 호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찔러주고, 더 많은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 이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하는가.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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