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8월 7일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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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08-07 | 조회수975 | 추천수19 | 반대(0) 신고 |
8월 7일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 마태오 16,24-28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죽기밖에 더하겠나>
연일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들에 다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힘들어했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참으로 감동적인 한 인생담을 읽게 되어 기뻤습니다.
빚보증을 잘못섰다가 한순간에 평생 동안 모아온 전 재산을 날려버리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분의 이야기입니다.
형제간에도 보증을 서지 않는 요즘이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보증을 섰던 이분은 무척 어리석어 보이가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을 때 예상되는 피해를 뻔히 짐작하면서도 친구의 고통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던 의리의 결과로 전재산은 물론, 살던 아파트마저 날리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자신은 물론 아들과 딸 마저 실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주인공 강씨는 이렇게 회고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허드렛일을 나간 사이 점심을 준비하던 아들이 <아빠, 이젠 라면도 다 떨어졌어요>라고 말하는데, 가장(家長)으로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함을 느꼈다."
당시 그의 인생에는 오직 절망과 좌절만이 남아있는 듯했습니다. 가족을 볼 면목이 없어 한 겨울에 얼어죽을 작정으로 인적이 드문 산으로 올라가 가랑잎을 긁어모아 덮고 소주를 3병이나 마친 채 잠을 청한 적도 몇 차례나 되었다고 합니다.
강씨가 당시 처했던 상황이 얼마나 암울했는지는 다음의 회고를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일 <죽어야지>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지인(知人)으로부터 염치없이 국밥을 두 그릇이나 얻어먹으며 속울음을 삼킨 강씨는 이렇게 생각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죽기밖에 더하겠나.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이 정수리를 쳤습니다. 그제야 모시고 있던 아버님과 가족들의 생계가 눈앞에 떠오르더군요."
그 숱한 자살의 유혹을 이기도 재기에 성공한 강씨는 61세의 나이인 요즘 시간이 아까워 하루 4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는답니다. 매일 매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아까워서 말입니다.
강씨는 자살을 기도했던 고난의 시절을 회상하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빠져들기 쉬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해보니 길이 열리더군요. (다시 일어설)기회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좋지 않은 기억들은 잊으려고 노력하십시오"(동아일보 8월 7일자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죽기밖에 더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한번 새 출발할 때 신기하게도 탈출구가 열리는 체험을 많이 합니다.
현실이 비록 고통스럽고 암울하더라도 죽기살기로 다시 한번 겸손하게 시작하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매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숱한 고통이 전혀 무의미하지 않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등에 지워진 십자가 반드시 의미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십자가는 삶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십자가를 지지 않겠다는 말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오늘 하루 우리 각자에게 지워진 십자가, 이왕 지고 갈 십자가라면 기꺼이 지고 가는 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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