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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인생, 자기를 버리는 연습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07 조회수1,742 추천수25 반대(0) 신고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연중 18주간 금요일 - 인생, 자기를 버리는 연습

 

 

 

오늘 성당에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휠체어를 탄 할머니께서 제 뒤로 오셨습니다. 그 할머니는 저희 교구 중견 신부님 어머님이신데 신부들은 모두 당신 아들 같다 하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아이고, 신부님 아프시대매? 어디가 안 좋으신데? 귀에서 소리가? 그건 기력이 없어서 그래. 나도 요즘엔 기력이 없어서 소리가 나. 어쩌면 좋아. 공부하느라 기력이 다 떨어져서 그래.

다른 사람들이야 유학하면 좋다고 하지만, 신부가 유학하는 건 고생이여, 고생.

우리 아들 신부 왔을 때 본당에 좀 데리고 있으면 안 되냐고 했는데... 아무 말 없었어? 그냥 한 번 인사하러 오라고 했다고? 그럼 다시 공부하러 나가야 해?

아이고, 내 아들 보니까... 들어와도 고생이여. 들어왔더니 교구청에서 일하고 본당 맡고 신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입술이 다 부르터서 다니더라고. 공부한 사람들은 들어와서도 고생이여. 아주 불쌍해. 본당 신부 하는 것이 제일 편할 텐데... 아이고...”

사실 본당 신부를 해도 편한 것은 아닐 텐데 어머니는 제가 아들 신부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서 안타까우신지 눈물까지 글썽이셨습니다. 아들 신부님께서도 외국에서 10년가량 공부하시고 돌아오셨고 오셔서도 매우 바쁘게 일하시며 사시고 계시는데 그것도 안타깝게 생각되셨나봅니다.

 

지금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저 걱정해 주시는 것에 고마울 따름이지 단 하나도 동의를 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사제가 된 것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따르기 위해서 된 것이기에 주님이 공부하는 것을 원하시면 몸이 부서져도 나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금 생각해보니 할머니께서 이야기 하던 모든 것이 제가 처음 유학을 나가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똑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신학교 4학년 올라오자마자 영성지도 신부님께 “혹시 저보고 유학 나가라고 하면 전 절대 안 나가니까 그렇게 말씀 좀 잘 해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우선 공부에 대한 흥미를 완전 잃었었고 어쩌면 무의미하게까지 느낄 때였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외국어로 공부하는 것에 자신도 없었으며, 공부를 마치고 오면 꿈에 그리던 본당신부는 해 보지도 못하고 신학교에서 구질구질한 신학생들과 평생을 살아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드리자마자 몇 주 후에 유학 나가라는 통보가 떨어졌습니다.

 

사실 저는 제 자신을 한 번만 버리면 되는 줄 알았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려던 뜻을 힘겨운 내 자신과의 싸움 끝에 버리고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고 신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주님께 항복하며 정말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것을 내어 놓았고 매일의 십자가를 여자 없이 홀로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주님을 따르기로 했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신학생 때 교구의 뜻을 저버리는 것은 거의 죽음처럼 생각되었기에 억지로라도 제 뜻을 버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유학길에 올랐었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되어서는 좀 달랐습니다. 신자들과 지낸 2년의 세월이 너무 행복하여 사실은 다시 유학 나가서 6개월가량은 한국 생각에 공부가 들어오지 않았었습니다. 어찌나 나가기 싫었는지 종합검진에서 갑상선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다시 검사를 받자는 말에 ‘좀 많이 안 좋아라. 유학 안 나가게.’라는 마음까지 가졌었지만 잘만 조절하면 유학 가서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에 실망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유학 다시 나가서 1년이 되었을 무렵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할 때 은근히 공부 포기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고 실제로 주교님께서도 그런 생각까지 품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지금은 체념 상태입니다. 죽이면 죽고 살리면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리 치고 저리 치며 당신 원하시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드시고 계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제자는 ‘자기 자신’을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매 순간 버리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 뜻입니다. 우리 자신은 나의 뜻을 조금씩 버려가면서 조금씩 버려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주님을 따르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찾으려하고 내 자신의 뜻대로 계획하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럴 때 나의 뜻은 대부분 주님의 뜻과 반대가 됩니다. 나는 편한 길을 가려고 하지만 주님은 매일매일 십자가를 지우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내 자신을 버려오면서 깨달은, 한 가지 확실한 건, 십자가가 싫어서 내 목숨을 버리기가 싫어서 도망치려하면 더 괴롭지만 눈 딱 감고 그냥 받아들이면 그 길이 나도 살고 주님의 뜻도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편한 길이고, 매일의 십자가는 편한 멍에고 가벼운 짐이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런 작업을 당신을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하고 계십니다. 내 운전대를 그 분에게 드리고 나는 조수석에 앉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고가 날지라도 내 자신이 나의 주인이 되어 나를 운전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사고가 나고 삶이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운전석을 최고의 조종사인 그분께 맡기기 위해서는 먼저 내 자신이 이 세상에 처음 살아보는 완전초보임을 깨닫는 겸손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을 버린 성모님의 겸손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겸손으로 예수님께서 구세주가 되셨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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